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외국인 아내를 강제추방시킬 수 있는 현실-소라미 변호사

공변의 변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외국인 아내를 ‘강제추방’시킬 수 있는 현실

소라미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외국인이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려면 ‘비자’(사증)가 있어야한다. 외국인이 한국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국제 결혼한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원칙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 2년간 살아야만 가능하다. 국적취득 전까지는 한국인과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살아도 그냥 ‘외국인’인 것이다.

그렇다. 외국인 아내 또는 남편은 비자가 필요하다. 이 비자는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있어야만 발급된다. 보통 처음 발급 된 비자의 체류기간은 6개월~1년 사이이다.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체류 연장을 해야 한다. 체류연장을 하려면 다시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있어야만 한다. 만약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을 안 해주면? 외국인 배우자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만약 한국인 배우자가 보증해준 신원보증을 철회하면? 외국인 배우자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것이 현행 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고,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행정행위 행태이다.

사례 1. 한국인 여성(한女)과 결혼한 팔레스타인 남성(팔男)

팔男과 한女는 같은 공장에서 만나 연애하여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 결혼 당시 팔男은 불법체류자였다. 혼인신고하고 팔男은 배우자 비자(F-2)를 신청하였다. 1개월, 2개월이 지나도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부부가 함께 찾아가 언제 체류 심사를 나오는지, 언제쯤 비자가 발급되는지 문의하고 재촉해보아도, 담당 공무원은 곧 연락이 갈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할 뿐이다. 불법 체류자 신세인 팔男은 불안하다. 그의 아내 한女도 불안하다. 그들은 불안감을 서로에게 쏟아내기 시작하다 결국 부부싸움을 하기에 이른다. 몇 차례 지옥 같은 부부 싸움 후 한女는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간다. 한참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있어도 부족한 때에 그런 지옥 같은 나날들을 보내게 만든 출입국 관리들이 원망스럽고,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럽고, 남들처럼 버젓한 가정을 꾸려주지 못하는 남편의 처지가 불만스러웠던 그녀는 출입국을 찾아가 “더 이상 이렇게는 남편과 못 살겠다”고 하소연한다. 출입국 공무원의 안내로 그녀는 남편에 대한 ‘신원보증철회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집으로 향한다. 제발 남편을 제 나라로 돌려보내달라는 탄원서도 몇 장 써 내고 나니 맘속의 화가 좀 풀리고 집으로 돌아와 풀죽어 있는 남편을 보니 그만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저도 나 하나 믿고 한국에서 뿌리 내려 보겠다고 애쓰는데…’ 둘은 언제 싸웠냐는 듯 다시 말을 섞고 살을 섞고 살아간다. 일주일 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받는다. 팔男 앞으로 ‘출국명령서’가 날라 온 것이다. 1달 내에 자진해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강제퇴거 된다. 그때 그녀는 임신 8주였다.

사례2. 한국남과 중국 여성(중국女)

한국남과 중국여성은 아는 이의 소개로 만난다. 중국여성은 둘이 함께 열심히 살면 곧 잘 살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결혼을 결심한다. 결혼해 함께 살면서 보니 남편은 하루가 멀다고 직장을 때려치운다. 직장을 그만두고 내리 며칠을 술만 먹다가 다시 직장을 나갔다가 하기를 반복한다. 밤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대고, 성관계를 요구하고…그녀가 싫다고 하면 주먹이 날라 온다. 그녀의 꿈이 서서히 깨진다. ‘내가 꿈꾸었던 결혼 생활은 이게 아닌데…’, ‘내가 기대했던 한국에서의 삶은 이게 아닌데…’ 그날도 남편은 술을 많이 마시고 그녀를 성적으로 괴롭힌다. 그녀가 거부하자 주먹을 날리고, 칼을 휘두르며 ‘니까짓거 당장 강제추방 시키겠다’고 폭언을 퍼붓는다. 무서워서 집을 나와 파출소를 찾아간다.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내 알바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오갈 곳 없는 그녀를 이모가 와서 데려간다. 이모 집에 있기에 미안했던 그녀는 친구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생활비라도 벌 요량으로 공장으로 일을 나간다. 공장을 다녀오던 어느 날 그녀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단속에 걸려 출입국사무소 보호소에 유치된다. 비자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데 왜 보호소에 가두냐고 따지니, 남편이 가출신고를 하고 신원보증철회를 해서 불법체류자가 되었다고 한다.

앞서 사례에서 보았듯이 현행법(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한국인 배우자가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신원보증철회만하면 외국인 배우자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다. 단속에 걸리면 보호소에 유치되고 남편이 끝까지 신원보증철회를 고수하면 강제퇴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국제결혼 한 한국인 배우자들이 외국인 배우자에게 하는 “내 말 안 들으면 너 신고해버린다, 당장 네 나라로 내쫒아 버린다”는 협박이 허언이 아닌 것이다. 법이 보장하고 있는 실재 현실인 것이다.

2003년, 국제결혼 혼인관계가 파탄 날 경우 그 잘못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으면 외국인 배우자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도 있고, 나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도 있도록 국적법이 개정되었다. 그간 국제결혼 가정 내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가정폭력 등 피해를 입은 외국인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취지였다. 한편 부부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이라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재판상 이혼 절차를 통하여 혼인 파탄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위자료 지급 문제, 재산분할 문제 등을 법정에서 다툴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어떻게 혼인이 파탄 났는지 시시비비를 가릴 틈도 없이 외국인 배우자는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철회만으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단속에 검거되어 강제퇴거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출입국관리법과 출입국관리행정행위는 개정된 국적법의 입법취지와 명백히 충돌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헌법 제36조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규약(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3조 제4항)에서는 ‘규약의 당사국은 혼인기간 중, 혼인 해소 시 혼인에 대한 배우자의 권리 및 책임의 평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해당 조항과 출입국관리 행정행위는 위 헌법과 국제규약에 위배되는 위헌적이고 인권 침해적이며, 외국인에게 명백하게 차별적인 입법·행정행위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행법 아래에서 외국인 배우자는 한국인 배우자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 수 밖에 없고, 한국인 배우자는 ‘비’라는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심각하게 왜곡된 위계관계가 존재하는 한 국제결혼 가정은 절대 한국사회에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인즈 워즈가 방문하여 온 매스컴이 떠들썩한 요즘 정부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교육 내용을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하겠다는 등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멀리 미국의 하인스 워드까지 갈 것도 없다. 현재 전체 결혼률의 10%, 농촌의 경우 25%를 차지한다는 국제결혼 가정이 이렇게 본질적으로 피멍들어가고 있는데 과연 한국 사회에 다문화 사회가 구현될 수 있겠는가.

* 현재 사례1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사례 2의 경우 남편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