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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감염인인권# 장애인권# 차별금지법

HIV/AIDS ‘장애 인정’이 갖는 의미2 – HIV감염인에 대한 수술거부는 장애인 차별, 인권위 권고를 환영하며

공감은 2021년 4월, HIV감염을 이유로 절단부위 봉합수술을 거부한 병원들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진정을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관련글 : HIV 감염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한 병원들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 진정제기

그리고 진정한 지 1년 6개월여 만에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HIV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 A병원의 행위가 장애인 차별임을 확인하고, A병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권고하였습니다.

A병원은 ‘손가락 접합 수술은 출혈이 커 혈액 매개 감염을 막기 위한 격리 치료가 필요한데 병원 내 격리 병실이 없는 탓에 큰 병원에서 수술하도록 권유했다’고 주장하였으나, 인권위는 의학적 기준이 아닌 일반적 편견에 기초한 치료거부로서 차별 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또한 이번 권고는 인권위가 2019년 HIV감염인을 입원 거부한 국립재활원의 행위를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최초로 인정한 이후 HIV감염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한 병원의 행위가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함을 또다시 확인한 것으로서 의료현장에서 비일비재한 HIV감염인 차별행위 개선을 기대하게 합니다.

다만,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2019년 권고와 마찬가지로 ‘모든 HIV감염인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는 HIV 항바이러스제를 10년 이상 복용하며 후유증을 동반하고 있고, 차별행위로 인해 손가락이 상실된 점을 미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모든 HIV감염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에 해당하는지는 판단을 여전히 유보한 것입니다.

이는 인권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관장하는 주무관청이면서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 이행을 독려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기구라는 점과 이번 결정문에서 ‘HIV감염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과 편견으로 인하여 HIV감염인은 감염자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등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겪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밝힌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는 ‘장애 등록제’를 통해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서비스 대상자 즉 ‘등록 장애인의 범위’를 사회적 문제제기와 각종 질환자의 장애인정 요구에 따라 계속 넓혀 왔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장애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열거되지 않은 장애 유형의 등록을 배제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고 설시하면서 뚜렛증후군 당사자의 일상생활에서의 실질적인 어려움 등을 살펴 ‘장애 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2021년 4월부터 고시를 통해 하나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강박 및 뚜렛증후군, 기면증, 백반증, 복합통증증후군(CRPS) 등 10개 질환에 대한 장애인정 기준을 마련하여 등록 장애의 범주를 확대하였습니다.

HIV감염인은 의학적으로 신장, 심장, 폐 또는 간 이식을 받은 이들처럼 지속해서 면역 억제제를 먹으며 면역 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 유사하고, ‘외부적 발현 증상’ 자체를 넘어 이로 인해 당사자에 대한 편견, 차별로 인해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갖는 다는 점에서 새롭게 장애 유형으로 인정된 백반증 등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발표한 ‘장애인권리협약 대한민국 2·3차 심의에 대한 최종 견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장애인권리협약의 가입국으로서 HIV감염인 등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장애 개념을 채택하여 그들의 특성과 욕구가 인정되도록 보장할 것과 다중적이고 교차적인 형태의 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인권위 권고 결정은 HIV감염인에 대한 수술거부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된 차별행위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공표한 것이자 동시에 HIV감염인이 지역사회에서 의료, 재활, 취업, 문화활동을 하는 데 적절한 지원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아직 사회통합 정책을 위한 발걸음이 남아있다는 뜻이 됩니다. 공감은 계속 부지런히 움직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미연

# 장애인 인권# 공익법 교육 중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