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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난민의 진술 : 틀린 그림 찾기 게임 _ 김지림 변호사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정여부를 가리는데 가장 중요한 (때로는 유일한) 증거가 난민의 진술이기 때문에, 신청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판단은 난민신청을 거부하는 주요 근거가 됩니다. 그런데 외국인인 난민신청자의 진술이 통역인 · 녹취자 · 그를 해석하는 주체들을 통해 크고 작게 왜곡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 먼저 아래 표 안의 대화를 주의 깊게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당사자신문과정을 녹음한 내용

왼편 신문과정을 직역한 내용

 

원고 대리인 : 원고의 위와 같은 성 정체성에 대하여 언제 깨닫게 되었나요?

 

 

 

통역인 : When you became aware of .. this.. like.. a. this part of your self.

원고 : When exactly? I can’t understand that question. Nononono, you mean, first relation with * ?

 

통역인 : Yeah, yeah. first relation with *.

 

원고 : With *? It was between ,, when I was *-* years.

 

통역인 : *-* years? from now? How long ago?

 

원고 : I mean, when I was * to * years old.

 

통역인 : 당신은.. 언제.. 이런.. 자신의 이런 면모에 대해 알게 되었나요?

원고 : 정확한 시기요? 질문을 잘 이해 못하겠는데요. 아니아니아니. *과 처음 경험한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통역인 : 네네. *과의 첫 경험 말이에요.

 

원고 : *? 그건.. 제가 *살에서 *살 정도 되었을 때 이었습니다.

 

통역인 : 지금으로부터 *년에서 *년 전을 말하는 것인가요? 얼마 전을 말하는 거죠?

 

원고 : 제 말은, 제가 *살에서 *살 사이 이었을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통역인 : 본인이 * , * 살 때부터.. 이런 걸느꼈었다네요.

 

  이는 난민신청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이루어진 당사자신문 녹음파일의 한 부분을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언제 깨달았는지라는 원래의 질문이 통역인에 의해 언제 첫 경험을 했는지라는 다른 질문으로 왜곡되어 전달되고, 그 왜곡된 질문에 대한 원고의 답이 또 왜곡되어 원래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전해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통역인과 원고 간의 혼란스러운 대화과정은 녹음파일에만 존재할 뿐, 녹취서에는 다음과 같은 담백한대화만이 남았습니다.

: 원고의 위와 같은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하여 언제 깨닫게 되었나요.

 

: *~*세 때부터 이런 것을 느꼈습니다.

 

  위와 같은 왜곡들이 하나 둘 쌓여 결국 이 사건의 대법원은 원고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당연합니다. 법원은 법원지정 통역인을 통해 통역이 완벽하게 되었으리라 믿을 수밖에 없고, 원고 대리인도 아랍어· 불어 등 외국어로 진행되는 신문에서 통역이 잘 되고 있는지 감수할 방도가 없습니다. 원고 스스로도 한국어 질문을 이해할 수 없고 통역인이 자신의 말을 한국어로 잘 전달했는지를 알 방도가 없습니다.

  위 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 신문의 녹음파일이 남아 있었고 그 당사자 신문이 영어로 진행되었기에 재확인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난민면접조서 및 당사자신문의 녹음파일은 존재하지 않고 또 존재한다 하더라도 특정 외국어의 경우 통역인을 거치지 않고서는 재확인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왜곡된 진술에 의거하여 한 차례 법원의 판결이 이루어 진 후에는 이를 바로잡기 더더욱 어렵습니다.

  난민의 진술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박해의 경험에 관한 난민신청인의 진술을 평가할 때 그 진술의 세부내용에서 다소간의 불일치가 발견되거나 일부 과장된 점이 엿보인다고 하여 곧바로 신청인 진술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러한 불일치·과장이 진정한 박해의 경험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나 난민신청인의 궁박한 처지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상태,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서로 다른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유래한 언어감각의 차이 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진술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일관성 및 신빙성을 평가 하여야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27448 판결).

  실제 발생한 일에 대해 진술하는 경우에도 기억력의 한계나 극심한 긴장으로 인한 혼란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불일치하는 진술을 할 수도 있고, 제대로 진술을 한다고 해도 위에서 본 것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왜곡되어 전달될 수 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신청서·난민면접조서·당사자신문 녹취서를 일렬로 놓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불일치하는 부분을 찾고, 약간의 불일치라도 발견되는 경우에는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가차 없이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지금의 모습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_김지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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