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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여성인권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토론회

 




 


사례1)


  한 필리핀 여성이 길을 지나다가 ‘한국에서 가수를 시켜주겠다, 한 달에 90만원을 주겠다’는 현지 기획사 사람의 제의를 받았다. 그녀는 현지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보고 한국에 입국했으나 한국의 다른 기획사를 거쳐 유흥업소로 넘겨졌고, 업소에서 야한 옷을 입고 야한 춤을 추고, 주스를 팔고, 성매매를 할 것을 강요당했다. 현재 이 여성은 업소에서 도망쳐 나와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



 


사례2)


  전라도 섬 지역으로 시집을 온 캄보디아 여성 K는 20세이고 남편은 70세다. 남편은 염전일을 했는데 K가 시집을 오자 자기는 이제 몸이 힘들어 더 이상 일을 못하겠으니 K가 일을 하고 번 돈으로 생활을 하자고 하였다. K가 한달에 월급으로 80만원을 받아서 그 중에서 40만원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40만원은 자신들의 생활비로 쓰자고 하였으나 남편은 본국에 보내는 돈이 너무 많다며 20만원만 보내고 20만원은 자신의 용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힘든 노동을 견디지 못한 K는 집을 나와서 결혼중개업체에게 가서 이혼을 하겠다고 하였다. 중개업체는 K를 식당에 취직시켜 주고는 남편에게 배상을 해 주어야 하니 K가 버는 돈을 본인들이 가지겠다고 하며 월급을 받아 챙겼다. 식당주인이 이런 사실을 알고 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하였다.



 


사례3)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탈북 비용과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탈북 여성들에게 한 달에 15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며 일본의 어느 마사지 업소로 넘겨 성매매를 시킨 브로커와 업소 주인이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적발되었다. 또한 브로커와 업주 뿐 아니라 성매매를 한 탈북 여성 13명도 같은 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다.



 


사례4)


  베트남 여성 A씨는 베트남에서 맞선을 보고 54세 한국인 남성을 따라 한국에 왔다. 그런데 한국인 남성은 유부남이었고, A씨를 제3자와 위장 결혼시킨 후 자신의 원룸에서 지내도록 하며 3년여 동안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 이 남성은 A양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국여성을 고용해 감시까지 했다.




2010년 11월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의원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두레방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지원시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주최로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특례법(이하 인신매매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인신매매법”?


 


  ‘인신매매’라는 말은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많이 쓰던 ‘인신매매’라는 말은 불과 몇 년 전 ‘성매매목적의 인신매매’라는 죄가 ‘성매매알선법’에 만들어지면서 처음 법 안으로 들어왔고, ‘인신매매’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어떤 법에서도 구체적인 정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100만을 넘어섰고,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 등 이주 목적과 통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주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범죄행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실제 사건들인데 이를 인신매매 행위로 보아 처벌하고, 반대로 피해자에게는 여러 가지 보호와 지원을 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에서 인신매매행위 등에 관한 처벌법 및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하였지만, 여러 NGO단체들에서는 이를 보완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인신매매법안은 다양한 형태의 인신매매와 이와 관련된 광고, 모집행위 등을 처벌하고, 체류자격이나 취업자격 보장, 의료지원, 수사과정에서의 절차보장 등 피해자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신매매법, 과연 필요한가?


 


  형법 제31장에는 추행․간음․영리 목적의 약취․유인죄(제288조), 국외이송목적의 약취유인죄(제289조), 결혼목적의 약취․유인죄가 규정되어 있으며, 이 범죄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또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도 성매매목적의 인신매매(제2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규정이 있으며, 「아동복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도 아동․청소년 매매행위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법들로도 해결이 가능한데 굳이 새로운 인신매매법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법률들은 법조문이 구체적이지 못해 범죄행위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되어 처벌된 사례들이 극히 적어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각각의 법률들은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정들이 미비하고 그 수준도 다른 상황이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인신매매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특별법으로서의 인신매매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인신매매법의 내용은?


