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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진정한 아동복지를 꿈꾸는 – 노혜련 기부회원님


 

 

2009년부터 계속되어 온 공감의 기부회원 인터뷰. 공감의 인터뷰 역사상 최초로 귀여운 반려견도 자리를 함께 해주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노혜련 기부회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노혜련입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이고 현재는 사회복지대학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동복지와 학교사회복지 그리고 강점관점실천실기라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 강점관점실천실기

 

 “기존 사회복지실천은 주로 ‘문제’에 초점을 맞춰요. 전문가는 이용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고 사정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안합니다. 그런데 강점관점실천은 ‘이용자 본인이 자신의 삶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접근하죠. 그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죠.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잖아요.”

 

“수업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변화를 함께 찾아가고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도우려면 어떻게 대화하고 질문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이용자와 함께 방법을 찾아가고 돕는 일련의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죠. 학생들이 짝을 바꿔가며 자신의 작은 고민을 상담하는 역할극도 하고, 상담 영상을 시청하고 함께 토의하는 등 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면서 진행하는 활동 위주의 수업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계기로 사회복지에 관심이 끌렸고 직업까지 연결되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음… 우연이랄까요…? 저는 문리대를 다녔는데 그 당시에는 3학년 때 전공을 정하게 했어요. 원래 사회학과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학문을 응용해서 직접 실천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 우연한 만남, 그렇게 시작된 사회복지

 

“크리스마스이브였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호텔을 가셨는데 그곳에서 홀로 한국에 여행을 온 한 호주인을 만나셨대요. 아버지께서는 처음 만난 그분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셨죠. 그런데 마침 그분이 사회사업가였어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 저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공을 사회사업학과로 결정하게 되었죠.”

 

“그 당시 사회사업이라 하면 자원봉사와 비슷하다고 많이 생각했었어요. 사회복지는 개인의 심리도 고려하지만 사회 환경의 영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학문이에요. 개인의 문제는 종종 상담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와 연관된 사회적 차원까지도 고려해야 하지요. 가령, 미혼모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요. 이런 미혼모가 아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으려면 사회 제도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지요. 이렇게 사회복지학은 개인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제도를 동시에 생각하는 학문이기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 제 선택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 다양한 실습 그리고 입양에 관한 관심

 

 “실천학문인 만큼 학부 때는 3학기 동안 실습을 했었어요. 졸업 후에는 홀트의 해외입양부와 미8군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남편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미국에 가서 일년여 동안은 자원봉사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전화 상담을 했지요. 그런 후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미국의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은 실습이 주를 이루죠. 그래서 2년 동안 장애아동 관련 기관과 가족상담소에서 매주 2~3일씩 실무경험을 했어요. 대학원 졸업 후에는 미국의 입양기관과 대학 상담실에서 일하였는데 일하다 보니 제가 더 연구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생겨나서 박사 학위까지 결심하게 되었어요.”

 

 

 

 

 

 

# 가족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이 절실해

 

“사실 한국 홀트에서 일할 때만 해도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어요. 입양은 단지 아름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왜 아직도 우리가 해외입양을 보내야만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입양실천에서는 아동 최선의 이익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선진외국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입양실천의 철학과 노하우가 거의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외국의 경우 입양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고민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아동학대가 발생하면우선 아이가 원가정에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집중적인 서비스를 지원하죠. 그래도 가정에서 아이를 잘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개입하여 주로 위탁가정이나 그룹홈에서 아동을 일시보호하고 가능한 한 빨리 다시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동시에 가정법원은 이런 서비스가 잘 제공되는지 지속해서 감시합니다. 아이가 가족의 품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일 년 이내 복귀가 안 되는 경우에만 영구위탁가정이나 위탁입양을 보내도록 허용합니다. 이렇듯 선진외국에서는 아동학대 관련 서비스와 일시보호 서비스인 그룹홈과 위탁가정, 영구보호 서비스인 입양이 모두 아동 최선의 이익 보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이 모든 서비스가 각각 분절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아동복지 서비스는 다 연결되어 있는데 말이죠.”

 

한국에 돌아와 노혜련 기부회원님께서는 학교 안팎으로 많은 활동을 하십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과 배움을 나누고 학교 밖에선 아동복지 개선을 위한 사회적인 논의에 앞장서고 계시는데요.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노혜련 기부회원님께서는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  최선의 아동복지는 가족복지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그 가정을 도왔다면 그런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문제를 병리적인 현상으로만 바라봅니다. 즉,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이죠.”

 

“외국에서는 아동복지를 별개의 문제로 취급하지 않고 ‘가족복지’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룹니다. 최선의 아동복지는 가족복지라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먼저 원가정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부분이 미약해요. 원가정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제도보다는 시설, 위탁가정, 입양 등에 대한 정책이 우선시 되고 있어요. 아동복지에 대한 사고가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원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요. 진정한 아동복지의 대변자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모두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하겠지만… 과연 아이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지 좀 더 철저히 성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왜 키우냐? 시설에 갖다 맡기지….”

 

“제가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많은 빈곤가족은 종종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본대요. 그렇게 힘든데 왜 아이를 키우느냐고, 시설에 갖다 맡기면 되는데 왜 굳이 키우냐고요. 우리 사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를 잘 키우려 애쓰는 사람들을 지원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아이를 버리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아파요.”

 

 

 

 

#  공감과의 인연

 

노혜련 기부회원님은 소라미 변호사와 황필규 변호사와 함께 아동복지 관련 일을 하다 공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동복지, 특히 입양 문제와 관련해서 소라미 변호사와 황필규 변호사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어요. 변호사라 하면 보통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그런 사회의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진정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계세요. 물질적 보상이 적은데도 사회적으로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이죠”

 

“저는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돼요’하고 흥분하는데 (웃음), 이분들은 법과 제도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바꾸도록 구체적인 일을 참 잘하시더군요. 정말 중요한 분들이에요. 이런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고 고마운 마음으로 선뜻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곳이기에 공감이라면 안심하고 후원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들었어요. 제가 공감에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인터뷰 내내 조용히 곁을 지키던 귀여운 반려견 에코와 함께

 

 

 

 

#  공감에 한마디

“열악한 여건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우리 사회 인권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잘 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 함께 살려 나가셔야 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안 됩니다 (웃음). 너무나도 중요한 일들을 하고 계시니까요.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노혜련 기부회원님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귀여운 반려견 에코와 함께하여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는데요. 인터뷰 중에 기부회원님은 진정한 아동복지의 대변인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을수록 기부회원님이야말로 아동의 입장에 서서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대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이 있듯, 물론 입양이란 제도는 아름답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각종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대한 사회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품 안에서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원가정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입양이 필요 없는 환경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요?

 

 

(글/사진_ 24기 자원활동가 임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