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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나’와 ‘우리’가 함께하는 마음 – 강세라, 강세희, 강경두 님 가족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하다(The ordinary can give us the greatest happiness)’는 영어 속담이 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강세라, 강세희, 강경두 기부회원의 아버지인 강성욱님은 당신의 가정은 정말 평범해서, 인터뷰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부회원의 가정은 평범함 속에서도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광주의 어느 곳에서 알콩달콩, 티격태격 살아가는 일상이 이 가정을 평범하고도 행복하게 만들었다면, 온 가족이 함께 세운 지역아동센터는 이 가정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인터뷰 장소로 도착한 곳은 ‘나우리’ 지역아동센터. 학습, 체험, 놀이가 어우러진 방과후 공부방인 ‘나우리’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저소득가정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며,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처음 공부방에 도착했을 때, 열린 문 틈 사이로 공부방 선생님과 아이들이 기부회원의 가정을 반갑게 환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강세라 기부회원을 “세라언니!”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정겨운 첫인상이었다. 인사를 마친 뒤, 따뜻한 난로 불이 켜진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먼저 강성욱님에게 가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딸들이 저를 표현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 아빠는 정말 과묵해.” 그런데, 참 가족들은 재밌게 살아요. 큰 딸은 엄마랑 친구 같이 티격태격 지내고, 둘째는 고집이 좀 센 편이고, 막내는 아빠를 많이 생각해줘요. 얼마 전 다리를 다쳤는데, 다친 다리를 막내가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요즘 가족의 사랑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발에 깁스를 한 첫 날은 아내가 발을 씻겨주었고, 둘째 날부터는 세희(둘째)가 씻겨주고, 세라(첫째)가 마사지를 해주고, 경두(막내)가 핫팩을 가져다 줬어요. 아파보니까 가족에 대한 따뜻함을 더 느낄 수 있더라고요.”


 



과묵하지만 따뜻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고맙다, 얘들아.”라고 말했다. 그 순간 모두 함께 웃었다. 웃음을 타고 세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고마움이 흘러가는 듯 했다. 그리고 그는 강세라, 강세희, 강경두 기부회원의 어머니에 대한 설명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주변 사람들이 장가 참 잘 갔다고 말해요. 이게 제 마음의 적절한 표현이네요.” 그 상황이 재미있는지 3남매는 연신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3남매. 함께 있기만 해도 온 집안이 가득 찬 느낌일 것 같다. 3남매의 어머니인 신미순님은 세 자녀를 보면 ‘오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제가 늦게 대학 공부를 했어요. 학교 가거나 시험을 볼 때 두 딸들이 막내를 봐줬죠. 큰 애는 막내를 많이 좋아하고 예뻐해요. 막내도 큰 애를 따르고요. 그런데 막내와 둘째는 그렇게 싸워요. 서로 앙숙이에요.(웃음) 그러면서 결정적일 때는 또 서로 생각하고요. 이럴 때는 피를 나눈 형제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라도 방언에 ‘오지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실속이 있다는 뜻이에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야말로 오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흐뭇하고, 뿌듯하죠.”


 



이 ‘오진’ 가정은 나눔을 할 때도 알찬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인 강성욱님은 공감의 변호사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세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은 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인 신미순님도 국제구호개발 NGO에 세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본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자녀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저희도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인들로부터 아름아름 후원을 받고 있어요. 후원을 받을 수만이야 없죠. 받은 만큼 다시 베풀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동센터에서도 아이들에게 이다음에 성장했을 때 받은 것을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자라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권면하고요. 지금은 부모가 후원해주고 있지만, 나중에는 “너희들 혼자의 힘으로 후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아이들이 곧잘 따르는 것을 보면, 눈으로 보는 교육이 은연중에 아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강세라, 강세희 기부회원은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을 아껴 후원을 하고 있었다. 후원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강세라 기부회원이 내년에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강세희 기부회원은 작년에 학교에서 지원하는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 참가해 필리핀의 난민학교에서 배식 봉사, 교육 봉사 등을 했다. 이것이 ‘밖에서 하는’ 활동들이라면, 지역아동센터의 놀이 봉사, 교육 봉사는 ‘안에서 하는’ 활동들이다. 이 가정에게 봉사, 나눔, 기부, 후원의 활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그 주축은 온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나우리’ 지역아동센터였다.


 



“지역아동센터의 시초는 공부방이었어요. 공부방에서의 봉사는 빈민운동으로 시작을 했죠. 성당을 다녔는데, 본당 신부님이 젊은 청년들이 빈민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셨어요. 그리고는 당신들의 사비를 신자들에게 전세자금으로 방을 하나 얻어주고, 공부방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우셨어요. 그래서 성당의 청년들이 학습봉사, 간식 봉사, 놀이 봉사 등을 한 거죠. 그 경험을 토대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센터장이 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철학, ‘어려운 아이들이 손을 뻗었을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아동센터 운영에 담아낼 수 있었어요.”


 



센터의 아이들이 센터장을 가깝게 생각하는 것은 어렵기 마련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공부방의 아이들은 오갈 데가 없을 때 센터장의 집을 찾아갔다. 차가운 새벽, 한 아이는 아파트 주위를 한참 동안 서성이다 벨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가족들은 문을 열어주고, 아이가 잘 씻지 못했을 때 따뜻한 물로 씻겨주고, 끼니를 걸렀을 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나우리’는 아이들이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 손을 잡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와 ‘우리’가 함께하자는 마음은 가족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실한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였으면 해요. 기회조차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잖아요. 가정환경이 열악한 경우, 편견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여타의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해서, 성실하게만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본인의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치적으로는 잘못된 걸 지적했을 때, 좌, 우로 몰아가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요. 경제적으로는 소외계층도 돌보는 사회.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부모님의 말에 강세라, 강세희 기부회원은 “엄마, 아빠 말처럼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사회요.”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세 기부회원은 한 가족이었지만, 모두 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맏이인 강세라 기부회원은 밖에서 모금함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주머니에 있는 적은 돈이라도 꼭 넣는다. 따뜻한 성품은 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이 봉사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둘째 강세희 기부회원은 새해 소망을 “가족의 평화”라고 재치 있게 말할 만큼, 재미있고 활발하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유쾌하게 이끄는 힘은 그가 보여주는 리더십이기도 하다. 막내 강경두 기부회원은 어렸을 때 길거리에 있는 돌을 화석이라고 주머니에 담아올 정도로 호기심이 강하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읽었던 책 때문일까. 막내는 말 한마디로도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환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정신 보건 전문 간호사가 되고 싶은 맏이 강세라 기부회원, 가르치는 달란트를 가지고 교사를 꿈꾸는 둘째 강세희 기부회원, 새벽 미사에서 하얀 옷을 입고 신부님을 돕는 복사(服事)를 하기 위해 전 날 밤부터 그 옷을 입고 잘 만큼 책임감이 남다른 막내 강경두 기부회원. 이 3남매가 앞으로 살아갈, 그리고 만들어갈 사회가 앞서 소망한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가 아닐지 기대해본다. 공감도 그 소망대로 소외된 이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마음으로, 행동으로 뜨겁게 움직여야함을 느꼈다. 이번 가족 인터뷰를 위해 모두 바쁜 시간을 내어주었는데, 그 따뜻한 마음과 정성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_ 정소망 (18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