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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군 영창의 조건 : 사람이 사람을 가둔다는 것 – 황필규 변호사

 

 

한 연예인의 군 영창 발언이 논란이 됐다. 단기사병 복무 시절 4성 장군 부인에게 아주머니라고 했다가 13일 영창을 살았다는 발언이었다.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이 정부여당으로부터 쏟아졌다. 사실 여부,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게 이 논란은 군 영창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불손한 행위’가 영창처분사유인 현재 과연 위 발언과 같은 일이 불가능한가. 구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군 영창제도의 요건과 절차, 처우는 과연 어떠하고 누가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구금이 이루어지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으로 전방부대 영창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영창기간은 군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영창이 ‘군 복무의 연장선’임을 강조하는 지휘관을 만났다. 밤새 영창 장소 바로 앞에서 왔다갔다 군홧발 쇳소리를 내며 경계를 서는 경계병은 왜 경계병이 그런 방식으로 영창처분을 받은 사병들의 잠을 방해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운동시간은 제식훈련을 포함한 통제된 훈련시간처럼 운영하는 부대에서부터 자유 시간으로 운영되는 부대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영창처분을 집행하는 이들 자체가 혼란을 겪고 있었다.

 

군인사법 제56조는 징계처분의 사유로 법령 위반, 직무상 의무 위반, 품위 손상 등을 들고 있다. 같은 법 제57조 제2항은 영창에 대해 “부대나 함정 내의 영창, 그 밖의 구금 장소에 감금하는 것을 말하며, 그 기간은 15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어느 정도의 각각의 징계처분이 내려지는지에 대한 기준은 법령에서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 제59조의2 제1항이 영창처분은 다른 경한 징계로 복무규율 유지의 목적 달성이 불가하거나 그 목적을 위해 신체 구금이 필요한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창처분의 징계권자는 일반 지휘관들이다. 일반 지휘관이 법원의 통제를 거치지 않고 영창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창처분이 남용될 위험이 매우 높다. 영창처분을 부과할 사유가 존재하는지, 영창처분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한지, 영창처분을 부과할 경우 어느 정도의 처분이 적당한지 등에 대한 판단은 모두 법률전문가의 자격을 요하지 아니하는 지휘관들에게 주어져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영창제도는 구금이 갖추어야 할 헌법적, 국제인권법적 원칙들이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한 구금이라는 신체적 자유에 대한 제한 관련 영장주의는 보장되지 않는다. 다른 경한 징계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장교가 아닌 사병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창제도는 평등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영창처분일수는 군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병역법 제18조 제3항) 영창처분은 사실상 이중처벌의 효과를 가져온다. 영창처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군인사법에는 영창 시설 설치, 영창 기타 구금장 내에서의 징계입창자의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 등에 관한 규정이 전무하다. 근거법률의 부재로 인한 열악한 처우는 필연적이고 설사 하위법령이나 지침에 관련 규정이 있더라도 그 보호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2006년 인권담당군법무관 제도를 도입하여 영창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인권담당군법무관은 징계위원회의 의결 후 이 징계 사유, 징계 절차 및 징계 정도의 적정성 등 영창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심사를 하고 그 의견을 징계권자에게 통보하게 된다(군인사법 제59조의2 제2항, 제3항). 그러나 영창처분의 주체인 군대 지휘체계 내에 존재하고 병(兵)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형사소추를 담당하는 군법무관이 독립된 기관의 지위를 가지기는 어렵다. 애초에 법령의 기준에 의한 적법한 정계처분의 의결해야 할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인권담당군법무관이 자체적인 적법성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 제12조의 요구, 징계권자와 징계위원회의 책임성을 왜곡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구조다.

 

어떠한 징계든지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은 반드시 필요하고, 영창처분의 사유 및 양정에 있어서도 부대별, 징계권자별 편차가 심하다면 그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히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영창처분의 기준이 기계적이고 천편일률적으로 규정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위험도 있다.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의 『적법성 심사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그 기준의 적합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게 된다.

 

복종의무위반으로 분류되어 있는 “상관에 대한” “폭행․협박․모욕  등”은 영창 11-15일, “기타 불손한 행위”에 대하여 휴가제한 1-5일 또는 영창 1-5일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나 몸을 세게 때린 경우”에 해당하는 보통 폭행의 경우 3회 미만이면 영창에 해당되지 않는다. 직무와 무관한 형사범죄라고 볼 수 있는 절도, 사기, 공갈 등 재산범죄는 영창 1-5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강간 등 성범죄는 영창 6-10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몇 가지 기준만을 살펴보더라도 그 기준의 합리적 근거, 다른 기준들과의 형평성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영창처분이 많은 경우 형사처벌과 택일적으로 적용되는 관행에 비추어 강간 등 강력범죄를 10일 이하의 영창으로 규율하도록 하거나, 10회 이상 혹은 2개월 이상 지속적인 폭행도 영창으로 규율하도록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헌법 제12조는 모든 구금에 있어 구금주체로부터 독립된 기관의 구금에 대한 사전 및 사후 심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핵심으로 한다. 이것만은 최소한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 영창처분이 내려지는 대부분 징계사유의 경우,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징계사유에 포섭되거나, 휴가제한이나 근신으로 처리할 수 있거나, 징계보다는 형사절차로 해결하는 것인 타당한 경우다. 구금, 특히 행정구금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선택되더라도 제대로 된 요건, 절차,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아직도 사람이 사람을 가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부족하다.

 


글 _ 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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