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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지원단체탐방-필리핀공동체를 찾아서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이주노동자로, 결혼이민자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다인종 · 다문화 사회라고 하지만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이나 혼혈인을 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필리핀 출신 이주민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잡은 카톨릭 서울대교구 소속 필리핀 공동체를 방문했다.

따뜻하게 공감일행을 맞아 준 사람은 글렌 신부이다. 한국에 온지 13년째라며 능숙하게 “어서오세요”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선교활동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지만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때에는 한꺼번에 40명이 넘는 사람이 쉼터생활을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대식구를 보듬고 챙기는 아버지가 글렌 신부의 역할이다.

국제결혼의 허상을 안고 사는 사람들

    갓 스무살의 필리핀 여성이 쉰 살이 훌쩍 넘은 한국남성과 결혼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일 이라 생각한다고 글렌 신부님은 말한다. 사랑이 전제로 된 결혼 의사가 아닌 돈 때문에 결혼하는 여성과 자신의 열악한 조건은 드러내지 않고 거짓말로 속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 또한 또 다른 인신매매라고 할 수 있지요”라며 글렌 신부는 힘주어 말한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농촌총각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 여성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며 결혼중개업자에 대한 비판이 계속된다. 결혼중개업자가 한국남성을 소개할 때 돈이 많고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하였지만 실제로 한국에 와서 보니 남편이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았으며, 정신장애 3급이었던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가출하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을 원하는 한국남성은 중개비용으로 1천만원이 넘는 큰 돈을 중개업자에게 지불하게 되지만 비행기 값과 숙식비 등 맞선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실제 소요되는 돈은 3백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필리핀 여성에게 주어진 돈은 필리핀 돈으로 10000페소, 우리 돈으로 20만원 뿐 이라고 한다.

    글렌 신부는 “한국에는 성매매법은 있지만 인신매매법은 없어요. 한국의 남성이나 필리핀 여성 둘 다 피해자입니다. 중개업자를 처벌 할 수 있는 인신매매법이 생겨나길 희망합니다.”라며 결혼중개업의 문제점을 이야기 한다.

한국인 아빠+필리핀 엄마 = 우리 아이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바로 “우리들의 아이”라며 필리핀공동체의 어느 자원활동가가 말했다. 국제결혼 한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문제가 가장 크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그나마 조금 나아진 편입니다. 당연히 줘야 할 노동의 대가를 준다는 인식의 변화로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요. 제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4년 전에 비하면 개선이 되었지요. 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는 아직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네요.” 가정불화로 가출한 필리핀 여성은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한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하루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 줄 시간조차 없다고 한다. 국적 취득을 위하여 법적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수년간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필리핀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들레헴 어린이집은 30명 남짓한 아이들을 4명의 수녀가 돌보고 있다. 필리핀이주민을 위한 탁아시설로는 유일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즈음, 자신의 아버지, 사회, 국가에 대해서 안티 성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0년 후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시설 수용이나 교육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아동 문제는 개인,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자원활동가 임씨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함께 사는 세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글렌 신부는 “쌀이 떨어져 밥을 지을 수 없어 식사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여러번 있었지요.” 필리핀공동체의 열악한 운영 사정을 이야기 한다. 쉼터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지만 카톨릭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무료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익사업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자원활동가 2명과 성직자 몇 명이 큰 살림을 나눠서 하고 있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 특히 법적인 다툼으로 진술서를 쓸 때면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필리핀어를 영어로 번역하고 이를 다시 한국어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글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봉사자도 필요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는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상황이다. 필리핀공동체는 2005년 공감의 ‘3차 공익단체에 대한 변호사 파견 사업’ 단체로 선정되어 인연을 맺게 현재까지 소라미 변호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글랜 신부는 구석구석을 구경해보라며 안내했다. 그 곳에는 푸근한 웃음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의 작은 공동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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