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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회원 인터뷰] 사람다운 삶, 공평한 세상을 꿈꾸는 열일곱 소녀 신유림 기부회원

 

  초여름의 햇살이 뜨겁던 5월의 첫 날, 앳된 얼굴과 단정하고 정갈한 교복 차림의 신유림 기부회원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하고 수줍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영락없는 열일곱 소녀의 풋풋하고 순수한 모습이었다. 고등학생으로서 첫 시험을 치르고, 체육대회 때문에 운동연습까지 하고 와서 많이 지쳤을 텐데도, 그녀는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즐겁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인연

 

  “열일곱 살 신유림 입니다. 고등학생 된 지 얼마 안돼서 바쁘지만 인터뷰 하게 되어서 기뻐요. 감사합니다.”

 

  딱 열일곱 소녀다운 자기소개서를 마치고 인터뷰가 시작되자, 수줍었던 눈빛은 이내 진지하고 성숙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열일곱.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꽃망울처럼, 알알이 찬 희망이 두 눈 속에 가득 반짝였다. 어쩌면 열일곱의 눈빛이 이렇게 깊을 수 있을까 감탄하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공감과의 인연이었다. 학생인 그녀가 어떤 계기로 공감을 알게 되었을까. 공익변호사를 꿈꾼다는 그녀는 우연히 신문에서 마주하게 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보고 생소함에 눈길이 갔다고 한다. “공감을 알게 된 이후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를 읽었어요. 공감이 참 멋진 곳이라 생각했죠. 지금은 공익변호사로 공감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어요!” 그녀는 올해 2월 공감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인권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매번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확인해요. 근데 학업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마침 겨울에 고등학교 입시 끝나고 시간이 맞아서 참가하게 됐어요.” 인권교육은 어땠냐는 질문에 재미도 있었고 유익했다며 밝게 웃는 그녀에게서 공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느껴졌다.

 

 

사람다운 삶을 꿈꾸며

 

  공감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다보니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이 아직은 낯선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인 그녀가 그냥 변호사가 아니라 콕 찍어 ‘공익변호사’를 꿈이라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중학교 1학년 때 문득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니까 사람답게 살아야겠다. 사람답게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일까 고민하다보니,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그녀. 처음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고민한 결과, 지금은 공익변호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 졌다고 한다. 특별히 더 관심 있는 분야가 있냐고 묻자, 아직 잘 모르는 게 많지만 요즘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아직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자신과 가깝지 않은 타인의 문제를 진심어린 걱정과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그녀가 아주 오랫동안 공익과 인권에 대해 생각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떻게 성장해야 이렇게 어린 나이에 타인의 삶을 생각하는 꿈을 꿀 수 있는 걸까. 기부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엄마, 아빠는 크게 상관하지는 않으세요. 부모님께서는 ‘공익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해주거나 무엇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알 수 있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녀가 공익변호사의 꿈을 키울 만큼 마음의 힘이 단단한 것은 그녀를 믿고 지지해준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녀처럼 ‘함께’ 한다는 것의 필요를 알고 느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에 그 결심과 행동이 더욱 빛나 보였다.

 

 

 

 

기부는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꿈이 있으니까 꿈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변호사나 공익과 관련된 활동도 많이 하고 싶은데 관련된 활동을 찾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 바로 기부예요.”

 

  기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아직 학생이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묻자, 용돈 쓸 일이 많이 없어서 부담스럽지 않다고 쑥스럽게 대답하는 그녀. 하지만 쑥스러움도 잠시 기부는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더 멋진 것은 그녀의 꿈이 자신만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 모두의 ‘공익’을 향해 있어서 사람다운 삶, 함께하는 삶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평한 세상을 꿈꾸며

 

  꿈꾸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처럼 설레고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그녀와의 만남은 순간마다 그런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자리였다. 그녀에게 하나라도 더 묻고 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질문이 쏟아졌다. 그녀에게 공익 변호사로서 어떤 삶을 꿈꾸는지, 우리 사회가 어떤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에게는 남을 도우면서 사는 게 우선이고, 공익변호사가 된다면 열심히 공익 전반에 관련된 활동도 하고 법률적인 도움도 많이 주고 싶어요. 어렵겠지만요. 혹시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남을 도우면서 산다는 신념은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세상은 조금 더, 공평해져야할 것 같아요.”

 

  공평,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일컫는 말. 우리사회가 노력하고 지향해야할 바를 그녀는 너무나 정확하고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인권’이란 어떤 의미일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 아닐까 고민이 됐지만 그녀라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당연하지만 잊혀진 것들을’ 이야기해줄 힘이 있다고 믿었기에 인권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인권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인권을 사람이 최소한으로 누려야할 권리라고 배워요. 그런데 그 권리가 현실에서 아주 잘 지켜지진 않잖아요.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도 권리를 억압받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려운 같아요. 마치 유토피아 처럼요. 정의는 절대적이고 지켜져야 하지만, 이뤄지기 힘든 그런 거요.”

 

  청소년 인권 교육을 다녀온 뒤로 윤지영 변호사 공저인 「십 대 밑바닥 노동」을 읽었다는 그녀는 인권과 공익의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변호사가 많다고 하지만 기업에는 변호사들이 많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에 비하면 공급이 부족해요.” 단호하고 명확한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의 힘이 있었다.

 

  분명히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많은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공평하지 않는 어려운 현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공익과 인권을 말하는 이들이 치우침 없는 세상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가 똑같이 힘 있게 전달되기 위해 노력한다. 꿈꾸고 행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유토피아는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래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익변호사가 늘어나야한다고 확신하며 순수한 열정과 꿈을 키우는 그녀가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공감과 함께

 

  마지막으로 공감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

 

  “공감은 더 많이 알려져야 해요! 사람들이 공감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비영리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개혁이 될 텐데… 함께 뭉쳐서 힘을 낸다고 해도 아직은 그 수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 같은 건 없을까요.”

 

  그녀는 아직 많이 사람들이 공감의 활동을 모른다는 것에 대해, 공익활동이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 인터뷰가 같은 생각과 뜻을 가지고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리는 일이기 때문에 진심어린 홍보가 된다는 것을 말하며, 인터뷰에 참여해준 그녀의 용기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대부분 주중에 진행되는 공감의 행사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녀는 기회가 될 때 꼭 참여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하며 공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마치며 공감 구성원들이 준비한 작은 편지를 전달하자, 그녀는 다시 열일곱 수줍은 소녀로 돌아가 가보로 남겨야겠다면서 정말 기뻐했다.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곱고 곧은 이 소녀의 마음이 오래도록 바래지 않길, 그래서 그녀가 꿈꾸는 대로 사람답게 서로를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조금 더 공평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오길 기도했다. 그녀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3년 뒤, 그리고 10년 뒤에 그녀에게 지금 간직한 꿈과 마음이 있다면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엔 그녀의 말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며 ‘공평한 세상’ 을 만들 수 있길 바라본다.


                                                                                                                                                           글_ 박신혜(공감21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