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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자인터뷰]기뻐서, 행복해서, 좋아서 -클래식 기타장인, 명노창 기부자님을 만나다





 

이제는 제법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다. 가을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로망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기타의 선율과 닮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 로맨틱한 계절의 길목에서 클래식 기타 장인, ‘명노창기타공방’의 대표 명노창 기부자님을 만났다.


 



# 기타의 매력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 매력(魅力)의 사전적 정의이다. ‘매력’이란 단어가 가진 힘은 참 놀랍다. 매력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어떤 일이든 매력적이라고 느끼면, 우리는 그것에 매료되어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 명노창 기부자에게 ‘클래식 기타’ 혹은 ‘클래식 기타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죽은 나무가 살아납니다. 그리고는 소리를 내지요. 아무리 봐도 참 매력적인 일입니다. 아버지가 소목장 목수였는데, 늘 ‘나무는 죽어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살아있다. 경외감을 가지고 만져라’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기타를 만드는 일은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악기를 만든다’는 기쁨이 있지만, ‘생명이 깃든 나무를 다룬다’는 기쁨 또한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명노창 기부자는 바로 여기에서 매력을 찾았고, 기쁨을 찾았다. 죽은 나무를 잘 재단하고, 소리를 내는 기타를 만드는 창조적인 과정에서의 희열이 그가 20여 년 간의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기타공방을 만들게 한 힘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분들이 힘드시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현실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임금은 박하고, 정년보장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자아실현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의적인 일을 할 수도 없었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95년부터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어렵게 만든 기타를 누군가가 산다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내 재능을 팔아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지요.”


 


회사를 그만두고, 프로 기타 제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 3년 전일이었다. 처음 1년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꽤 힘들었지만, 이제는 클래식 기타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기타공방으로 자리를 잡았고, 요즘에는 주문이 3~4개월(치)씩 밀려있어서 조금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 기부의 매력




 


“사회 운동과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관계로 기부보다는 우선 자가용을 버리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게 환경을 생각하는 첫 걸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자가용은 없습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본격적으로 기타를 제작하면서,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명노창기타공방’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세 개의 배너가 눈에 띈다. ‘어린이문화사과’,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이 모두가 명노창 기부자가 기부하고 있는 단체이다. ‘명노창기타공방’에서 판매되는 기타 가격의 1%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네르바 사건을 통해 ‘공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감’에 있는 정정훈 변호사가 제 고등학교 친구인데, 그 친구 얼굴이 TV에 나오더군요. 마침 기부처를 찾고 있던 차에 잘됐구나 싶었지요. 인권과 공익을 위한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실, 인권은 가난한 자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굳이 인권을 주장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런 것 없이도 잘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의견이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인권은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면, 그리고 우리가 주장하는 모든 것의 가치가 동등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공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적어졌을지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 조금은 슬프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부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중개자일 뿐입니다. 결국 기부는 제 기타를 사신 분들이 하는 셈이지요. 저는 다만 그것을 어디에 기부 할지 분배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홈페이지에 배너도 올리지 않고 기부를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고객들이 지불하신 금액이 어디에 기부되고 있는지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배너를 올렸고, 그 덕에 많은 분들이 칭찬도 해주셨지요. 심지어 어떤 분께서는 저를 ‘공익활동제작가’라고 지칭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원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참 뿌듯했습니다.”


 


매번 기부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눔의 영향력은 그 힘이 참 세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다. 사회를 바꾸는 힘은 거대한 권력에 있지도 않고, 영웅적인 한 개인에게 있지도 않다. 사회를 지탱하는 사람들의 작지만 아름다운 마음,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공감’기부자 인터뷰의 가장 마지막 질문이다. ‘기부자님에게 인권이란? 공감이란? 그리고 기부란?’ 각각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는 조금은 어려운 질문이다. 명노창 기부자님의 답변으로 이번 기부자 인터뷰를 갈음하고자 한다.


 


“인권은 평등이고, 공감은 내 가치를 대신 실현시켜주는 대리자, 그리고 기부는 기뻐서, 행복해서, 좋아서 하는 거 아닙니까.”


 


글_김민욱(13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