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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터뷰] 다른 질서를 만들어 가는 행복 – 민주노총 법률원 송영섭 변호사



 


 


                                                                                               • 글_ 정정훈 변호사


 


이제 곧 공감이 설립 만 5년을 맞는다. 공감이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기 위해서, 다른 이들은 어떻게 5년의 시간을 보내왔고, 또 어떻게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민주노총법률원의 송영섭 변호사를 찾았다. 민주노총법률원은 2002년 1월에 설립되었다. 2004년 4명의 신입 변호사들이 공감을 시작하던 그 해에, 민주노총에도 4명의 신입 변호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송변호사도 그 중 한명이었고, 5년째 같은 자리에서 노동인권변호사로서의 전문성과 정신을 단단하게 벼려가고 있었다.


 



내부에 주목하며 천천히


 



법률원의 요즘 화두는 내부에 주목하며 ‘천천히’ 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5년간 법률원은 인원 구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떠나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2004년 당시 8명이었던 변호사가 지금은 5명이다. 떠난 변호사들 대부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법률원 출신으로서의 전문성과 정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법률원에는 적지 않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송영섭 변호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밀려드는 사건을 ‘처리’하면서, 소진된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그래서 요즈음 법률원은 사무실 재정 운영이 가능한 선에서 송무를 줄여가고 있다. 법률원이 반드시 해야 할 사건들을 선택해 집중한다. 그래도 밤 10시를 넘기고 밤을 세는 야근은 예사이지만, 조금이라도 만들어지는 시간은 내부의 ‘사람’에 주목하고, 함께하는 것에 사용한다.


 



사람에 주목하기 시작하자 사무실 전체의 일하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구성원들이 모두 제주도에 다녀왔다. 크게 무리가 되더라도, 별러서 기어코 갔다고 한다. 그 후 서로의 말길이 확 트이고, 앙금이 내려앉을 관계의 틈새가 없어졌다고 한다. 또 하나의 즐거운 전환이 되었다는 제주도 여행을 계기로, 또 한 명의 변호사가 법률원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뜻밖이지만 재미있다. 밤중에 한라산을 넘어가다, 제주도의 밤별에 취하고 ‘태고의 바람’에 매료된 한 변호사가 결국 제주도 행을 선택했다는 것. 입에 제주도를 달고 사는 나로서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린다는 그 변호사가 부럽기 그지없다.


 



최근에는 사무실에서 밥을 같이 해먹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사 먹는’ 편리를 버리고 밥을 같이 ‘차려 먹는’ 관계는 어지간한 ‘신뢰’가 없으면 시작 자체가 어려운 일일 터이다. 그런 제안이 나온다는 것이야말로 법률원이 사람에 주목한 효과가 아닐런지.


 



구성원의 재생산과 조직의 확대


 



신규 변호사 영입에 어려움은 없냐고 물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법률원은 일상적으로 연수원의 노동법학회와 교류하면서, 문제의식과 경험을 나눈다. 송영섭 변호사도 이전에 그런 과정을 거쳐 법률원에 함께하게 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이번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기수 중에도 2명이 같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며칠 전에는 노조 간부로 활동했던 분이 새로 합류했다. 새로 함께한 사람, 새롭게 함께 할 사람들이 법률원에 몰고 올 신선한 활력이 기대된다.


 



또 광주, 대전 지역의 법률원에서 일할 변호사도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법률원의 변호사가 지역에 장기간 파견되어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각 지역별로 법률원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의 지역적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도 법률원의 중요한 계획 중의 하나다.


 



반면에 공감은 재생산과 조직의 확대와 관련해서는 행복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엣 사람들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니 빈 공간이 생기지 않고, 조직의 확대도 재정적인 문제로 거의 한계점에 이르러 있다. 이 딜레마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대신 공감에게는 6개월마다 새롭게 함께하는 인턴들이 있다. 그들의 건강한 젊음은 늘 새로운 공감의 활력이다.


 



정책 기능을 강화하려는 노력


 



법률원은 최근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노력을 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과 관련한 의미 있는 소송들을 ‘기획’하고, 적절한 조건이 성숙할 때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정책 기능과 관련해서, 공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공감의 장점인 정책적 대응과 활동력이 더 넓은 분야에서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고맙고 과분한 평가지만, “글쎄요~” 말꼬리가 늘어진다.


