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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감칼럼# 인권# 코로나

‘위드 코로나’, ‘일상 회복’을 넘어 – 미국 코로나19 의료 형평성 대책 위원회 최종권고 초안을 보며

왜 ‘위드 코로나’이고 ‘일상 회복’인가. ‘위드 코로나’는 그 자체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는 “Living with COVID-19”을 줄여(?) 부르는 표현 같은데 그 의미와 관련 조치의 내용이 불분명하고 형식적으로도 국적불명이다. ‘일상 회복’을 얘기하는데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 문제가 많았음을 충분히 드러내 준 위기다.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경험을 통해 일상의 회복이 아닌 재구성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방역과 관련해 내려질 조치들이 가져올 후유증에 대해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만 보더라도 그 완화와 관련된 1차적인 피해자는 비좁은 주거환경, 사실상 강요된 대중교통 이용 등의 생활여건을 지닌 취약집단일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썼을 때보다도 빈부격차, 취약성의 문제가 좀 더 심화된 형태로 드러날 수 있는데 누가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전반적인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위드 코로나’ 각각의 조치들이 차별 등 인권침해적 양상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코로나19로 드러난 차별과 침해를 더한 형태로 굳어지게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위드 코로나’는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의 완화이어서는 안 되고, 고용, 돌봄, 의료 등 전반적인 사회정책의 대변화를 그 핵심내용으로 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의 악화, 새로운 팬데믹 상황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라도 그동안의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 이슈들에 대해서 다시 점검하고 평가하고 재발방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공포가 일상화되면 인권침해와 차별이 점점 더 강화된 형태로 일상화된다. 더욱더 인권침해적인 조치들이 계속 제시될 것이다. 유가족, 확진자, 격리자 등 코로나19의 1차적인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접근도 매우 중요하다.

 

올해 2월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지시로 취약한 집단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차별 없는 건강 보호와 사회적 회복에 관해 논의하고 권고하는 ‘코로나19 의료형평성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다. 이 태스크포스는 위원장과 의료전문가, 인권전문가, 법률가 선주민, 간호사, 학생을 포함하는 12명의 민간위원, 보건, 안보, 재난관리, 주거, 교육, 농업, 법무, 노동 등 관련부처의 정부위원 8명으로 구성되었다. 지난달에는 최종권고를 검토하는 회의를 가졌고 이번 달에는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있다. 그 최종권고 초안 내용 중 소위 ‘위드 코로나’, ‘일상 회복’의 정책 수립에 있어 참고할만한 것 몇 가지만 언급해본다.

 

태스크포스는 그 권고 실행의 결과물로 다음이 달성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1) 모든 사람은 공평한 양질의 보건 접근성을 가져야 한다.

2) 데이터는 공정한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모든 인구와 그들의 삶의 경험을 대표해야 한다.

3) 의료형평성은 모든 절차, 실행 및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4) 보건과 공중위생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전문성과 효과적인 소통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세부 권고사항이 보건을 체류자격과 무관한 권리로 인정하고 확립시키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후유증 환자에 대한 보호센터 운영, 보험대상 확대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고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과 관련된 내용도 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데이터, 즉 정보의 수집과 활용, 공개, 연구조사 관련 여러 권고들이 모두 의료형평성, 특히 취약한 집단의 공평한 보건접근권 혹은 그 관련 결정을 보장하기 위함임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혐오와 차별, 사회적, 역사적 취약집단 등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주거, 고용 및 노동조건, 위생환경, 사회안전망 보장, 문화적 감수성과 언어적 접근성, 학생 및 그 가족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교육기관시스템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국가정책과 세부행동계획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태스크포스는 마지막 세부권고사항으로 미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전반에 관한 충분한 평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독립적인 최상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연방, 주, 지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개선사항을 제시하되 그 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비정부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 지자체 등의 대응도 차분하게 돌아보고 지금부터라도 고쳐야 할 것들은 고쳐나가야 한다. ‘운이 나빠 죽은 사람들’은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징징대는 사람들’에게는 그때그때 일회성 지원으로 달래고, ‘말 안 듣거나 안들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엄포를 놓는 방식을 그동안 취해 온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통해 날 것으로 드러난 차별과 혐오, 인권침해의 양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개인, 사회, 국가 모두 ‘위드 코로나’로 사는 것(Living with COVID-19)이 아니라 죽는 것(Dying with COVID-19)이 될 수 있다.

황필규

# 국제인권센터# 재난, 사회적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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