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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턴활동후기]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6개월간,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시점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 도로는 산을 피하기 위해 곡선을 그리고, 강은 호수로 향하는 길을 따르고, 고압선 철탑은 발전소에서 도시로 이어지고, 땅에서 보면 제멋대로인 것 같은 도로들이 잘 짜여진 격자로 드러난다. 눈은 자신이 보는 것을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일치시키려고 한다. 새로운 언어로 익숙한 책을 판독하려 하는 것과 같다. 저 불빛들은 뉴베리가 틀림없어. 저 도로는 M4에서 가지를 친 A33이야. 그리고 내내 우리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우리 눈에 감추어져 있다뿐이지 사실 우리 삶은 저렇게 작았다는 것.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드문 세상이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매나 신에게는 우리가 늘 그렇게 보일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p.64





 


인턴으로서 마지막 공감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책을 읽던 중 특별히 눈에 들어온 구절입니다. 계속 ‘공감’을 머릿속에 넣은 상태로 책을 읽어서인지는 몰라도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설명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보는 땅의 모습을 보는 시각을 묘사한 글입니다. 지상에 있을 때는 나무와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상공에서는 한눈으로 모든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권에 대한 시각을 상공에서 땅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생각한다면, 지상에서 많은 것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상공에서는 보이게 되면서 인권에 대한 의식과 시각이 새로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공감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냥 흔히 있는 일’이라고,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그냥 어느 순간 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용산참사나, 홍대 두리반 사건을 보면서 법이 이들을 삶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제 머릿속 화두였고 마냥 화만 내던 시절 정말 우연히 공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과정에는 참 많은 요소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한 사람의 피해만을 생각하기는 힘들고 곳곳에 개입된 기업의 논리와 사회 정책,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종종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피해는 잊힐 때가 잦은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공감의 구성원들은 ‘한 사람’의 피해를 잊히지 않게 하려고 있는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책의 구절처럼 우리 눈에 쉽게 감추어질 수 있는 것들을 상공에서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공감 홍보팀에서 어떻게 하면 공감이 하는 이 좋은 일들을 잘 알릴 수 있을까,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만 하다가 6개월이 끝났지만 함께 일한 많은 인턴들과 좋은 만남을 가졌고, 좋은 시간들을 공유하였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구성원들이 작은 세미나를 통해 각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장애인권, 성소수자 인권 등의 분야에서는 최근 무엇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셨고, 화만 내던 저도 흥분을 가라앉히며 법이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세미나뿐만 아니라 월례포럼에서도 녹색정치, 대안개발, 환경운동, 홈리스 인권의 문제도 접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공감에서 주최하는 인권법캠프의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소수자 인권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캠프 스태프 활동은 아무래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기에 공감 인턴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입니다. 캠프 참가자들이 남겨준 캠프 후기들을 보며 캠프가 잘 진행되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지만 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많은 예비 법조인들을 만나면서 현재 공감 구성원들이 하는 활동이 계속해서 지속될 수 있겠다는 안도감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기합니다. 공감을 알게 된 것이 딱 작년 이맘때였는데, 벌써 이렇게 공감 활동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감’으로 제 머릿속이 가득했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제 삶에 ‘공감’이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공감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구성원분들, 함께 활동한 14기 인턴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마음을 이 작은 공간에 다 담으려니 힘드네요. 그래도 제 마음 다 아시죠? ^^

 



글_14기 인턴 안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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