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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내가 세상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법 – 천하람 기부자

기부자편지

내가 세상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법

천하람_아름다운재단 공감 기부자

무슨 일이든 시작이 반이라더니, 첫 문장 쓰는데 십 분이 걸렸네요. 저의 공감과 공감하기도 이제 막 ‘시작‘ 했답니다. 혹시 빠이또산 이라고 아시나요. 물론 모르시겠지요. 그냥 제 친구거든요. 제 친구 백두산의 별명입니다. 이 친구가 공감의 제 2기 인턴이었습니다. 공감인턴모집에 합격했다고 기뻐 날뛸 땐 ‘쯧쯧 너를 뽑다니’ 하고 넘겼지만, 알고 보니 그게 저와 공감의 인연의 끈이었더군요. 필리핀이주노동자 분들의 문제에 대해 조사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공감에 방문해서 변호사님들께 조언도 얻고 공감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도 알게 되었답니다.

원숭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저도 구르는 재주가 있어서 이번학기에 장학금을 받게 되었답니다. ‘때가 왔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쁜 일 하는 사람들은 주로 돈 걱정을 안 하는데 좋은 일 하는 분이 돈을 염려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이상한 논리로 공감을 조금이나마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거든요. 장학금의 약 3% 인 10만원을 공감으로 계좌이체 하려 했으나, 백두산 군의 컴퓨터가 백악기로부터 내려오는 뼈대 있는 놈이라 인증을 받을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기부를 단념했습니다. 농담이지요, 그랬다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을 턱이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인증이 필요 없는 99,999원을 전송하는 쎈스를 발휘했습죠.

인턴과의 친분과 1원을 빼는 재치 덕분에 기부자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부자의 편지를 쓰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그렇다면 본인은 왜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는가? 단순히 인턴과의 친분과 공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던가?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 가슴에 큰 꿈을 품고 원대한 이상을 두 눈에 심어두었기 때문일까? 이것이 이 글의 클라이막스입니다.

저는 매우 이기적입니다. 허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제가 떳떳하게 이기적일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좋지 않더군요. 빨리 사회가 좀 나아져야 제가 양심에 안 찔리게 혼자 잘 먹고 잘 살 텐데 말이죠. 공감에 계신 분들은 세상을 좀 덜 치사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 제가 공감을 좋아라 하는 이유입니다. 좀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틀 안에서만 제가 떳떳하게 이기적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내가 공평하게 재판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강자에게 유리했고, 내가 약자에게 좀 치우쳐서 재판했다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공평했다.’ 는 카도조(Justice Cardozo) 판사의 말처럼 진정한 공평, 평등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에게 힘을 보탤 때 비로소 현실화 될 것입니다. 모두가 진짜로 공평한 게임의 규칙에 따라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저의 자유와 권리도 진정한 것이 되리라 믿어요.

세계화니 신자유주의니 해서 세상이 끝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가고 있고 사람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하지만 진정한 세계화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게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이 법원 안과 밖에서 우리와 소통하고 있지 못한 수많은 친구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일은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지요. 그 친구들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우리가 좀 더 서로를 잘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지요.

저의 지갑 속에 있을 땐 언제 어디로 증발해 버리는지 알 수 없는 돈이지만, 우리의 친구들과 함께 공감하는 데 쓰인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의 공감과 공감하기는 이제 막 ‘시작’ 되었지만, 곧 끝날 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이 바로 중간고사 기간인데 시험이 제 뜻대로 되지 않고 있거든요. 장학금은 어느 정도 물 건너 간 듯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기말고사 때 9회말 역전 만루 홈런을 쳐서 반드시 공감과 공감하기가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불끈!!! 공감의 변호사님들과 간사님 그리고 공감과 공감하시는 모든 분들, 아니 공감과 공감하실 수 있는 모든 분들 파파파파파파파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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