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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 일반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위헌에 관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지난 10월 13일 오후 2시부터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는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인 1972년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변호사와 민변의 변호사가 참석했고, 법무부·검찰 측 대리인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진섭 변호사가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열띤 법적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우선 청구인 측의 재심사건이 적법하게 법원에 계속 중이어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둘째로 유신헌법 제53조를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셋째로, 유신헌법이 헌법소원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위헌심사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규범은 무엇이 될 것인지의 문제, 마지막으로 긴급조치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이에 대한 위헌심사의 관할권이 헌법재판소에 속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 대리인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오종상 청구인의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청구인들의 재심사건은 법원에 적법하게 계류 중이며, 오종상 청구인의 경우 개별적 권리보호이익은 없지만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예외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고, 유신헌법은 그 제정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성립이 무효이며, 설사 유효하게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신법우선의 원칙상 현행헌법을 위헌심사의 기준으로 삼아 유신헌법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는 법적 성질이 법률적 효력을 가진 명령에 해당하므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통령특별선언의 형식으로 헌법의 일부 효력을 정지시키고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유신헌법의 사전 포석이었던 10ㆍ17비상조치는 당시 헌법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발령한 것으로서 기존의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정지한 일종의 쿠데타에 해당합니다.

 

 법치국가원리는 모든 국가권력이 법에 구속되어 이에 따라야 한다는 법률의 우위, 나아가 헌법의 우위를 요구하며 이는 집행권과 사법권의 법률위반금지의무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유신헌법 53조 2항은 대통령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던 바, 이는 법률에 대한 대통령의 우위를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또한 3항에서 긴급조치를 한 때에 대통령은 국회에 긴급조치 발동에 대해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통고’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어 입법부에 의한 통제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법치국가원리는 공정한 사법적 권리구제절차의 보장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 헌법 53조 4항은 ‘1항과 2항의 긴급조치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바,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하여 ‘공정한’ 사법적 심사는 고사하고 ‘사법적 권리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치국가원리의 한 내용인 법률에 의한 재판의 요청을 완전히 형해화시킨 규정입니다.

 

 이처럼 위헌적인 헌법 규정에 대해서 위헌심사를 할 수 없다면, 공동체의 가치를 담는 그릇인 헌법을 지키는 길은 요원할 것입니다. 유신헌법 53조와 이에 근거하여 내려진 긴급조치로 인하여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로 인한 고통이 오늘날까지 온존하고 있는 만큼, 이 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를 통하여 뒤늦게라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고 잘못된 헌정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글_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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