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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칼럼] 모두 MB씨 덕분이에요 – 김덕진 사무국장


 

 지난 1월 11일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박정근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격 구속되었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uriminzok”이라는 계정의 글들을 리트윗(RT)하고 북한관련 동영상을 올리거나 북한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을 늘어놓은 것이 범죄사실의 전부이다. 난 박정근씨가 북한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당 당원이고, 북한정권의 3대 세습 등에 비판적 시각을 가졌으며 그의 북한 관련 트윗들이 대부분 농담이거나 풍자라는 사실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가 북한정권의 3대 세습에 적극 찬성하고 북한 찬양에 열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단지 트윗과 리트윗 384개로 구속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상황을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지난 1월 7일 이명박 정부의 국가보안법 오남용 실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한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즈」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몰론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조사받는 국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0년 한해에만 178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했고 67,300건이 글이 삭제되었다는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며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국가보안법이 이제 인터넷을 새로운 무대로 실적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조선․중앙․동아 등 한국의 메이저 신문들도 파악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을 태평양 건너 「뉴욕타임즈」는 알아낸 것이다.

 1948년 ‘국가보안법’의 제정될 때부터 국민의 사상 ․ 학문 ․ 의사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해 왔고, 수많은 사람들을 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심지어 사형까지 시킨 법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국가보안법이 왜 없어져야 하는 법이고, 왜 악법 중에 악법이라 하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수천명이 여의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노숙 단식 농성을 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했던 2004년 겨울. 대통령은 노무현이었고, 국회 다수당이 ‘열린우리당’이었던 그 때에 국가보안법 하나 폐지하지 못했던 우리의 무력함이 이명박 정부 4년간 수 백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만들었다는 안타까운 기억을 다시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독재시절 국가보안법으로 민주화 인사들과 진보적 단체들을 가두고, 고문하며 탄압했다면 지금의 독재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접속 사이트를 차단하고, 강제로 글을 삭제하고, 서버를 압수수색하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가두고, 참혹하게 짓밟고 있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의 불법 게시물을 삭제하기전 ‘사전경고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SNS선거운동 금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고 이를 수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일 전날까지의 SNS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방침을 발효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수차례 있고나서야 방송통신위원회도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경고제’라니. 어떻게 하면 이렇게도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정말 우습게 보는 것이 분명하다. 미네르바 사건과 PD수첩 사건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도 이 정부와 검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탄압을 해도 이제 국민들은 쫄지 않는다. 글 하나를 삭제하면 두 개의 글을 올리고, 카페 하나를 강제 폐쇄하면 서너개의 카페와 블로그가 생긴다. 대통령을 비하한다며 “2MB18NOMA”라는 계정의 사용을 강제로 중단시키자, 그와 유사한 계정 수십 개가 생겨났고, “2MB18NOMA”은 이명박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관용어구가 되어버렸다.

 

 이 정권이 어디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과 인터넷 통제만 강화했겠는가? 이명박 정권과 그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언론 장악은 그동안 정말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공개․비공개적인 검열과 편집권 간섭은 물론, 정권을 비판하는 기자나 PD들은 가차없이 좌천을 감수해야했다. 정권시작부터 KBS 정연주 사장에게 온갖 누명을 씌워 해임하고 고소했으나 얼마 전 정연주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YTN 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항의하며 독립성 수호를 위해 싸웠던 해고기자 노종면은 팟 캐스트 뉴스 ‘뉴스타파’로 앵커로 복귀했고 5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MBC는 김재철사장 취임이후부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편집권을 간섭하고 PD들을 좌천시키며 불공정 방송의 전형을 보여주다가 노동조합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MBC 노조의 파업이 일주일을 넘겨 9시뉴스는 15분 방송을 했고,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들도 결방되었다. 파업이 장기화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이나 ‘거침없이 하이킥’같은 드라마들이 결방되기라도 한다면 김재철 사장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걱정해야할지도 모른다.

 

 공중파 3사와 일간지 몇 개를 장악한다는 것은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세계최고 IT강국의 인터넷과 SNS로 대적할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시작된 아랍의 재스민 혁명과 중국의 웨이보 열풍, 지난 10. 26 서울시장 선거결과는 모두 맞닿아 있다. 통제하면 할수록, 억압하면 할수록 정권은 국민과 멀어진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벌어지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젊은 세대들이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의 아픈 곳을 찾아보게 되었고, 투표의 중요성을 깨달게 되었다며 “모두 MB씨 덕분이에요”라고 경의를 표하겠는가? 정권의 억압과 부패는 국민에게 더 많은 고민을 하게하고, 더 넒은 자유를 갈망하게 한다. 그 고민과 갈망들이 모여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12년 4월과 12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려했던 그 거짓된 권위와 탐욕의 시간들에 대해 분명 값을 치를 것이다. MB씨와 그의 사람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원동력이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끔찍했던 그의 임기 4년이었지만, 그래도 그가 해준 일도 있다. 세상에 온전히 나쁜 일이란 없는 법이니까.

                                                                                                    글_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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