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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 일반

하나은행 비정규직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 진정서 제출

 

형식적인 의미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일한 차이는 일하는 기간에 제한이 있는지 여부다. 기간에 제한이 있는지 여부만 빼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든 면에서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열등한 대우를 받는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빈곤율은 정규직 노동자 빈곤율의 3배 이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국민연금 직장가입 비율이나 고용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정규 노동자가 더 많은 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3%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정규직 노동자는 바로 계약 갱신의 거절, 즉 사실상 해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이의를 제기하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회사는 기간 종료를 이유로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점점 더 열악해진다. 견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하나은행은 정규직 노동자가 결혼할 경우 백만 원의 경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결혼할 경우 오십만 원의 경조금을 지급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결혼하거나 부모님이 회갑, 칠순, 팔순을 맞이하면 오십만 원의 경조금이 지급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결혼하면 아무 것도 없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하면 삼천만 원이 지급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하면 천만 원이 지급된다. 업무의 성과나 노동자의 능력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하나은행은 이렇듯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경조금을 차별하여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 11 29일 하나은행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금융노조비정규직위원장을 대리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진정취지는 간단하다. “피진정인에게 경조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차별하지 않도록 경조금 지급기준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소송을 하는 방법이나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소송이나 노동위원원회에 대한 시정 신청의 경우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출 가능성, 이에 따른 사용자의 불이익 처분 가능성을 고려해서 보류했다. 진정이 받아들여질지, 진정이 받아들여질 경우 하나은행이 권고를 따를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 자리를 잃어버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라도 작은 시도는 계속 되어야 한다. 노동권은 생존권이자 인권이다.

 

 

글_ 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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