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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공감을 지지하는 작은 풀뿌리랍니다 – 최서연 기부회원님




2013년 새해, 방학을 시작한 서울의 어느 특별한 교실을 방문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특별한 교실, 바로 지역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원불교 교무로 일하는 최서연 기부회원을 뵙기 위해서다. 말로만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며 으름장을 내듯 그녀가 사무실 겸 교실로 쓰는 공간의 벽과 천장 곳곳에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솜씨를 보인 그림과 글씨가 가득하다.
 
모두가 자유롭게 오고 가는 열린 교실이에요
 
“과거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쳤어요. 그러던 중 이 지역에 있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교육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이곳에서 그녀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열게 된 거예요.”
 
12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강산이 변하는 동안 한국어 교실은 여러 가지 고충을 겪으며 그녀만의 방식으로 굳건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수업을 반복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통 일이 아닌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녀는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한다.
 
“처음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만 해도 시간과 진도의 체계를 갖추어 수업하려 했었어요. 그런데 이주여성들 중에는 체계적으로 맞추어진 수업에 꼬박꼬박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요. 아이가 갑자기 아프기도 하고, 수시로 어린이집 행사나 가정에 일이 생기기도 하니 결석이 잦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녀들에게는 학생 위주의 맞춤형 수업이 필요하죠. 한국어 수준과 가능한 시간에 따라 반을 나눠주고 진도를 맞춰주다 보니 학생 한 명만 두고 수업할 때도 있어요.”
 
그녀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그녀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엄마 역할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작은 교실을 찾는 이주여성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다.
 
“학생들이 이곳에 오면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생기니 우선 좋고, 또 살면서 답답한 것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더 좋잖아요. 모였다 흩어지는 것도 자유롭고요. 아무도 내가 필요하지 않아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으면 문을 닫을 텐데, 학생들이 계속 친구들을 데려오니 저도 늘 문을 열어두고 있죠.”
 





감사함을 느끼며 사는 것이 행복이지요
 
그녀는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공부해 얻은 공학박사의 길을 버리고 출가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왜 가진 것을 포기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스스로 포기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학위와 무관한 일을 하니 그것을 버린 셈이 될 수도 있지만, 공부하는 동안 내면에 쌓인 지식과 힘은 지금의 그녀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사실 저는 박사과정 공부할 때까지 부모님과 주위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어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사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았고, 내가 잘나서 공부하고 있는 줄 알았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단 생각을 미처 못 했었지요. 나중에서야 그것이 배은임을 깨달았어요. 알고서 배은할 수도 있지만 감사함을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 배은이에요. 내가 지난날 많이 배은하고 살았으니 앞으로 남은 삶은 보은을 하며 살겠다며 결심했고, 이왕이면 대충하지 말고 오롯이 보은하고 싶어 귀의하게 됐어요.”
 
그녀는 세상 모든 소수자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녀 자신도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한 부분을 맡아 일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공감에서 당신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일에 힘써주니 고맙다고 전한다.
 
“과거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에서 활동할 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인권침해에 관해서 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법을 잘 모르기에 법률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법을 잘 모르면 인권 침해를 당할 수 있더라고요. 그때 공감을 만났고,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고 약자를 위해 일하는 공감을 보고 감동받았어요. 이에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후원하게 됐어요. 내가 못하는 걸 하시는 분들의 일에 함께하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작은 발걸음이 모여 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듯이, 공감이 계속 공익을 추구할 수 있으려면 풀뿌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작은 풀뿌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인권을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한다. 누구든, 어떤 환경에서든, 무슨 일을 하든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저는 고민이 없고 속박도 당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고민이 생기면 다른 이들과의 수다를 통해 풀어버리든 혼자 수양을 하든 자신의 방법으로 일단 내려놓으세요. 버리고 비우는 것이죠. 버리는 것이 때론 다른 사람을 향한 나눔이 될 수도 있어요.
 
똑같은 돈을 가지고도 어떤 이는 행복할 수 있는데 어떤 이는 부족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예요. 일단 내 마음에서부터 내가 인권을 가지고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껴야 해요. 그리고 사회가 그것을 방해할 때는 저항해야지요.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부족하더라도 서로 나누면서 부족함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특권을 가진 몇 사람만이 존중받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이요.”
 
환경을 위해 몸을 더 움직여 보세요
 
환경에 관심이 많아 환경단체에도 꾸준히 기부하고 있는 그녀는, 센터로 사용하는 집의 곳곳에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었다. 옥상에 설치된 태양에너지 발전 시설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지렁이 화분까지, 생활 전반에 절약과 친환경을 실천하는 그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최소한의 난방기구와 조명만이 켜져 있었다. 그마저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평소 소박한 그녀의 모습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집은 대기전력이 제로에요. 컴퓨터나 TV도 안 쓸 땐 플러그를 빼놓아요. 물도 받아서 쓰고, 빗물도 활용하지요. 지난여름엔 비가 유난히 많이 와서 빗물을 받아다 화장실 청소 등의 생활용수로 썼더니 수도세가 훨씬 줄었어요. 에너지를 아끼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자연적인 걸 활용하려면 몸을 좀 움직여야 해요. 지금처럼 편하게 살다가는 언젠가 큰 재앙이 닥칠 수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 그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한 에너지는 만나는 이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새해 새롭게 도약하는 공감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멋진 이웃이 되어주세요!”
 

글_ 배현아(16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