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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 교육·중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후기 – 지역 유일의 비영리 공익변호사단체에서 ‘동행’하기_김민아 변호사(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활동기록에 앞서
최종보고서를 쓰기 전에, 사업에 지원하며 제출했던 활동계획서를 읽어봤습니다. 그때의 저는 불확신 속에 갈팡질팡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감과 확신에 찬 단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족하지만 공익변호사자립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 이라 함)을 통해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감사한 기록을 남기고 미래를 계획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펙터클 지역 공익변호사
저는 광주전남지역 유일의 비영리 공익변호사단체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에서 3년간 상근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곧바로 일을 시작했고, 1년 정도는 동행의 지향점과 활동 방식을 배우며 단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이후 단체의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하고, 고민과 업무를 지속·발전시키기 위해 지원사업에 지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졌고, 지원사업을 통해 동행에서 지역공익변호사로 ‘하고 싶다’, ‘해야 한다’ 고 생각했던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무겁고, 씩씩하게
동행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 단체 상시업무로 홍보를 담당하였습니다. 매년 연간보고서, 홈페이지·페이스북 등  관리, 뉴스레터 제작 및 발송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연간보고서 작업입니다. 연간보고서는 단체의 활동을 매년 잘 정리해서 외부에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작은 단체의 기록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업무도 2019년 연간보고서 만들기였습니다. 매년 단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연간보고서의 질도 향상했던 거 같습니다. 2020년에는 동행 5주년 기념보고서 ‘인연’을, 2021년에는 동행의 변론은 서로 이어진다. ‘동·변·상·련’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동행은 지역 유일의 공익변호사 단체로 장애, 난민, 이주민, 젠더 등 존엄과 권리가 상실된 당사자의 목소리를 법의 언어로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노동력착취사건 등 형사, 명의도용으로 인한 민사, 성매매피해여성의 경우 채무부존재확인·청구이의·대여금 청구 등 민사, 성특법·협박·불법추심 등 형사, 난민의 경우 난민인정신청단계·행정소송·행정심판, 이주민의 경우 체불임금 등 진정 및 고소, 이주여성의 이혼소송 등 다양한 공익 사건을 지원합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후에도 직접 현장에서 당사자를 만났습니다. 동행에서 지원하는 당사자의 경우 인터넷이나 정보 접근·활용이 용이하지 않거나 업주나 관리자에 의해 외출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활동기간의 2/3 이상을 코로나와 함께하며 비대면 시대에도 꿋꿋하게 대면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2020. 6. 15.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5조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마치고 모두함께

고된 일정 가운데 동료들과 즐겁게 웃고 격하게 울며 함께한 순간들이 기억납니다. 고소인이 15명이던 ‘개야도 이주노동자 체불임금 사건’ 은 상근변호사 4명이 노동청 조사 일정을 번갈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사일정이 겹칠 때는 무사히 잘하고 오라고 서로 응원하며 일정이 끝날 때까지 차에서 기다렸습니다. 긴 조사 동행 후에는 간단한(?) 음주와 함께 녹초가 되어 하루를 마무리 했던 넝마의 기억도 있습니다. 솟구치는 열정으로 난민불인정결정취소소송에서 입증서류로 갑제50호증까지 제출하기도 했고, 성매매 피해여성의 사기건 최후진술 중 울먹이며 꼬여가는 온몸을 추스르고, 겨우 진술을 마무리했던 적도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일에서 제청신청인의 최후진술을 들으면서는 주르륵 흘러내리는 코를 닦으며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법원의, 헌법재판소의 보이지 않는 벽에 들려지고 울리고 부딪히는 순간들은, 그 어떤 서면에 담긴 언어보다 강력한 힘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2021 동행 정기총회에서는 긴장한 탓에 돌멩이가 되어 보고, 바보의 나눔 사각지대이주민사업으로 차분하게 ‘농어업이주노동자권리찾기영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서 동행의 상근변호사로 활동하면 할수록 무게감이 크게 다가왔고, 뭐라도 혼자서 거뜬히 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도 느꼈던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비영리단체의 상근변호사로 법률 영역을 넘어서는 새로운 활동방식을 고민하고 다양한 주제의 시민단체들과 긴밀하게, 긴 호흡으로 연대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제와 고백하자면
지원사업 면접을 보던 날, 긴장하면서 편하기도 했습니다. 면접의 긴장감보다 지역 공익변호사로 활동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었던 거 같습니다. “자립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그럴싸한 답변을 하고 싶은 욕심에 우당탕탕 거렸던 거 같습니다. 이제와 고백하자면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립을 계획하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활동에서 계속 가져갈 무언가가 새겨졌습니다. 공익소송은 당사자·연대단체와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설득할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물리적으로 멀어진 활동가들이 생각납니다. 많지 않아서 절실하고 그래서 더 든든하게 여겨주는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 단단해져서 거리에서 책상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만날 것입니다.
나약한 인간인지라 함께 할 동료를 많이 기다렸던 거 같습니다. 주제넘은 줄 알지만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한 2022 동행을 많이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긴 호흡을 만들어 주고, 힘이 되어준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동료들과 나우공감공익변호사자립지원사업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5.18민주광장에서 동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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