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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이주와 난민

[이주]이주노조위원장의 체류자격 취소처분 및 체류자격 연장 불허 처분 취소소송 판결



  


 9월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꿈인지, 아니면 상상인지 가늠이 안되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출근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 10시가 되자 심장은 더 심하게 뛰었다. 그러다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화를 받았다. “이겼어요!, 전부 승소했어요!”



 당연히 소송을 대리하는 입장에서는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소송 당사자가 느끼는 긴장감에 비할 바는 아니다. 변호사는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지 않은 사건을 수도 없이 다루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주노조위원장 개인의 문제였지만,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이 소송에 이주노조의 운명이, 더 나아가 전체 이주노동자의 향방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송 과정에서 드러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본색에 분노마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11. 2. 10. 이주노조위원장의 체류자격을 취소하고 이주노조위원장에게 출국명령을 내렸다. 또한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따라 당해 체류자격취소처분 및 출국명령이 집행정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11. 3. 17. 이주노조위원장의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고 출국통보를 하였다. 그래서 공감은 이주노조위원장을 대리하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체류자격취소처분, 출국명령 처분, 체류기간 연장 불허 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이후 권영국, 조혜인 변호사가 함께 결합하여 소송을 진행했다. 이주노조위원장이 이주노조 활동을 하기 위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장을 변경했다는 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주장이었지만 역대 이주노조위원장 전부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서 강제로 출국을 당했다는 점 – 더 심각한 문제는 역대 이주노조위원장이 소위 미등록 신분이었던 것에 비해 현 이주노조위원장은 E-9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을 고려한다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은 이주노조 활동을 탄압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제출한 증거를 봐도 알 수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주노조위원장의 활동에 관한 언론보도 자료들을 긁어 모아 증거로 제출했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장을 변경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굳이 이런 자료들은 증거로 제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고용허가제법의 취지는 중소기업에 인력을 원활하게 공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이주노동자는 노조 활동을 해서는 안되고 일만 열심히 해야 하며 폐업 등의 이유로 일을 할 수 없을 때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주노동자를 일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했기에 가능한 주장이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쉘 이주노조위원장이 사업장을 변경한 것은 정당하며 사업장 변경에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이 없었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우리 헌법 제6조, 세계인권선언,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ㆍ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에 비추어 보면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의 근로자로서의 기본적 권리가 우리 사회에 편입된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인정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이 “그 표면상의 이유와 달리 실제로는 원고의 이주노동조합 조합장으로서의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서울행정법원은 직권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한 일련의 처분들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집행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과 결정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횡포와 권력 남용에 제동을 걸고,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있다. 판결이 있은 후 이주노조위원장은 다시 한 번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체류기간 연장 신청을 했지만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를 불허했다. 마냥 기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글 _ 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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