 



동행한 인턴이 어느 때가 가장 행복하냐고 물었다. 송영섭 변호사의 재치 있는 답변은 ‘그래도 소송은 제도보다 빠르다’는 것. 소송 결과 기존의 질서와는 다른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 간다고 느껴질 때 뿌듯한 기쁨이 있다고 한다. 구체적 사건에서 사회 전체와의 연관을 읽어내고, 그 의미를 결과로 만드는 것은 변호사의 자부심이다. 법률원 홈페이지 자료실에 승소 판결문이 더 빠른 속도로 차곡차곡 쌓여가길 기대한다.


 



에필로그


 



‘정말 말씀 잘 하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길에 인턴들이 이야기한다. 지난 5년의 경험으로 얻은 인식의 단단함이 단어 하나하나에 녹아있을 터이다. 그러나 나의 인상으로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장구를 치고, 드럼을 배운다는 송영섭 변호사는 ‘말보다 몸이 더 빠른 사람’이 아닌가 한다. 몸을 일으켜 마음을 움직이는 몸의 근성이 그와 법률원의 힘이 아닐런지.


 



송영섭 변호사는 노동권과 법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많은 귀중한 이야기들을 힘 있게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을 옮기지는 못했지만, 귀한 이야기들 모두를 함께했던 나와 인턴들이 깊이 세기고 있다는 것만은 죄송한 마음으로 전한다. 아래에 공감인턴과의 인터뷰 일부분을 옮겨 놓는다.


 



어떻게 노동전문변호사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연수원 시절, 1주일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법률원의 일을 도왔던 경험이 인연이 되었다. 특히 당시 발전노조파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발전노조는 조합원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민주적인 파업을 진행했다. 이 파업을 통해 발전사업 민영화를 막았다. 언론에서는 불법파업이라 방송했지만, 이 파업의 진면목을 살피지 못한 것이었다. 구속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중요한 사업을 지켜내는 것을 보고, 그 힘이 노동자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노동권의 중요성과 그 권리를 법적으로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노동전문변호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마음이 즐거운 길을 간다. 노동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인간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지나치게 평가절하 되어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법률원의 방향은


 



노동문제도 굉장히 다양하다. 단순히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제일 먼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노동문제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재정에 도움이 되더라도 이러한 측면에서 아니다 싶으면 하지 않는다. 현재는 비정규직, 기간제, 특수고용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YTN사태와 관련해 법률 대응팀에서 역할을 나눠 일하고 있다.


 



사회의 파업에 대한 인식


 



사측에서는 파업권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파업의 정당성을 업무방해라는 관점에서 희석시키기도 한다. 합법 파업의 기회를 열어두고 불법 파업을 처벌하는 것은 옳지만, 그렇지 못하다. 또한 임금에 대한 파업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민영화나 쇠고기협상과 같이 사회적 의제를 주장하는 파업에 대해서는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임금인상요구가 합법 파업이라고 해도 일반시민들의 눈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면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불법 파업이라는 외적인 규정에 가려 이들의 공적인 요구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법원에 대한 평가는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에도 ‘선성장 후분배’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3권과 해고 제한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성장의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제대로 살 수 있다. 사법부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영역들이 많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판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법원의 도입이나, 배심재판의 활성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유난히 노동자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요즘 대학생들에 대해


 



노동조합은 불법을 하려고 모인 집단이 아니고, 어떤 특정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그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운동하지 않는 조합은 노동조합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대학 공간에서뿐 아니라 장래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노동자 문제는 대학생들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이다. 따라서 대학교 등록금 인상과 같은 문제에 대해 대학 시절부터 대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가장 행복할 때


 



의미를 두고 있던 사건이 다른 사건에도 파급력을 발휘할 때, 기존의 판례와 전혀 다른 판례가 만들어 질 때, 기존에 형성된 질서에 변화가 생겼을 때 뿌듯하고 기쁘다.


 



가장 힘들 때, 그리고 꿈꾸는 사회의 모습은


 



노동 사건의 특성상 대립되는 한 쪽에 자본이 있기 마련이다. 자본의 벽은 무척이나 완고하고 높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기도 한다. 경영진들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 의제에 끌려 다니고 쫓아다니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노동이 제대로 평가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생산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괄시 받지 않는 사회, 노동을 상대적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평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나 역시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픈 욕구가 있다. 옛날에는 일이 과부하 걸린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일이 폭주하지 않도록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여유있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풍물패에서 장구를 치고 드럼도 배운다. ‘몸살림’에서 팔법체조도 하고 영화 보는 것도 즐긴다. 가족이 많은 힘이 된다.


 



공감에게 한마디


 



공감은 우리와 형제같은 존재다. 이미 시작된 우리들의 노력이 더욱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어려움은 많지만 공감이 지니고 있는 활동성, 대응능력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넓혀서 이 시대에 필요한 긴급한 사안에 대해 가장 선두에서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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