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학생들과 함께, 인권을 생각하는 – 류원호 기부회원님

 


 

 

기부회원님들을 만나 뵙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기부회원 인터뷰.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교사로 15년째 근무 중이신 류원호 기부회원님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해방촌 꼭대기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에서 기부회원님의 공감과 함께하게 된 계기, 삶과 인권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시와 노래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의 삶

 
먼저 류원호 기부회원님이 어떤 분인지 들어보고 싶어 자기소개를 부탁드리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와 함께, 좋아하는 책이나 인용문이 있으면 같이 소개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국어교사이고, 시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대체로 직위와 이름 정도만 소개하면 될 상황이 많아서 저를 소개하는 게 조금 낯설긴 하네요(웃음). 아이들하고 노는 게 좋은, 사실은 공부 굉장히 많이 시키는 교사? ‘수행평가 대마왕’이기도 하죠. 한 학기에 수행평가를 네 번 정도 시켜요. 소설 쓰기, 가사 쓰기, 문학 답사, 영상시 만들기 정도?”

 
 “책은… 읽어야 하는데 잘 안 읽게 되네요. 감명깊게 읽은 책은, 고등학교 때 읽었던 닥터 노먼 베쑨. 캐나다 외과의사 부르주아지인데 방탕한 삶에서 돌아와 중국 공산혁명에 참여한 희한한 사람이에요. ‘아리랑’도 좋아해요. 원래 항일운동가인데 중국공산혁명에 참여한 조선인 청년 ‘김산’을, ‘님 웨일즈’라는 자유기고가가 인터뷰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낸 책이에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좋아해요. ‘8월’이라 8번 봤어요. (웃음)”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공감 이야기를 가끔 하신다는 것을 듣고, 어떻게 공감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실지 궁금해 살짝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수업 주제가 아니면 일부러 이야기하기 쉽지는 않죠.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고, 작품소개를 하거나 진로 이야기를 할 때 가끔 해요. 이전에 한 교과서에 세계인권선언문이 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땐 우리 헌법과 선언문을 비교해 가며 수업을 하기도 했었죠. 수업 때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공감을 언급하기도 하고…

 

사실 아이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게 좋다고들 생각하더라고요. 그렇지 않고 공익을 추구하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진로를 찾는 경우는… 아무래도 많지 않죠. 진로와 관련해서 상담을 요청하거나 법조계로 관심을 갖는 애들이 있으면 (공감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가끔 인권변호나 공익변호에 대해 물어보는 애들이 있어요. 그럴 땐 윤지영 변호사님을 대놓고 추천하죠. (웃음)”

 

공감 산행에서 시작된 공감과의 인연

 
공감을 알게 되고 기부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에 대해서는, 예전에 공감에서 진행했던 공감 산행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공감의 존재는 한참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우연히 산행 공지 포스터를 보고 산행에 함께하셨고, 이후 윤지영 변호사에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부탁드리며 본격적으로 공감과의 인연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흔히 변호사를 돈을 잘 버는 직업, 화려한 직업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길과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은 왜 그러한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준 윤지영 변호사의 강연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빚을 갚는 마음? 대부분 그런 마음일 거예요. 사회 문제를 의식은 하지만, 전부 내가 해결할 수 없잖아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내가 못 하는 일이니 하시는 분들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죠. 나도 하고 싶지만, 직장이 있고 부양할 가족이 있으니… 핑계긴 하지만요. 그거에도 기뻐해 주시니 오히려 미안하고… 내가 못하는 부분, 꼭 필요한 부분에 수고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부끄럽네요.”

 

 

인권이란, 인권을 이루는 것들이란

인권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조금은 어려운 질문에, 기부회원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사전적인 정의는 되게 많은데, 인권의 정의가 무엇이냐보다는 그 속에 무엇이 필요한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년에만 해도 경비원 분들 이야기가 많았잖아요. 청소용역 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민망하죠. 그분들을 너무 존중하지 않잖아요. 그뿐인가요. 청소년도 그렇고, 여성도… 소설 제목이기도 한데,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게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에 대한 고민 이외에도, 학생들 대상으로 인문학이나 논술 교실을 운영하며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셨던 때의 이야기나 방과후학교에서 신동엽 시인이나 김수영 시인 등의 사회참여적 시를 통해 시에 드러난 현실의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등의 수업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방과후수업 때 참여시를 소개하거나 하기도 해요. 신동엽, 김수영, 박노해, 이용악 시인 정도. 시 속에 담긴 사회적 문제, 거기에 들어가 있는 소수자의 문제를 다루거나 하는 수업을 일부러 많이 만들고 하기도 했죠.

학생들 대상으로 인문학이나 논술을 가르치는 수업 프로그램도 운영했었어요. 그때 인권을 주제로 한 적이 있어요. 여러가지로 찾아볼수록 어렵더라고요. 제도나 법이 왜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를 그제야 저도 깨달았고.”

 

 

학생의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 아닌데

 
우리 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인권문제는 무엇인지, 특별히 관심 있는 인권 분야가 있으신지 여쭤보았을 때 기부회원님께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노동문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의 경우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고,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 학생의 경우 생계가 매우 어려워서 본인이 돈을 벌어야 했어요. 부모님께 의지할 수 없을뿐더러 본인이 버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족을 부양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도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급여를 받고, 함부로 대해지고… 그 친구가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 이후로도 계속 비슷한 일이 많았고요.

 

살다보니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데, 그러려면 일한 대가가 정당하게 지불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참 많더라고요.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때, 일하러 온 사람인데 노예인 양 취급받을 때… 저도 아르바이트 하고 나서 떼여본 적도 있고, 공지와 다른 업무로 힘들었던 적도 있고(웃음). 저도 늦게 알긴 했어요. 야간근무수당 같은 거 쳐줘야 하는 거.”

어린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그저 용돈벌이로만 치부되는 일이 아직도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점들이 아쉽고도 분하게 느껴졌습니다.

 

 

말하는 대로 사는 삶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질문에, 기부회원님께서는 쉽고도 어려운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말하는 대로 사셨던 분들은 대부분 성인들이셨죠. 예수, 공자 이런 분들. 어떻게 보면 그런 분들은 거꾸로 삶에서 얻은 것들을 말로 하셨고… 살면서 얻은 것을 말하고, 말하는 대로 사는 삶,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오늘부터 반성하고 그렇게 살겠습니다.(웃음)”

 

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기부회원으로서 공감에 바라는 점을 여쭈었더니, 놀랍게도 공감을 너무나 꿰뚫어보는 듯한 답변을 해 주셔서 저희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감히 바랄 게 있겠습니까. 다들 건강하시고, 밤새지 마시고… 어느 조직이나 초기 정신과 마음이 세월이 흘러도 유지되는 게 힘들잖아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환경과 상황이 바뀌어서 생각이 변할 수도 있고. 이상으로 삼았던 것들을, 현실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게 되고. 초지일관하는 자세였으면 하는 말씀을 감히 드려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건강하시고.”

 

 

 

 ‘우리의 것을 우리에게 돌리는’ 세상을 향하여


인터뷰 중, 기부회원님이 수업에서 인용하셨던 시 중 하나로 이용악 시인의 ‘기관구에서’를 언급하셨습니다. ‘오랑캐꽃’이나 ‘그리움’ 같은 아름다운 시를 썼던 사람도, 때에 따라 사회적 문제나 인권,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용하셨던 시라고 합니다. 결국은 우리의 것을 우리에게 돌리는 세상이 올 것을 믿으며,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에 공감도 함께하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겁게 나누어주신 이야기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길, 세상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글_허자인(23기 자원활동가)

사진_박인영(23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