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사람’을 보는것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거부 차별사건 대법원 승소에 부쳐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거부 차별사건”은 지난 6월 17일 대법원 판결로서 차별임을 인정받는 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당 행위가 차별인지, 아닌지가 끊임없이 다투어지며 번복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발달장애인 당사자 A가 보호자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면서 보조석에 타려고 하자 운전원이 보조석 탑승을 거부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택시와 두 번째 택시 모두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세 번째 부른 택시에서 겨우 보조석에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운전원이 왜 굳이 발달장애인을 보조석에 태우냐고 따지듯 묻자, 불안해진 당사자가 문고 내리려했고, 보호자는 당사자와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호자가 서울시설공단에 발달장애인은 보조석에 탈 수 없냐고 질의했고, 서울시설공단은 발달장애인은 보조석에 탈 수 없다는 내부지침을 마련했다고 답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예측불가능하고 위험하므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든 발달장애인의 보조석 탑승을 사전적으로 제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위험하다.”라는 편견이 이 차별의 시작이었고,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이라고 함)는 즉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며 장애인의 선택권과 이동권에 대한 차별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차별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며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안전을 위한 방안 중에 하나라는 이유였지만, 결국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정이었습니다. 장추련은 인권위 결정에 불복하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행정심판위원회는 인권위가 다시 심의, 결정하도록 재결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인권위는 그때서야 차별임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설공단은 인권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또다시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재판의 당사자였던 국가인권위원회는 항소를 제기해야 했지만, 법무부는 인권위에 항소를 포기하라는 소송지휘를 했고,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렵게 받아낸 인권위의 결정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장추련과 공감은 기지를 발휘해서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인제도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는 아니지만, 진정인으로서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인 장추련이 보조참가하며 항소를 했고, 법원은 처음 있는 일이지만 허가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항소심에서 공감은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위험하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한 누군가는, “안전하게 뒷좌석에 타면 되는 거 아닌가. 꼭 보조석에 타야 하나.”, “실제로 돌발행동이 나오면 위험한 거 아닌가.”, “그 정도의 제한은 필요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판부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행동에 대한 논문과 전문가 의견서를 내고, 전국의 장애인콜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실태를 정리해서 내고, 해외의 운영방식을 찾아서 내고, 칸막이 설치, 운전원 교육과 같은 대체 수단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에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발달장애인”이라는 규정된 범주가 아니라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한 사람”, 개개인을 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당사자가 보조석에 타고 싶어하는지, 그게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일반택시에서는 보조석에 타서 기사님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유리창으로 가는 길을 직접 보고 직접 카드를 내서 결제까지 마치는 것에서 즐거움과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일일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사회와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자신만의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보조석에 타기로 선택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위험하지도 않지만, “위험하다”고 규정할 수 있을 만큼 동일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의 행동”으로 정의하고 말하지만, 현실의 개인들은 모두 다릅니다. 과거에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도적적 행동이라고 하며, 통제해야 하는 행동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인의 의사소통방식의 하나로 여겨지며 이해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말로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과 욕구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발달장애인의 행동도 개개인의 감정과 욕구,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행동”이 위험하므로 모든 발달장애인에 대해 사전적이고 전면적으로 보조석 탑승을 제한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말하는 “위험한 발달장애인의 행동”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편견일 뿐입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차별로 인정하며, “발달장애인이 감각 처리,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등에서 겪는 어려움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은 개인적 성향, 외부적 환경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발현되며 그 양상도 다양하므로,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도전적 행동이 발생할 것이라거나 그로 인하여 운전에 방해가 되어 사고 발생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하며, “발달장애인의 보조석 탑승을 일률적 · 사전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대법원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되었습니다.
특정한 사람들을 범주화하는 것은 때에 따라 필요하지만, 위험성을 동시에 지닙니다. 범주화하고 규정하는 순간, 그 규정에 매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에서 소수자에 대한 정의는 언제든지 차별로 치환되기 쉬우며, 차별의 근거로 이용되기 쉽습니다. 특히, 끊임없이 발생하는 장애인차별사건에서 차별의 시선은 개인이 아니라 “어떤 장애”에 닿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장애”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장애인을 소수자로서 포착하고 지원하기 위함이지, 구별하고 차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닙니다. 편견을 넘는다는 것은 결국은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어떤 장애인”이 아닌 그저 그 사람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소송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바도 결국은 발달장애인은 위험하지 않습니다가 아니라 발달장애인도 고유한 한 사람입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의미가 다른 장애인차별사건에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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