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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우리가 제공하는 법률지원은 생존 그 자체이며 더 나은 삶의 전망이다.”- 염형국 변호사

변호사의 공익활동

    2006년을 기점으로 변호사의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 수의 증가에 따라 변호사 1인 평균 수임사건의 수도 급감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변호사에 대한 인식은 ‘변호사를 산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변호사법 제1조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사명을 수행하는 변호사로서 인식하기를 기대하기는 멀기만 하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통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사소액사건 소송지원변호사단’의 운영과 지난해 3월에 발족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개인파산?면책지원 변호사단’의 운영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당직변호사제도,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 외국인 노동자 무료법률상담소, 전화?인터넷을 통한 무료법률상담 등 다양한 공익활동사업을 벌여왔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공익활동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몇 몇 변호사들 의해 소극적인 형태로 지원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여전히 법률지원으로부터 소외된 많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변호사들의 법률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로펌의 공익활동의 필요성

    2006년 12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로펌의 수는 352개에 이르고, 로펌 소속 변호사의 수는 3,3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전체 변호사 수의 3분의 1 정도가 로펌 변호사인 셈이다. 앞으로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영역이 전문화될수록 로펌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펌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로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로펌에서도 자의든, 타의든 공익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일부 로펌에서는 법인 내에 공익활동위원회를 설치하여 소속 변호사가 개별적으로 해오던 공익활동을 법인 차원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공익‘법’ 활동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와 고민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익활동에 비교적 적극적인 로펌조차도 기존 업무량은 그대로 둔 채 소극적으로 ‘공익활동 시간을 업무시간에 포함시킨다.’고 하는 정도이다. 이런 우리나라 로펌의 공익활동의 현황을 볼 때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되어 있는 미국의 로펌들의 공익활동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국 로펌의 공익활동

    1989년 미국 변호사협회 산하 ‘프로보노 및 공익활동위원회’는 ‘로펌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이 프로젝트에 서명했던 로펌의 대표들과 중견급 사내 변호사들이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Law Firm Pro Bono Challenge)’라고 하여 대형 로펌에 대한 프로보노의 기준을 설정하게 되었다.

    프로보노(Pro Bono)는 라틴어인 ‘pro bono publico’에서 따온 말로 직역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의미이다. 미국에서는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통상 프로보노(Pro Bono)라고 지칭한다. 이는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없는 개인 혹은 단체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는 일정규모 이상의 로펌만이 서명할 자격이 있는데, 미국 변호사협회의 변호사윤리규정에 비해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미국 변호사협회의 윤리규정에서는 연 50시간의 공익활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비해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는 이보다 훨씬 많은 ‘연간 비용 청구시간의 3% 내지 5%’에 해당하는 시간을 공익활동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로, 변호사 개인의 기여보다 로펌의 조직적인 기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로펌 변호사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능력과 의지의 핵심은 로펌의 정책과 수행이라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로펌 내에 공익전담변호사를 둘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았다.

    이러한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는 전반적으로 프로보노 활동영역을 넓히는데 성공하였고, 근본적으로 대형 로펌의 비전과 활동이 바뀌고 재구성되는 영향을 미쳤다.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가 이룬 성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을 발전시켰다. 실제로 챌린지 이후 로펌들이 프로보노에 할애하는 시간이 두 배, 세 배 증가했다. 이 결과는 챌린지가 목표로 세운 투자시간이 현실적이고 이룰 수 있는 목표라는 것 증명하였다.

    둘째로, 로펌이 프로보노 위원회 설치와 전담 스탭의 배치 등 프로보노 활동에 있어 효과적인 구조를 갖게 되어 회사의 경제적 상황?구조 등의 변화와 상관없이 프로보노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셋째로,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영역이 확장되도록 했다. 또한 예전에는 송무 담당만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한 것에 비해 이제는 로펌의 모든 스탭들이 프로보노 일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게 됐고 프로보노 활동이 많아지면서 프로보노 파트너십도 증가하고 있다.

    넷째로, 로펌들에게 프로보노 서비스에 대한 거시적, 분석적 개념을 제시해주었고, 로펌과 공익단체가 더욱 협력할 수 있는 비전을 새로이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로펌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에 관한 노력이 의뢰인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더 많은 의뢰인들이 자신들의 법률회사에게 프로보노 문화와 활동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로펌 공익활동의 방향

    미국의 경우에 매년 로펌의 공익활동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프로보노 활동 순위는 로펌의 지명도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고, 미국 내 50대 로펌의 대부분이 프로보노 활동순위의 50위권 이내에 포함되어 있다. 대다수의 로펌은 자사의 프로보노 활동 내용을 주요한 실적으로 하여 홈페이지와 브로셔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프로보노 활동순위가 높은 로펌일수록 사회적 인식도 좋아져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2001년 7월 변호사법이 개정됨에 따라 변호사들에게 연간 일정시간 이상의 공익활동이 의무화되었다. 매년 변호사들은 자신이 행한 공익활동 상황을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보고내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보고내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변호사 수의 급증과 법률시장의 개방 등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진 법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단독개업한 변호사나 소규모 합동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현실적으로 공익활동에 신경 쓸 여유가 더욱 없어졌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일정규모 이상의 로펌의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비교적 풍부한 재력?정보력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익활동에 투자할 여력이 많다.

    변호사와 로펌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변호사업계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에 있어 대형로펌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로펌의 공익활동은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성장하고 보다 많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한 투자 차원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미국 네이버후드 법률재단의 리플릿 표지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의 고객에게 정의란 거대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이고, 구호소이고, 보건이고 가정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법률지원은 생존 그 자체이며 더 나은 삶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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