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HIV감염인# 장애인권# 장애인권리협약

HIV/AIDS ‘장애 인정’이 갖는 의미1 –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속 HIV감염인

지난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가 발표되었습니다.

관련 글 : UN 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심의 대응 활동

8년 만에 나온 두 번째 견해의 내용은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장애인권 상황이 정체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다만, 이번 견해의 권고 내용 중 코로나19와 같이 새롭게 발생한 상황 외 특정 ‘장애’ 및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이 언급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비마이너 / 한국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2·3차 보고에 대한 유엔 최종견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장애인권리협약(CRPD – Convention on the Rights or Persons with Disabilities)」은 장애인을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정신적·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장애인복지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장애’보다 포괄적이고, 열린 개념입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하여 HIV감염인에 대한 사회보장,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주문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서비스 근거인 「장애인복지법 및 그 시행령」은 여전히 장애 유형을 제한적으로 열거(15가지+∝)하고, 일정한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중심으로 장애 등록(2021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 264만5,000명, 인구대비 5.1%) 가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원 등의 구제조치를 도입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사실상 ‘장애 등록 여부’나 ‘외부적 발현 증상’에 기초하여 장애인권리협약보다 협소한 장애개념을 인정하는 것처럼 작동되고 있습니다.

즉 HIV는 항바이러스약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죽는 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으로서 관리의 대상이 되었기에, 외부로 발현되는 증상에만 매몰되어 장애 인정 여부를 판단하면 HIV감염인은 장애 범주에 포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하지만 HIV에 감염되면 신체적 손상이 외부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감염인의 체내에서 끊임없이 면역능력이 저하되고 만성적인 염증이 지속하면서 심혈관합병증, 대사성 질환, 인지기능장애, 암성질환 등의 만성 중증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아집니다. HIV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배제 또한 여전히 심각합니다.

그럼에도 HIV감염인은 우리나라에서 장애 등록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없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하여 차별행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법원 구제조치의 당사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장애인임을 입증하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HIV감염인에 대한 국내법은 예방·관리에 초점이 있는 ‘에이즈예방법’이 유일한데, 이러한 현행 제도는 장애인권리협약에 아직 완전히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적절한 서비스와 지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부터 미국, 영국,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은 HIV감염인을 장애인으로 포함시켜 복지지원을 하거나 차별금지의 대상으로 삼는 등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 장애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HIV감염인의 장애 인정 운동은 HIV감염인의 인권실태와 차별적 현실을 알리는 일이자 장애를 경험하며 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한 제도 개선의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이러한 발걸음에 연대하며 장애인 권익 옹호 활동의 일환으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심의에 대응하였고, HIV감염인 등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개념 채택에 대한 권고가 나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제4·5·6차 병합 국가보고서’ 심의는 2031년 이후가 될 예정입니다. 차별받고 있는 이에게는 순간순간이 인고의 시간일 것인 만큼, 공감은 이번 최종 견해를 초석으로 삼아 HIV감염인의 장애 인정 운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하겠습니다.

조미연

# 장애인 인권# 공익법 교육 중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