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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UN 고문방지위원회의 대한민국 제3차 국가보고서 심의 참가기 _ 김지림 변호사

UN 고문방지위원회 심의 현장: 가운데 두 줄의 앞쪽이 대한민국 대표단

 

 

 

2017. 5. 1.부터 같은 달 3.까지, UN 고문방지위원회는 대한민국이 제출한 제 3,4,5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공감은 국가보고서와 별도로 독립적인 시민사회보고서를 제출한 64개 NGO 연합의 사무국으로서 지난 2달간 위 심의를 준비해 왔는데요. 제네바에서 이루어 진 위 심의 참가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특히 앞부분이 조금 지루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시길 바라요 🙂

  

 

스위스 제네바 UN의 만국기 앞에서, 왼쪽부터 황필규(공감, 민변), 류민희(희망법, 무지개행동),

전민경(법무법인 동화, 민변), 캔디(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무지개행동), 김지림(공감), 박한희(희망법, 무지개행동)

 

 

 

1. 고문방지협약이란?

 

‘고문방지협약’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모두들 이런 생각부터 하실 거예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우리나라에 고문이 어디 있어?’

 

국가보고서 역시 새로운 법 제도 및 체제의 도입을 자랑하며 일관되게 ‘대한민국에 고문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논조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협약의 적용 범위는 좁은 의미의 ‘고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사실 고문방지협약의 전체 이름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입니다.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hwp

대한민국 1984.12.10. 채택, 1995.2.8. 발효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보고서 목차에는 군영창을 비롯한 각종 구금시설 및 수사절차에서 발생하는 고문 및 부당한 대우 외에도 집회·시위 진압과정에서의 국가폭력, 공정한 재판을 위한 사법부 독립, 국가보안법, 형제복지원, 대구희망원, 전남 염전노예, 세월호 유가족 등 각종 부당한 대우가 자행된 사안들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요.

 

 

2. 고문방지위원회란?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 이하 ‘위원회’라 합니다)는 인권분야에서 능력이 인정된 세계 각 국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 국가담당자(Country Rapporteur)들이 다른 위원들보다 더욱 심도 있게 담당 국가의 협약준수현황을 심의합니다.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은 협약 제19조에 따라, 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에 관하여 이 협약이 자기나라에 대하여 발효한 후 1년 안에 보고서를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하고, 그 이후에 새로이 취한 조치에 관하여 매 4년마다 추가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협약 발효 후 1996년 2월 첫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이를 심의한 후 대한민국에 다음과 같은 권고를 하였습니다.

 

 

* 1996년 1차 심의 (정부보고서, UN 권고 보러가기)

대한민국은 위 1차 심의 결과에 따른 권고에 따라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새로이 취한 조치에 관하여 4년 후인 2000년 2월까지 2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했어야 하나, 기한을 한참 넘긴 2004년에 이르러서야 2차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2006년 그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 졌습니다.

 

* 2006년 2차 심의 (정부보고서, UN 권고 보러가기)

2차 심의 결과, 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대하여 ① 국가보안법을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개정에 대한 국회 내 토론 경과·결과에 대한 정보를 차기 보고서에서 보고할 것, ② 사법부 독립을 위해 법관 정년을 보장하여 법관 직무에 간섭을 방지할 것, ③ 군내 부당한 대우 및 가혹행위들을 방지할 것, 군내 자살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할 것, ④ ‘대용감방’의 사용을 제한하고 그 기능을 명확히 할 것 등을 권고하였습니다.

 

위원회는 2차 심의 이후 대한민국의 협약 및 권고 이행여부를 판단하고자 2011년 2월, 질의목록(LOI ; List of Issues)를 게시하여 차기 국가보고서 작성을 촉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위 2차 심의 후 무려 10년이 지난 2016년 2월에야 3·4·5차 통합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3. 2017년 3차 심의

 

위원회의 제3차 대한민국 심의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문, 영문을 선택하여 클릭하면 위원회에 제출된 원문을 보실 수 있어요!)

 

가.

2011. 2.

 고문방지위원회의 대한민국에 대한 질의목록 발행 (영문)

나.

2016. 2.

대한민국 제3·4·5차 국가보고서 제출 (국문, 영문)

다.

2017. 3.

· 64개 NGO 연합 보고서 제출 ( NGO 연합보고서 국문본.docx, 영문)

·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제출 (영문)

· 무지개 행동(영문) 및 아동체벌반대단체 단독 보고서 제출 (영문)

라.

2017. 5. 1.

① 고문방지위원회와 국가인권위의 비공개세션

② 고문방지위원회와 NGO의 비공개세션(NGO 브리핑)

2017. 5. 2.

③ 고문방지위원회와 대한민국의 공개세션 1/2

2017. 5. 3.

④ 고문방지위원회와 대한민국의 공개세션 2/2

마.

2017. 5. 중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 발행

 

 

1) 대한민국 국가담당위원(Country Rapporteur)

 

고문방지위원회의 위원들 모두 대한민국의 고문방지협약 준수 현황을 심의하지만, 그중에서도 집중적으로 대한민국을 심의하는 2명의 국가담당위원이 있습니다. 국가담당위원들은 NGO 브리핑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개 세션에서도 주로 질문을 하고, 국가의 답변에 대한 재질문 등을 하게 됩니다.

 

이번 3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대한민국 국가담당위원은 아래 두 명의 전문가입니다.