 


  인신매매법은 크게 인신매매 정의규정과 그에 따른 처벌규정, 피해자 보호규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법에서 인신매매란 “성착취, 강제노동, 장기적출 등 착취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상대방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하거나, 선불금 등 금품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또는 취업 및 체류자격 등 경제활동기회를 제공·약속하여 대상자를 인계하거나 인계받는 행위”(제2조 제1항 제1호)이다. 또한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등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수단에 상관없이 착취 또는 영리 목적의 인계행위가 있으면 인신매매에 해당한다. 그리고 성착취, 강제노동, 위계 등에 관하여는 법 안에서 이에 해당하는 경우를 자세하게 규정하여 법 적용에 있어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피해자 보호에 있어서는 소극적으로는 강제퇴거 당하지 않고, 적극적으로는 체류자격을 인정받으며, 취업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고, 의료지원, 생계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신고 및 고소 여부와 수사에 협조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귀국준비에 필요한 일정한 기간 체류자격을 인정받는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기타 중요한 내용으로는 피해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인신매매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인신매매피해자가 입국과정 등에서 불법행위나 범죄에 가담했더라도 인신매매피해자는 처벌되지 않도록 한 것이 있고, 인신매매와 관련하여 인신매매피해자에게 발생한 채권을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으로 보아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과 관계없이 무효로 규정한 것 등이 있다.




 


토론회의 내용 및 쟁점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특례법」의 주요 내용 및 취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하여 인신매매법의 필요성 및 인신매매법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 설명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권미주님은 ‘국제결혼과 인신매매법의 관련성 돌아보기’라는 발제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모집, 배우자 결정, 부정확한 정보의 제공, 결혼 이후의 여러 가지 문제까지의 일련의 절차에 있어 인권침해적이고 인신매매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함을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통한 외국인 피해자 보호 정책 방향’이라는 발제를 맡은 두레방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지원시설 박수미 소장은 외국인 피해자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가 ‘경제 활동을 전제한 체류 자격 보장’에서 시작되며, 피해자들의 불법 가담 사실 역시 인신매매로 인한 피해로 봐야 한다는 점, 수사절차에의 협조 등의 조건과 차별 없는 피해자 지원의 필요성 및 다각적 시각에서 적극적인 피해자지원노력이 필요한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인신매매법과 성매매법과의 관련성’이라는 제목으로 인신매매 범죄가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인신매매에 대응하여 어떻게 법을 규정해야 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먼저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인신매매개념의 확장 필요성을 과 더불어 피해자보호는 피해자의 인간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인숙 변호사는 인신매매법의 구체적 적용범위에 관하여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탈시설정책위원회 조백기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인신매매피해자인 경우에 있어 이 법의 보완점 등을 언급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최현모 사무처장은 이주노동 영역에서 인신매매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아동 보호의 입장에서 인신매매법의 보완방향에 대해 말했다.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토론과 질문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입증책임의 문제였다.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둘 지 여부에 관한 부분은 인신매매법안을 준비하면서 가진 몇 번의 회의에서도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착취나 영리의 목적으로 폭행, 협박, 위계, 위력 등을 수단으로 하여 대상자를 인계하거나 인계받는 행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이 법안이 규정하는 인신매매로 처벌할 수 있는데, 착취나 영리의 목적은 사실상 입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받는 사람이 적어져 법의 실효성이 없게 되거나, 수사기관에서도 입증이 어려울 것을 예상하여 적극적으로 이 법을 적용하지 않으려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착취 등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착취나 영리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어 행위자가 그러한 목적이 없었음을 증명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은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이고, 이에 따라 범죄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규정을 둠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두는 것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종 법안이 만들어질 때 까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 이다.




 


마치며


 


  이번 토론회는 많은 사람들이 이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현재의 법안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 등에 관하여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여러 단체가 모여 회의를 거듭하고 많은 고민들을 나누면서 인신매매법안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내년 초로 예정하고 있는 법안 발의 시까지 발제자, 토론자들이 모여 몇 번의 회의를 거듭하면서 법안을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발의 후에도 법안이 무사히 통과되어 법의 취지대로 실효성 있는 인신매매 처벌 및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가능해 졌으면 좋겠다.


 


 


글_ 12기 인턴 박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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