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희망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 – (주)사이로직 이태휘 대표


 


  하는 일은 다르더라도 마음이 서로 같은 곳을 향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함께한다고 합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구성원들이 법을 통해 변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향해 간다면, 여기 ‘기술력을 통해 얻어진 이윤을 나누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엔지니어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신념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공감과 함께하는 이가 있습니다. 이번 기부회원 인터뷰에서는 ‘모든 엔지니어들이 즐겁게 일하고, 성취감도 얻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하는 ㈜사이로직의 이태휘 기부회원과 함께 했습니다. 인터뷰 당일은 비 온 뒤의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사무실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이태휘 기부회원을 만나자 마음엔 어느새 훈훈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첨단IT단지에 위치한 ㈜사이로직은 디지털신호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입니다. 인터뷰를 기획하는 단계에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산업체에서 공감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런 고민은 기우였음을 곧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는 중에 회사 로고와 함께 입구에 새겨져 있는 ‘For Our Happiness, For Our Customer, For Our Society By Technology’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얼굴 같은 이 문구에 그가 ㈜사이로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담겨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직원행복, 고객만족, 인류공영을 설립 목적으로 삼고 있어요. 직원이 일에 만족한다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만족할 것이기 때문에 직원의 만족이 우선이에요. 그 다음엔 우리 회사를 있게 해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우리가 속해있는 공동체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는 것도 저희 회사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엔지니어로서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이윤을 나누는 것, 이것이 회사를 만들 때 고민했던 설립 원칙이에요. 저희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이 이런 가치를 공유하고 일을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시절 야학 교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나눔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하는 그는, 봉사를 통해 오히려 자신이 마음을 치유 받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살지만 밤늦은 시간 졸음을 이겨내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야학 교사 활동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나눔을 실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기쁨을 ㈜사이로직의 기업 정신에도 녹여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곳임에도 인터뷰를 하는 내내 따뜻함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 사이의 갈등이 많아요. 사실 그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는 훈련이 덜 된 것 때문이죠. 내 입장에만 있으면 결국에는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봉사를 통해 우리가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더 크게는 내 스스로가 변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는 훈련, 이게 결국엔 양쪽에 도움이 되는 거거든요. 저희 회사는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입사 전 기술적인 부분도 설명을 하지만 우리 회사가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죠. 신입사원 중에 그런 부분이 좋아서 꾸준히 하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는 아직 회사가 공식적으로 외부로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직원들과 함께 봉사 정신을 나누고자 노력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직원이 활동하는 피해아동 보호센터를 후원하는 한편, 직원들의 지역 봉사 활동을 독려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입니다. 또한 ㈜사이로직에서는 올해부터 직원이 공익 단체에 기부하면 회사에서 그만큼 더 돈을 보태어 기부하는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를 시작했습니다. “직원들도 나눔의 기쁨을 느낄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는 나눔의 의미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만 생각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사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잖아요. 우리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 했고 그것으로 먹고 살지만 사회엔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이 있어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학생 때부터 갖고 있었는데,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죠. 함께 시작하는 직원들도 여기에 모두 공감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마침 당시에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 캠페인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적은 액수나마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기 시작했죠.”

 

 


 


  ㈜사이로직은 2008년 회사 창립 이후 사회적 공헌 기업 선언에 동참하여 매년 매출의 1%를 여러 공익 단체에 기부해왔습니다. 요즘과 같이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하다 믿는 무한경쟁 시대에 그런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자, 그는 오히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당연하다는 듯이 소탈하게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2010년 TV에서 공감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송된 뒤 얼마 안 되어 공감은 ‘우리는 엔지니어로서……’로 시작하는 글과 함께 후원을 받았고, 그때부터 ㈜사이로직과 공감 사이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공감에 기부를 시작한 특별한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방송을 보고난 뒤,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는 일들에 대해 일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선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처음 공감에 기부할 때는 사실 공감이 활동하고 있는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이주노동자분들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입니다. 한국인들은 정이 많아서 친해지면 자기 것도 내어주는 사람들인데,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죠.”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기부를 하면서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자랑하려기보다는, 행여나 누군가 이 기부를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겸손한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렇기에 매출의 1%를 기부하는 문화가 좀 더 많은 기업들에게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 연말마다 게시판에 기부 활동에 대한 작은 공지를 올리는 것에도 그는 신중을 기합니다. 오히려 그는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생각하며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히 기술력을 통해 번 돈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넘어, 직접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실천하는 나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돈을 기부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공감은 항상 제게 부끄러운 마음을 들게 해요. 변호사님들도 분명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노력했을 텐데, 그렇게 사회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모습이 부러워요. 저희 엔지니어들도 사회를 위해 직접 참여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줄 재능 기부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변호사님들은 제도 개선을 통해 참여하신다면, 엔지니어들은 기술로 사회에 봉사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적인 재능을 기부할 곳과 연결할 수 있는 창구를 찾기 힘든 것이 아쉬워요. 그래서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 기기와 자재를 필요한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을 통해 사회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기부회원에게 있어서 ‘공감’이란 무엇인지 질문하자, 그는 “공감이란 ‘연대’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연대라는 것은 연초에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생각든 부분이에요. 선한 일을 하려는 마음뿐만 아니라 직접 모여서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이 연대거든요. 공감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항상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해요. 그 사람이 어려우면 같이 어려움을 느끼고 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같이 그 부당함을 느끼는 것이 그 기본 전제입니다. 그것이 연대라는 부분까지 간다면 사회적으로도 바꿀 수 있는 거죠. 공감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넘어 연대를 통해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공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태휘 기부회원의 모습을 보면서, 직업, 나이, 성별, 외모, 학벌이 달라도 모두가 함께 공동체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공감도 ㈜사이로직과 같이 건전한 기업 정신을 지닌 회사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고 성장하여 사회적으로도 큰 성취를 이루길 바랍니다. 바쁜 와중에도 진솔하고도 따뜻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태휘 기부회원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_ 김병인 (19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