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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국경을 넘는 공익법 활동의 시대 – 대만 난민법 입법 자문 활동에 임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다. 그런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도움이 가능한 것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초국경적 상황인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이 이루어지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되고 꼭 필요한 도움이 전달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이를 평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구조적 배경과 주요한 쟁점, 관련 주체들에 대하여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2년 10월 대만 타이베이에 동아시아 난민법과 정책에 관한 심포지엄이 있었고, 공감에서는 한국의 난민법과 대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난민법안을 비교하는 발표를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막연히 한국 난민법의 긍정적 요소들이 대만측에 전달되어 반영되면 좋겠다는 단순한 희망만이 표현됐다. 2017년 4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난민법안에 관한 라운드테이블이 열렸고, 공감에서는 김지림, 황필규 변호사, 그리고 아태난민권리네트워크 Yiombi Thona 의장, Victoria Wisniewski Otero 동아시아워킹그룹 전 의장, 이일 동아시아워킹그룹 부의장, Evan Jones 실무관, 국제난민법판사협회 Allan Mackey 전 뉴질랜드 판사 등으로 구성된 외국 자문단이 참여했다. 사전에 수차례 전화회의와 이메일 교류를 통해 대만난민법안의 현재 상태, 배경, 주요 쟁점, 관련 주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지만 대만 단체 쪽에서 충분히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갖고 회의에 임했다.

 

심포지엄에서 발제중인 황필규 변호사

 

  대만의 국회의원, 법원, 관련 부처, NGO 등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공감은 한국 난민법의 일반적인 개관과 더불어 특히 다음을 강조하며 대만 난민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첫째, 한국의 역사를 보면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는데 상해임시정부는 난민들이 만든 정부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유엔한국재건기구 등 공식적인 국제난민보호기관이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난민 출신이다. 한국의 역사는 국제적 난민 보호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아 온 역사다. 대만의 역사는 어떠한가?

  둘째, 몇 년 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난민수용 정도는 1인당 GDP 대비 세계 132위, 인구수 대비 154위, 영토 대비 112위로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대만의 경우는 어떠한가?

 

 

  회의 다음날에는 이민국 등 대만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명확하게 파악된 사실은 대만 정부는 난민법의 구체적인 규정보다는 이러한 난민법이 중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주된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이 난민법안 자체는 중국에서 오는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지만 관련 법령에서 이 법안의 내용을 따르도록 하는 개정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고, 정치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남북관계와 유사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전혀 다른 지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하여 유의미한 자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자문에 임하는 것의 한계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공감 황필규, 김지림 변호사와 대만 공익변호사들

 

 

공감은 올해만 해도 태국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포함 직원들에 대한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교육, 필리핀, 말레이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UNDP, ILO, 기타 아시아 NGO들을 대상  으로 한 기업과 인권 워크샵 등을 진행해왔고, 일본변호사연합회, Human Rights Watch 등 외국단체들에 대해서도 국내 공익법운동 현황 등에 대해 자문을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자문과 법률지원 요구의 양과 질은 점차 증가되고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사안 하나를 다루더라도 그 내용과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는 당위는 있으나 초국경 이슈와 관련해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0년 넘게 끌어 온 이 고민에 정면으로 답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글 _ 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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