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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함께하는 연대세의 실현을 바라며 – 김준석 기부회원

새해가 오면 항상 새로운 소망들을 바라게 됩니다. 2015년 새해에는 어떤 바람을 갖고 계신가요?


  기부라는 것이 민간의 일부구성원들이 신념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세의 일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보다 많은 기부자들이 생겨나가길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2015년 새해에 이런 바람을 갖고 살고 있는 김준석 기부회원님을 만났습니다.




<기부, 내가 할 수 있는 일>


  신년이 되어 주위에 새해의 소망을 물으면 ‘부자 되기’, ‘건강하기’, ‘행복하기’가 당연스레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소망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매년 한 곳 씩 기부단체를 늘이는 것이 그 ‘다른’ 소망이었는데 벌써 10여년 이상 그 소망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문득 그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공적 세금이 진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규모가 너무 미미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일종의 사회세(연대세)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대세 [연대세(solidarity tax)란 부유층이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고소득층에 부과한 세금을 말한다] 의 개념을 떠올려보며 수많은 기부단체들 중 공감을 알게 된 경로와 공감에 기부를 하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는 분의 페이스북 친구가 공감의 변호사(윤지영 변호사)였어요. 그 분을 통해 공감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한국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거든요.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이나 급여에 관한 권리는 많은 사람들이 외쳐주고 공감해요. 근데 그들이 산재를 겪고 모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죠. 이 때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후 생기는 삶의 제약을 이 사회가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는 모습이 참 안타까워요. 모든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권리가 인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쉽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공감이 그런일을 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기부를 결정했어요.”


  세계 인권 선언문 제 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사건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회학을 대학 전공으로 선택한 일.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학 1학년 때 선배들을 따라 참여했던 메이데이 전야제입니다. 이어 그는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날의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제 옆에 효성중공업 마크가 새겨진 점퍼에 약지와 **손가락이 없는 왼손으로 갓난아이를 안고 있던 분이 앉아있었어요. 그 분은 아내와 갓난아이를 데리고 와서 정말로 평온하고 기쁜 얼굴로 즐겁게 민중가요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때는 민주노총이 불법으로 규정되던 시기였거든요. 밖에는 경찰이 깔려있고… 민주노총 메이데이전야제에 참석한다는 건 잡혀갈 수도 있다는 걸 의미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그 분이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일까? 결코 누군가에 대한 혹은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분노는 아닌 것 같았어요. 게다가 가족에 대한 위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 인간이잖아요? 해답을 찾지 못해 한참을 쳐다봤어요. 물론 지금도 그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그는 하루 3,4시간을 자며 시간을 쪼개서 살아야 했다고 합니다. 잠도 부족하고 여유라고는 없었지만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먼 미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 되어야 하죠. 저는 제가 즐거운 일에 노력해야 하는 게 오늘의 행복이라고 여겨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열정적으로 할 수 있죠. 미래가 불안해 보일 수 는 있겠지만 오히려 더 담담하게 그 길을 갈 수 있고 때론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해요. 얼마전 짐캐리가 어느대학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걸 봤어요. “하기 싫은 일을 선택해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가 안쓰럽기도 해요.”


  그의 대답에 미래를 위한 동기부여로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는 그가 부러워졌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은 뒤로한 채 보이지 않는 행복만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에 용기를 얻어 지금은 불안해 보이는 미래일지라도 현재의 즐거운 일에 열정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당연한 꿈을 꾸어봅니다.

 




<함께하는 보편적 나눔이 실천되기를>




  어느 날 그는 연말정산 시즌 우연히 정말 그럴 것 같지 않은 회사 동료가 매달 60만원이란 거금을 고아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부에 대한 생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공감하고 기부를 실천하고자 다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를 보며 기부를 하고 싶지만 아직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그는 사회세의 일종으로 기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과 자신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기부자들이 생겨나길 바람에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접점을 가지고 국가가 강요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자의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군가는 자기 조부모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노인복지재단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어떤 이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대신 가난한 아이들을 돕습니다. 또 그런 생각을 하지만 마땅히 기부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방송을 보며 전화를 돌리기도 하고요. 이런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더 큰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이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로 기부를 선택하는 모습. 기부가 본인 삶에 영향을 주고 삶에 있어 보람을 찾는 작은 요소들이 되어 사회세로서의 가치를 공유하면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정부가 그것을 공적 영역으로 가져가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부문화나 사회에서의 복지라고 얘기되는 부분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요.”


  기부문화가 발전하면서 전에 비해 개인적인 기부가 늘었지만 여전히 기부는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기부는 금액과 형식이 아니라 사회에 연대한다는 의미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하듯 기부가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_송다솜 (20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