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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 집시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며_염형국 변호사

우리나라 헌법 제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중의 하나인 집회의 자유를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집회에 대한 경찰의 사전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다른 인권에 비하여 더욱 강하게 집회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미선이·효순이가 치여 숨지게 된 사건은 온국민의 공분을 일으켜 전국적으로 둘불 같이 항의집회가 진행되었고, 2004년 3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자 또한 수많은 국민들이 탄핵반대를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서 촛불집회를 하였다.

이렇듯 집회의 자유는 의사표현의 자유가 주요 언론매체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대중들, 특히 사회적 약자 그리고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원리인 다수결의 원리가 단지 다수에 의한 결정만을 의미하지 않고 다수와 소수간의 자유롭고 활발한 논의와 설득 그리고 소수자의 보호가 그 전제로 내포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다수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에게도 의견 표명의 장을 보장하여 이를 정책 과정에서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인 것으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집회의 자유는 공권력에 의해, 또한 법에 의해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다. 신고된 집회임에도 집회 참가자들을 겹겹이 포위하여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수십대의 채증 카메라를 동원하여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마스크·손수건 등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소지하고만’ 있어도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심지어는 법원에서조차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진행하겠다고 하는 집회도 교통방해가 된다며 그러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 개방을 하지 말라고 하며 FTA 반대집회를 하는 것, 회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가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지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라는 이유로, 저녁시간이라는 이유로, 주요 관공서 앞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여서는 안된다.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이 자신의 절박한 현실을 사회에 알릴 수 있는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집시법에서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신고제도를 규정하여 옥외집회에 대해 원칙적으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집회에 대해서는 미신고집회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행 집시법에 의하면 기자가 두 명의 취재원과 어떠한 사안에 관하여 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사전에 약속을 하고 만나는 행위도 관할 경찰서장에게 미리 신고하지 아니하면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공공의 질서유지 차원에서 미리 신고하고 집회를 하도록 하는 것인데, 단지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고 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와 전혀 상관 없는 이러한 행위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집시법의 위헌적인 내용에 대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놓은 상태이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여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헌법재판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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