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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탐방] 국민참여재판에 다녀와서 – 공감 8기 인턴 김보영


 


 


 국민참여재판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쪼잔한 성격 덕분에 부족하거나 아쉽다 싶었던 작은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유도 될 것입니다. 배심원들도 대부분 법학적 지식이 없는 상황이고 보면, 하나의 배심원이 될 수도 있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이렇게 국민참여재판 방청기를 올려봅니다.


 2008년부터 시작되어 5년간의 시행결과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 근거하면, 전체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의 개선을 위한 방청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재판 중에 개인적으로 저의 눈에 비쳐진 문제점 위주로 작성을 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저의 방청기는 전문적인 법학지식을 기초로 하지 않은 일반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기 때문에 재판의 관계자들에 대한 시각은 저만의 시각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절차상 그분들의 행동에 잘못 없을 거라는 사실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개인적으로 5시간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도 않았고, 사법개혁의 역사적 장소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 뜻 깊고, 흥미진진했으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 개인정보 및 기본적인권의 문제




  피고인의 경우 아직 범죄사실의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처음 법원 방청을 하게 된 입장에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재판 시작과 함께 피고인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재판과정에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이외에도 일반방청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신상정보를 그대로 밝히는 것이 기본적인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고인의 범죄가 확정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피고인을 “그냥 <범인>이라고 하세요”라는 판사의 지적에도 놀랐었습니다. 법원행정처에서 배부하고 있는 [법원안내서]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될 때 까지는 아무런 죄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원칙.




  피해자의 경우에도 놀랐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올 때 방청석에서 얼굴을 볼 수 없게 가림막 같은 것을 올렸는데, 바로 치우게 하여 일반 방청객들이 피해자를 바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무거운 범죄를 다루는 형사재판에만 해당하는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 피고인의 지인이나 가해자로부터 다른 보복을 당할 우려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의 경우 여성으로선 다소 수치스러운 사건인데도 일반방청객들에게까지 얼굴이 노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오타쿠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정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여 다른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일본 영화 중에서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여러 면에서 초동수사와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그 영화 속에서 치한사건에 집착하여 관련된 재판에 모두 방청하면서 피고인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 여학생의 경우는 방청석에서 볼 수 없게 가림막을 했는데, 만약 가림막이 없었다면 그 여학생 또한 그 오타쿠의 관심 목표에 들게 되고, 그러면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들이 오타쿠의 경향을 보이는 모습이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재판제도도 그러한 상황까지도 고려하여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제2, 제3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2. 재판 진행의 미숙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만 최대한 간략하게 느낀 바를 적어보려 합니다.




  재판부 측 –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된 지 이제 막 1년이 넘어섰습니다. 준비하고 익숙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할 기간이 짧은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아주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해결될 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재판이 전체적으로 산만했으나 이를 제지하거나 정리하는 모습을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말하고자 하는 산만했다는 것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방청객들 쪽에서의 문제였습니다.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소리들 때문에 한동안은 전체적으로 재판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재판부나 법원 관리자들이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었나 생각합니다.




피해 우려가 있는 증인에 대한 문제는 첫 번째 주제 부분에서 말씀드렸으나, 그 부분을 진행의 미숙 측면에서 보자면 증인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갈지 몰라서 재판장 옆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방청객들이 있는 공간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나가는 과정에서 법원 관계자들의 적절한 안내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 측 – 여러 사건을 처리하고 업무에 시달리는 검사들의 입장은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사회에서 형사재판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범죄자로 낙인을 찍을 수도 있는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는 여러 진술에서 피해자 증인 심문 때 전혀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기정사실인양 모두진술에서 밝히는 등 조사과정이나 재판준비에 너무나 소홀한 것 같았습니다. 배심원들과 일반 방청객이 참여하는 재판이고 보면, 절차나 심문 과정에 대한 모의심문과 같은 연습이 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증거자료를 제출하거나 스크린에 증거자료를 보여주는 과정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습니다. 




  변호사 측 –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 역시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배심원들에 대한 전략차원인지는 몰라도 너무 핵심과 동떨어진 사실에 집착하거나, 한번 진술한 사실들을 여러 번 반복하는 등 재판이 지연되는데 상당한 역할은 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증인 측 – 피해자였던 증인을 포함하여 다른 증인 대부분이 판사, 검사, 변호사의 질의에 정확히 대답하지 않고 심증을 사실인양 대답한다든지, 질문과는 상이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 또한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3. 재판 참여자의 태도




  검사의 경우 원래 그런 것인지, 재판의 전략상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저의 개인적인 편견인지는 몰라도 거만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검사 측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삐딱하게 앉아서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듯 보였습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상황에서 오해의 여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4. 로스쿨 도입 취지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고는 국내에 로스쿨의 도입이 필요한 것이었다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재판이 단지 법적 해석만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사건을 법에 적용하여 진행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방청한 사건의 경우 법적 해석보다는 사실관계가 더욱 중요한 사건이어서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법학적 해석을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재판의 진행이나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사회적 비용문제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손상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닙니다만, 재판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하루에 배심원 후보자에게 5만원, 배심원이 된 사람들에게는 10만원의 일당이 지급되는 것을 보면 오늘 재판에서만 배심원들에게 200만원 안팎의 비용이 지불 되었을 것입니다. 검찰 측의 수사비용이나 피고인 측의 변호에 필요한 비용, 법원의 재판진행이나 관련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재판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할 것인데, 이는 결국 우리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일 것입니다. 법적 분쟁이 없는 사회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조금이나마 줄어들도록 노력한다면 재판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줄여 복지정책과 같은 다른 사회영역에서 더 가치 있는 곳에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범죄의 사실이 확실한 경우는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겠지만, 검찰이 기소에 있어서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창의성 발휘




  사건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 밝히기는 힘들지만, 재판이 끝난 후 식사자리에서 로스쿨에서는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다원적인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우리 국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를 최근 들어 종종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검찰 측의 예만 들어보면, 단순한 시각으로 사건을 진행했을 때 상황이 피고인 측에 유리한 경우 끝까지 단순한 시각으로 어떻게든 유죄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사건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창의적인 시각만이 아니라 그 창의적인 시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창의적인 증거수집이나 수사진행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7. 법률시장 개방




  WTO체제에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벌률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서구 선진국의 거대 로펌(대부분 미국 로펌)들이 국내 법률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되면 경쟁력 없는 국내 변호사들은 제대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되어 도태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떻게 법률체계나 법률내용 자체가 다른 미국의 변호사들이 국내 변호사들을 법률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할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변호사들이 국내에서 변호사 자격을 인정받는다해도(그 사실 내용은 모르지만) 한국법에 근거한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배심원제도가 정착되어 대형 로펌의 경우는 재판 전에 모의 배심원까지 일반시민들을 무작위로 선발하여 시뮬레이션 예행연습을 하기도 하면서까지 재판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배심원 재판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거대한 자본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 내에 로펌을 설립하여 국내변호사를 채용하게 되면 배심원제도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내의 법률시장은 외국자본의 로펌이 장악하게 되고, 한국인 법조인들은 단순히 그들의 고용인으로만 역할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겠으나, 오늘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고 나서, 이렇게 준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대해 한국의 법조계가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저의 예상이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세상을 낮은 자세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르침을 준 <공감>과 국민참여재판 방청의 계기를 마련해 주신 <참여연대>와 “모든 상황이 동일할 때, 보다 없는 사람, 보다 약한 사람의 편에 설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법적정의가 아닐까”라고 말씀해 주신 한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국민참여재판 후기를 끝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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