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차별 없는 공평한 교실을 만들어 주고 싶은 선생님 – 김재훈 기부회원

2009년 공감에 기부를 시작하며 자신을 예비 교사라고 소개하던 열혈 청년은 2013년, 그 꿈을 이뤄 다시 공감과 만났습니다. 공감과 함께하는 기간 동안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이뤄온 4년차 교사로써의 그의 성장과 고민들, 그리고 목표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재훈 님을 소개합니다.

 

과거, 그리고 출발 – 선생님이 되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한 학교는 활기차게 붐비고 있었습니다. 현재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재훈 님도 학생들과 함께 바쁜 좌충우돌 새 학기를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그가 어떻게 선생님을 꿈꾸고 이 학교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선생님이 되겠다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기보다는 중학교 때 정말 좋은 담임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때 아이들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선생님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죠.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범대를 진학했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물 흐르듯이 교사를 준비해왔어요.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했는데 마침 제대 시점이었고 취업이 되었어요. 현재 4년째 이곳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어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달리 김재훈 님의 첫인상은 굉장히 자유롭고 털털했습니다. 많은 과목 중에 특별히 ‘국어’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는데요, 그 대답 역시 솔직하고 꾸밈이 없었습니다.

“수학, 영어가 그냥 싫었던 것 같아요.(웃음) 제가 공부에 애착을 가지는 스타일도 아니었고요. 그냥 대학 가려고 수학, 영어를 했는데 지겨웠어요. 사실 국어를 좋아하지도, 소설이나 문학을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근데 수학, 영어 안하면서 아이들 가르칠 수 있는 곳으로 오다보니 국어교육과에 진학했죠. 그래서 대학교 1,2학년 때는 약간 방황도 했는데 다행이 3학년 때부터 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 국어 교사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현재 – 선생님으로서의 나를 바라보다

 

자신이 원하던 선생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교탁 앞에서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올해로 4년차 교사인 그에게 지금까지 교사로서 느끼고 있는 기쁨과 보람, 그리고 어떤 선생님의 모습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교사가 돼서 가장 좋은 점은 학생들과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에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교사와 학생이라기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교감을 느껴요. 그때 교사로서 가장 뿌듯함을 많이 느끼죠. 그래도 전 마냥 친구 같은 선생님은 아니에요. 제가 교사가 된 첫 해에는 애들이 축 쳐져있으면 저도 쳐져있고 장난치면 같이 장난치고 했어요. 그런 친구 같은 선생님이 좋다고 생각했었고요. 그런데 어떤 선배 한 분이 아이들이 흥분할 때는 차분히 가라앉히고 애들이 쳐질 때는 기를 살려주며 적절히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했어요. 지금은 저도 이에 공감해서 잘못된 상황에서는 학생들을 혼내기도 해요. 그래도 저 별로 무섭지는 않은데……(웃음)”

 

비록 혼낼 땐 혼내야 한다고는 말하지만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합니다.

 

“아이들과 얘기할 때 저의 학창시절을 많이 생각 하지만 어른이 되어버려서 아이들을 좀 잘 이해 못하게 된 것 같아요. 가끔 아이들과 충돌도 있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야간 자율 학습을 빼달라고 하면 빼주고 대학 이름에 집착해서 원서를 쓰게 하지도 않아요. 그런 것이 학교의 입장이나 담임의 욕심인건지 아니면 정말 그 학생을 위한 건지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을 믿는 편이고 그들이 뭐를 하던지 최대한 이해하려고 해요.”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고 믿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그. 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해 ‘차별 없는 공평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교사 생활을 하다보면 아무리해도 몇몇 아이들에게 신경을 좀 써야할 때가 있어요. 근데 그게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지 많이 걱정이 되지요. 아이들의 인생 중에 저를 만나는 1년 만이라도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큼은 불평등, 차별을 느끼지 않게끔 공정하게 대해주고 싶어요. 한 아이라도 상처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 아이를 보듬어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이 이 작은 공간에서만이라도 공평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미래 – 나의 학생들에게 바라다

 

올해 여름 공감에서 열렸던 청소년 행사에서 장래를 치열하고 깊게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현장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고민을 함께하며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인 그는 과연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요새 아이들이 생각이 열려있고 꿈에 대해서 구체적이지만 어른들이 생각하는 염려나 걱정들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꿈이 구체적인데 지독하게 현실적이에요. 부모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죠. 근데 그건 학생들 잘못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그는 학생들이 대학, 학벌, 학과 중 어떤 것이 중요하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진학 상담을 해올 때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스펙트럼을 제시해주되 최종 결정은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그의 학생들이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요새 아이들은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하고 사회적인 일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남에게 피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일만 하기 바쁜 거죠. 이런 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애들이 사회에 나가면 큰일을 할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능력을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위해 쓰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진학지도로 바쁜 상황 속에서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김재훈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뤄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김재훈 선생님과 학생들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글 _ 임규원 (17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