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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의료접근권 보장을

 


   
   내가 아는 난민신청자 부부는 요즘 자녀들의 의료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부부는 한국에서 자녀 셋을 출산했다. 그런데 이 부부와 자녀들은 한국의 공공의료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병원에 갈 수 있다. 게다가 난민신청자는 원칙적으로 취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몇 끼를 거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 가족에게 비싼 병원비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1991년에 한국이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당사국이 “아동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제24조)”를 인정하고, 그 중에서도,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의 제공을 보장하는 조치”와 “모든 여성에게 출산 전후의 적절한 의료치료” 등의 완전한 이행을 추구해야 하며, “건강관리지원의 이용에 관한 아동의 권리가 박탈되지 아니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국적이나 체류자격으로 인하여 건강 및 의료에 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의료급여제도는 모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자를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공의료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진료 사업’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서 일정 범위내의 무료진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정 의료원이 전국에 60여 곳 밖에 되지 않아 응급환자들이 지정병원을 찾아가기 어렵거나, 찾아가더라도 지정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지원 내용이 질병 발병 후 입원비, 수술비 지원에 국한되어 있어, 본질적으로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증진시키는 제도로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아동의 의료접근은 성장기의 부적절한 치료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특히 중요하다. 실제로, 임신기와 아동기의 좋은 건강상태가 성인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인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미등록 이주민 중에서도 특별히 이주아동과 임산부의 경우에는 국민들과 같은 조건으로 공공의료제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특히 취약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통합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인도주의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적 측면, 예방의학적 측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한국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그 구속력에 따라 모든 아동들의 치료와 건강을 위한 의료접근에 있어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정확한 수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글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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