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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일을 하다보면
많은 방문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듣게 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봉사’, ‘희생’, ‘섬김’ 등의 단어들이죠…
“언제부터 장애인들을 섬기고 계십니까?”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을 지니신 선생님들을 뵈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이러한 말들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가 돌보며 가르치고 있는 장애인들이 어떠한 존재이기에 이럴까?
혹시 ‘봉사’, ‘희생’, ‘섬김’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장애인들을 구빈의 대상이나
우리들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를 지닌 자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다보면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위와 같은 생각들이
장애인복지를 구빈과 자선의 형태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한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사회복지시설의 기능이
단순히 불우한 장애인들에게 자선적 의미의 구호활동을 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직원들의 역할과 태도, 그리고 후원자들의 후원형태도
단순 서비스에 제한될 것이고,
반대로 그 기능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개별적 존엄성을 유지하고
그들의 욕구에 알맞은 특수한 서비스의 제공을 도모하는 전문적 기능으로 인식한다면
그에 따른 직원이나 후원자의 역할과 태도는 물론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애」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개연적 상황’일 뿐입니다.
가난한 자만이 장애를 지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불쌍해지는 것도 아닌 것이죠.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가난해 질 수 있으며, 누구나 노인이 될 것이며,
누구나 장애인이 될 개연성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복지의 대상은 모든 국민일 것입니다.
이러한 개연성과 대상체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
장애인복지는「봉사와 헌신」,「희생과 섬김」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을 보장하는 ‘정책과 실천’의 자연스러움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생산성있는 인간, 학력있는 인간」을 우대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사회에서 만들어진
「부의 축적이 이루어져야만 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들이
만불의 소득이 넘는 우리나라를 이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씁쓸함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불현듯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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