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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빈곤과 복지# 주거권# 홈리스

432명의 홈리스, 무연고자 분들을 추모하며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거리나 쪽방, 요양병원 등에서 돌아가신 홈리스, 무연고자가 432명입니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 홈리스들의 고달픈 삶을 닮았다고 해서, 매년 동짓날이면 그 해 돌아가신 홈리스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홈리스추모제가 서울역에서 개최됩니다.

홈리스추모제 홈페이지

2022. 12. 12.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된 홈리스 추모주간에는 432명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의 계단”이 서울역 앞 계단에 설치가 되고, 여성 홈리스 증언대회, 노숙인 진료시설지정제도 폐지촉구 대회,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필요성 토론회 등의 행사가 다양하게 열렸습니다.

홈리스추모제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홈리스들이 겪고 있는 주거와 의료 문제, 차별 등을 세상에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2022년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코로나 종식을 넘어,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된 세계로!”라는 기조 하에 1) 무연고 홈리스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와 애도할 권리 보장, 2) 주거제공을 우선으로 한 홈리스 정책 실행, 3) 홈리스 차별금지, 권리 기반 정책 실행, 4) 홈리스의 평등한 의료접근권 보장, 5) 여성 홈리스의 존재 인정, 성인지적 관점에 기반한 정책 시행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정하였습니다.

2022. 12. 21.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토론회

공감은 2022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주거팀으로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예정지의 토지와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 분석하였습니다. 동자동은 한국 최대 규모의 쪽방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국토교통부가 2021년 2월 5일에 “서울역(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지역입니다. 기존에 쪽방 주민들이 어떠한 이주 대책이나 보상도 없이 강제퇴거 당해야 했던 민간개발 사례들과 달리, 주거권에 기반한 쪽방촌 지역의 공공개발이라는 점에서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발표되었던 추진일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 12일에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2년 12월에는 지구계획 승인 및 보상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 1월부터는 임시이주 및 공공주택을 착공한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는데, 국토교통부가 아직 지구지정도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쪽방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현재 쪽방의 현황을 보면, 하루 속히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서울역 쪽방 거주자 수는 1,083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건물 수는 67개로 파악되었는데, 67개 중에서 취사장이 있는 건물은 22개(32.8%), 샤워실이 있는 건물은 절반 이하에 불과하였습니다. 세면장이 없는 건물은 13개(19.4%), 건물당 평균 16.2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건물당 화장실 변기는 2.7에게 불과하였고, 그 중 1/3은 화변기나 재래식 변기였습니다. 반면, 주거비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주민의 월 평균 소득은 50만원에서 100만원 이하가 78.2%로 대다수이고, 소득 평균은 76.6만원입니다. 그런데 쪽방 평균 월세는 23.3만원입니다. 2019년 서울에서 1인 임차 가구의 최대 주거급여 수급액인 23.3만원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쪽방의 주거 환경과 면적 대비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한국일보는 기획기사를 통해서 “빈곤 비즈니스”의 민낯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예정지 총 554건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역시, 외지인 소유가 65%였고, 쪽방건물의 경우에는 95%가 주민이 아닌 외지인 소유였습니다.

공공주택사업의 개요를 보면, 공공임대 1,250호 그 중에서 쪽방주민 1000호, 기존 세입자 250호, 공공분양 200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이주 선순환” 순환식 개발을 한다고 하였는데, 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이 들어설 지역의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공공주택을 건설하여 기존 거주자의 재정착이 완료된 이후 나머지 부지를 정비하여 민간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공공임대주택 재정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쪽방주민의 주거면적과 화장실, 주방 등 주거환경과 월임대료가 대폭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추진 일정이 추진계획대로 전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토지소유권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신성불가침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반적인 재산권 보다 공익성을 중시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서 일관된 입장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쪽방 주민들이 개선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체 없이 공공개발이 진행되어야하는 이유입니다.

2022. 12. 22. 홈리스 추모문화제

홈리스 추모주간 마지막 날인 12월 22일 동짓날, 홈리스 추모문화제가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기온에 매서운 바람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추모제를 진행하였습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이웃주민에 대한 추모사, 거리에서 노숙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추모사, 코로나 감염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어르신에 대한 추모사를 하나씩 들으며 그 분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홈리스 추모제의 마지막은, 서울역 행진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홈리스추모제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그날 밤도 추위 속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거리 홈리스, 쪽방 주민들을 생각하니, 유난히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2022년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의 주요 요구사항들을 새기며, 내년에는 이 요구사항들에 대한 진전을 만들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장서연

# 빈곤과 복지# 성소수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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