 

아나 라쿠 위원

Ana RACU

– 몰도바 형사법, 인권법 전문가

– 징벌 개혁 프로그램, 국가 인권 감시 및 보고 시스템, 경찰 시스템 개혁 조율

– 경찰, 검찰, NGO, 판사, 검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교육 담당 등

사파나 프라단-말라 위원

Sapana Pradhan-MALLA

– 네팔 대법원 판사

– 네팔 총리 및 장관회의 사무실 – 여성에 대한 반폭력위원회

– 네팔 SAARC 법 사무총장 역임

 

 

2) NGO 브리핑 (위원회와 NGO 간의 비공개세션)

 

제네바에 도착한 첫 날부터 저희는 2017. 5. 1. 에 예정되어 있는 NGO 브리핑을 준비하였습니다. 오로지 위원회 위원들과 사전에 등록한 NGO 구성원들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 세션인 NGO 브리핑에서는 ① 특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구두 발표국가보고서와 NGO 보고서를 모두 숙지한 위원들과의 질의응답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저희는 시민사회보고서 중에서도 특별히 강조되어야 할 사안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작성하고, 모든 위원들이 시민사회보고서를 숙지할 수 있도록 요약본을 만들어 위원들에게 제공하였습니다.

 

* NGO 브리핑 자체 브리핑을 위해 준비한 문서 및 브리핑에서 오고 간 질문과 답변은 대중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3) 위원회와 대한민국의 공개세션

 

① 5월 2일 첫 세션 (전체 영상 한국어 버전 바로보기)

 

이 날은 대한민국 대표단 23명, 위원회의 위원들, NGO 그 외 수많은 참관인들의 참석 하에 대한민국에 대한 공개 질의 및 일부 답변이 이루어 졌습니다. 위원회의 각 위원들은 국가보고서 및 시민사회 보고서를 토대로 국가보고서 내에서 이해가 불가한 내용, 시민사회보고서와 대치되는 내용, 추가정보가 필요한 내용들에 대하여 질문하였습니다.

 

이 날 위원들은

– 국가 보안법 남용 관련하여 국가보안법 7항의 내용이 모호한데, 7항을 적용하여 몇 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 졌고, 몇 명이 실제로 기소되었는지, 5년간 교정시설에서 자살 또는 질병사한 사람의 수를 볼 때 이들의 사망과 부당한 대우 간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지적하며, 법적인 차원에서 의료 서비스 접근권 관련 조항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러한 서비스가 유치장에도 적용되는지,

– 2015년 백남기 농민의 사망경위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당시 경찰의 물대포 사용방식은 국제법 기준에 맞지 않는 점 지적하며 위 사안에 대한 업데이트 및 당일 집회에서의 경찰 물리력 사용에 대해 몇 건의 조사가 이루어 졌는지,

– 우리나라 난민신청 절차의 어려움, 난민위원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인천공항을 포함하여 외국인 보호시설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의료 서비스 및 심리치료 서비스 등 제공되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였습니다.

 

정부의 첫 세션 후, NGO팀은 모여서 특히 강조하여 정부에 질의해야 하는 사안 및 첫 세션동안 이루어진 정부의 답변에 대한 반박 자료 등을 정리하여 위원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② 5월 3일 두 번째 세션 (전체 영상 한국어 버전 바로보기)

 

이 날은 첫 세션동안 이루어진 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대한민국 대표단의 답변이 주를 이루었으며, 짧은 시간동안 위원들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은,

–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에게 이루어진 부당한 대우와 관련된 위원의 질문에 ‘세월호가 고문방지협약의 적용대상인지 의문이다’는 취지로,

–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폭력의 희생자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와 관련된 위원의 질문에 대하여는 ‘정부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하였으나 일부 시위대가 과격 폭력 행위에 돌입하는 바람에 불법행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백 명이 넘는 경찰관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백남기 농민에 대하여서는 사망원인을 분석 중’

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습니다.

 

이후 위원들은 추가질문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재정적인 보상 뿐 아니라 진실규명이며, 이는 당연한 고유의 권리이다. 그리고 그러한 권리보호가 당사국(대한민국)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별 검찰 임명 및 수사 지속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날 역시 NGO팀은 정부의 답변을 듣고 즉석에서 왜곡된 정보 등에 대한 반박 자료 및 추가 질의 내용을 위원들에게 전달하였으며, 일부는 위원들을 통해 실제로 추가 질의되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세션이 끝난 후, NGO팀은 다시 모여 이틀에 걸친 세션을 분석한 후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예측하며 모델권고사항을 만들어 위원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4. 출장을 마치고

 

이렇게, 위원회의 심의를 끝내고 저희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한 번의 심의를 위해서 64개의 시민단체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정부 역시 국가보고서 작성 및 심의 준비에 (단 이틀의 심의를 위해 스무 명이 넘는 관료를 제네바로 보낼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앞으로 빠르면 2주 내에 위원회는 심의 결과로서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권고’를 게시할 것입니다. 그 권고는 시민사회 투쟁의 결과물 혹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성적표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전체에 주어지는 새로운 과제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수많은 국제협약들이 단순히 ‘세계가 인정하는 인권 수호국’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도구가 되지 않으려면, 각 협약의 심의절차 및 위원회의 권고, 그에 대한 정부의 후속조치 등에 대한 높은 관심과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유엔인권권고 이행체계와 관련한 황필규 변호사의 글을 보려면 여기 

 

재미있게 적어보려 했지만, ‘고문’방지협약이다 보니 너무 진지한 글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심의 기간 이어졌던 철야 작업 도중 ‘이것도 고문이다~~~!’를 외쳤던 현장 사진들을 공유하며 인사드립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의 내용에 따라 매일매일 달라지는 황필규 변호사의 표정,

UN 협약 심의마다 항상 같은 옷을 입어야 결과(?)가 좋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는 류민희 변호사가 관전 포인트!

 

 

글 _ 김지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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