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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감# 공감칼럼# 기후변화

지구는 리필 되지 않으니까요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지난 10월 21일 시작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진행이 한창입니다.

COP26이 열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의 자못 비장한 개막식 발언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 정상이 기후변화가 세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며 너도나도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며 회의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1992년)에 사인한 나라들이 지난 1995년부터 매년 함께 모여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요, 요즘 뉴스에서 많이 보셨을 COP26이란 암호같은 약자는 바로 ‘Conference of the Parties’, 즉 당사국의 영문 표기 약자인 COP에 개최 이래 몇 번째 회의인지를 표시하는 26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이처럼 매년 열리는 회의이지만, 올해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당사국들은 탄소 배출 감소를 약속하면서 나라별 탄소 배출 감소 계획, 즉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을 제출하였고, 추후 5년마다 업데이트해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첫 번째 숙제 검사가 2020년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로 회의가 미뤄졌던 것이죠.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는 한 편, 메탄가스 감축을 위한 서약에도 가입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겠다고도 하였습니다.

이틀간 특별정상회의까지 열려 더욱 그 의미와 기대가 컸던 COP26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 부디 저렇게만 된다면…” 싶은 계획들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다가도, 이제 반환점을 돌아선 당사국총회에서 나오는 많은 협약이 그저 장밋빛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비판 의견을 보면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게다가 각국 정상들의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던 중에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 그간 탄소 감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국가들이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이번 회의에 불참하였다고 하니, 이번 회의 성과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지요. 오늘 내가 심을 수 있는 사과나무는 어떤 것이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삶이 지구와 평화로울 수 있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것을 떠올려 보셨나요?

저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2000년대 초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개념인데,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원과 제품을 재활용 가능하도록 디자인해 궁극적으로는 그 어떤 쓰레기도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일컫습니다. 이미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정책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수용하고 있을 정도로 힘을 얻고 있는 환경친화적 삶의 방식이지요.

지난 여름,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에서 2021년도 서울지역 민간참여형 환경거버넌스 모임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일환으로서의 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 운영’에 관한 연구조사에 참여하여 제로 웨이스트와 떼어놓을 수 없는 리필 스테이션이라는 컨셉에 대해 접하고, 현행 제도의 빈 곳을 채움으로써 리필 스테이션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리필 스테이션은 말 그대로 비어 있는 용기에 내용물을 다시 채우는(refill)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station)의 합성어입니다. 패키징을 줄이고 내용물만 용기에 소분해 판매함으로써 플라스틱을 비롯한 자원의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화장품, 세제, 식품, 공산품 등을 리필할 수 있는 매장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알맹상점, 더피커와 같은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샵에 리필 스테이션이 접목된 형태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LG 생활건강 등 대기업도 점차 리필 스테이션 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사실 리필 스테이션은 새롭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기 전까지는 인류에게 리필 가능한 포장재는 따로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당연하였으니까요. 이처럼 소비단계에서 재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의 활성화는 비용 절감, 사용자 환경 개선 등 다양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이번 COP26 총회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공개서한을 통해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 비상사태’를 직시할 것을 촉구하며 “지금은 훈련 상황이 아니다. 지구에는 코드 레드(code red)가 발동된 상태이다”라고 강하게 외쳤습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일 이들 아동과 청소년이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기특하고 멋지면서도 정말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 때, 가장 시급한 것은 어떻게 변화를 위해 우리의 힘을 보탤 수 있을까 하는 것이겠지요.

변화를 위해, 지구 종말이 1분 남았다 해도 일단 우리는 리필을 해볼까요?

그렇게 모두의 마음이 모인다면, 맑은 공기도, 깨끗한 물도, 다음 세대의 희망도 리필이 되지 않을까요?

박예안

# 국제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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