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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선명하게 빛나는 무지개 같은 – 최정임 기부회원

 


최정임님을
처음 보았을 때 보여준 밝은 미소를 잊지 못한다. 누구보다도 밝은 미소와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사람, 사람들의 다양하고 선명한 색깔을 사랑하는
사람. 처음 만날 때 내리던 비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거짓말같이 그쳤다. 이번에 공감이 만난 최정임님은 무지개를 띄우기 충분한, 맑게 갠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간호사, 환자의 옹호자

 

최정임님은
본인을 병원에서 일하는 8년차 간호사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간호사의 이미지는 항상 친절하고 웃는 얼굴로 환자를 대하는, 흔히 말하는
‘백의의 천사’다. 그도 그런 멋진 간호사의 모습을 꿈꾸며 병원에 입사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대하는 건 실습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랐던 그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틈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스러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환자에게
항상 친절하라고 학교에서 배우는데, 저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고 하니까 친절한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나중에 죄책감도 생기고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힘든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까 결국엔 내가 건강하지 못해서
그렇더라고요. 내가 건강하지 못한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스스로가
건강해야 한다는 건 비단 몸의 건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인 간호업무를 잘 해내기
위해, 그는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환자를 진심으로 대했다.

 

“아픈
사람들에게 일적으로 힘들어서 짜증이 나곤 했는데, 그게 되게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 사람들이 아프다고 얘기하는 건 당연한데 내가 왜
그 앞에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있지?’ 그러면서 더 이상 비겁하지 않겠다, 용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앞에 나가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잖아요. 내가 사람을 만날 때 한순간이라도 진심을 다해서 그 사람을 느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저도
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그는
그런 노력을 통해 환자를 대할 때 자연스럽게 웃게 되고 스스로 당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일 중 하나인 환자의 ‘옹호자’로서의
역할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진료부의 힘에 끌려가지 않고, 비싸고 불필요한 처방에 대해서는 환자나 보호자를 대신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는
환자나 보호자분들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사들이 무조건 ‘이렇게 하라’ 그러면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수
없죠. 저는 그런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임상 생활을 하다 보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다 보여주는 게 일반적인 업무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색깔, 다양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희생과 봉사와 같이 추상적인 뜻을 품고 좋은 일들을 하지만, 공감은 실질적으로 삶에서 어려운 부분들을 법률적으로 다루다 보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부분의 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저는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공감은 ‘어떻게 사는지’에 더 치중했던 것 같아요.”

 

그는
병원에서
봉사하는 단체들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혜적인 느낌이
드는
봉사단체들을 보고 불편함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공감을 보게 되었고, 눈높이를 맞추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공감에 마음이 이끌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기부를 결심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듯이 ‘나는 힘이 많고 저 사람은 힘이 없으니까 나는 저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개념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다른 색깔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인 거죠. 공감에서는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질시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편견 없이 대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세상에 말을 할 수 없거나 말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하면 그들을 대신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일들을 해서 참 좋고.
멋있어요.”

 

우리
사회는 나와는 다른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과 다르면 은연중에 배척하거나 같은 색깔로 만들어버리려 한다. 그리고 흔히
이야기하는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주려 한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힘드니까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건 오만과 자기위안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너보다
힘이
더 많으니까 내가 대신 해주겠다’는 건데, 어떻게 보면 그건 상대방에게 침해적이거든요. 오히려 도움을 받는 쪽이 더 훌륭할 수 있어요. 그런
자세 자체가 어떻게 보면 권위적이죠.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죠. 그런 사람들도 먼저 가서 그들을 도와주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내가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사회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 편하게 다닐 수 있으면 그게 인권이 잘 보장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도와주려고 나서는 것 자체가 힘이 개입된거 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편안하고 평화로울 수 있지만 그건 건강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 뒤로 숨게 되고 부자연스럽게 되니까요.”

 

 

누구도 빛을 잃지
않기를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구성원 각자의 색깔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빛날 수 있는 사회는 아니다. 사회가 그 색깔을 외면해 버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색깔을 퇴색시키려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른 빛을 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빛을 잃어간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어느 누구도 빛을
잃지 않고 다양한 색깔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꿈꾼다.

 

“다양하고
선명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지,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색깔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무도 꽃도 다 색깔이 있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 색깔만을 주장하고 자신의 색깔과 다르면 밀쳐내 버려요.
그러면 너무 지루하지 않나요? 다들 각자의 색깔대로 선명하게 빛나는 사회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는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며, 공감 구성원들이 멋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색깔을
가진 분들을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그 분들의 색깔을 해치지 않아줬으면 한다고, 지금처럼 그 분들이 자연스럽게 빛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옆에서 같은 시선으로 같은 하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는 최정임님. 그의 하늘엔 오늘도 선명한 무지개가 떠 있을 것만
같다.

 


_ 한지수 (19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