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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장애가족, 패러다임을 깨다 – 남영 기부회원

 

  스스로를 ‘주부’이고 ‘엄마’이며 ‘며느리’라는 역할이 우선인 사람으로, 지금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운영위원이면서 회원고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이가 있다. 자폐와 그의 연결고리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 남영 기부회원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인권을 찾다

  남영 기부회원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언뜻 보면 잘모르지만 그의 아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그가 자폐와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제가 사람들을 좋아하고, 말하는 걸 좋아해서 활동하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모든 경험들이 아들의 장애를 중심으로 해서 저는 굉장히 제가 꿈꿔왔던 것 보다 더 높은 종류의 보람이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삶이나 활동에 멘토가 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어요. 장애라는 화두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 꺼내기 되게 쉽거든요. 아들의 장애가 아니었으면 제가 감히 접근을 할 거라 생각도 못했던 그런 분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문이 열렸죠.”

  아들이 자폐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그는 장애에 대해 눈을 뜨고 다양한 공부를 시작했다. ‘의식의 무장화를 진행했다’고 그는 표현 한다. 특히 아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며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인권도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단단해지다

  그는 네트워크를 통한 목소리 키우기에 관심이 많다. 그는 아들이 포함 된 자연발생에 가까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그가 최종적으로 꾸고 있는 꿈이라고 했다. 문득 이 꿈을 꾸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들이 음악을 하는데 그것으로 상을 받을 정도로 잘하는 아이에요. 그래서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뇌전증(간질)이 왔어요. 우리 아들 하나만 잘 키워서 될 것이라는 생각이 거기서 무너지는 거예요. 그 때부터 생각이 많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결국은 아들이 사회에서 사는 것이고, 사회에서 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혼자 잘나도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돈이 많고 능력이 있더라도 사회 전반적 인식이 바뀌지 않고, 아들이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는 장애는 결함도 특권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장애인 가족의 패러다임을 깨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도 지금처럼 당당하게 장애인 가족이라고 이야기하게 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보통 장애인 가족이라면 일반적인 고정관념이 있어요. 칙칙하고 위축되는 이미지가 강하죠. 저도 다르지 않았어요. 아들이 심각했을 때에는 정말 동네 개한테도 미안하다고 하고 다녔어요. 학교 보내도 너무 미안하고 떠들어도 너무 미안하고…… 내가 부끄러워서 아들을 억지로 조용히 시켰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안 되어서 그런거거든요. ‘우리 아들이 장애가 있으니까 너희가 뭘 해줘야 해’라고 이야기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아들이 장애가 있다. 어쩌라고? 나도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아들을 감싸 안으면 결국 다른 사람들도 이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때문에 그에게 우선순위는 ‘장애 부모의 인식개선’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일들이 가정을 통해 발생하는데, 부모가 자신의 자녀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결함으로 생각한다면 타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장애가족이 당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인식개선’을 이야기하고 장애가족들을 위한 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진정한 보호자를 꿈꾸다

  2015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법률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법률제정에 있어서도 이왕 만드는 김에 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서 제정하자는 의견과 시작에 의미를 두고 큰 틀을 만들자는 의견으로 나뉘었었다. 그 역시 이에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 갖춘 상태에서 시작을 하려고 했으면 아들과 함께 많은 시도를 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대해 그는 어떤 기대를 품고 있을까. 

  “가장 큰 기대는 저희 아들이죠. 우리가 죽고 나서 아들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잖아요. 그 기준은 내가 아들이랑 살 때, 아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 그렇다고 제가 아들을 금지옥엽으로 키우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 집에서는 머슴이에요. (웃음)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기 의견을 정확히 표현을 할 줄 모르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들한테 인권이나 자신들의 권리를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이 부모 사후에도 정부로부터 진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이 법이 그 근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법을 통해 국가가 진짜 보호자가 되어주는 거죠.”

  장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 보다 체계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 이를 실현하고자 그는 오늘도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함께하는 이들과 장애,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받아들여 보세요. 인종과 가치관, 배경문화가 다르듯 자폐성 장애인은 그러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인정하는 벽을 허무는 거죠. 그렇게되면 서로 존중하게 되고 결국에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이 낮아지지 않을까요?” 

  그를 비롯해 장애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여기까지 오는 데 기울인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려본다. ‘자폐국’이라는 문화에서 온 사람들. 그들의 인권에 날개가 달린 모습을 상상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글_송다솜(20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