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권환경실사 법제화를 위해 다시 국회 문을 두드리다
지난 6월 13일 정태호 의원 대표발의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ㆍ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습니다. 공감이 참여하는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서 준비하고 추진해온 법안으로,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수정ㆍ보완을 거쳐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것입니다.
법안은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을 갖춘 기업들이 국가와 개인을 포함한 여러 주체들과 다각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주목하여, 기업들의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규범화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기업이 인권과 환경을 존중할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를 제시합니다.
인권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기업은 우선 자신의 활동이 인권 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바로 그 영향력을 활용하여 침해를 예방, 제거 또는 완화하는 조처를 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업활동이 전 세계적 공급망을 동원하여 이루어지기 따라서 기업활동으로 인한 영향은 공급망 전체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공급망 실사의 핵심입니다. 공급망 인권ㆍ환경 실사를 하지 않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의 채택 이후 확고한 국제적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인권환경실사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2024년 기업과 인권 보고서’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한국 기업들은 인권 존중에 대한 선언적 약속은 하더라도
실제 이를 이행하기 위한 체계의 구축과 세부적인 인권실사 및 구제절차는 미흡한 상황입니다. 한편, 국가는 관할권 내 기업의 국내외 사업활동을 통한 인권 침해를 방지할 국제인권법상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유엔 자유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유엔인권기구는 한국 정부에 기업의 인권ㆍ환경실사를 법제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하여 왔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취지는 인권ㆍ환경실사를 위한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감독하게 함으로써 시늉만 내거나 오히려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등의 화이트워싱을 방지하고, 인권환경 존중책임을 진정성 있게 이행하는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기업활동으로 인한 인권과 환경침해에 대해 적절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와 관련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과정에서 기업활동으로 인한 인권 또는 환경 침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 일반 시민, 지역 주민,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상호 소통과 정보제공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입니다. 인권환경실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기업활동으로 인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입는 옷, 식탁에 오르는 음식, 들고 있는 휴대전화, 우리의 집을 데워주거나 식혀주는 연료를 비롯하여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비하고 사용하는 모든 물품과 서비스들이 기업들의 국내외 공급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인권 침해가 일어났고, 어떠한 환경파괴가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고 기업은 이익을 취하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결과는 결국 우리에게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 또한 분명합니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한국 기업에 의해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 또는 환경 침해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 대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하청공장에서 심각한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한국 기업이 원재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산림을 파괴하거나 현지 주민의 생계와 건강을 침해하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이 수주한 해외 건설공사에서 노동착취가 발생하거나, 기업의 투자가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의 자금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공감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의결되어 기업에 의한 인권과 환경에 대한 침해를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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