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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자 인터뷰] 이웃이 있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 최정규 기부자님



고통받는 사람을 향한 신의 사랑은 우리를 고치는 게 아니라


함께 고통받음으로써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독의 가장자리에서 존경과 믿음을 갖고 서 있음으로써


우리는 신의 사랑을 묵상할 수 있다. 


-파커 팔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中에서-  


 


이번 달, 공감이 만난 최정규 님에게 파커 팔머(Parker J. Palmer)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란 책은 ‘인권변호사’로서의 소명의식을 일깨워 준 소중한 책이었다고 합니다. 법조인으로서의 수많은 길 앞에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그는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자신이 있어야 할 본연의 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제 의뢰인의 변호인이기에 앞서 그들의 따뜻한 가족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최정규 님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서운 경찰서’를 함께 가줄 수 있는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외국인 노동자의 가족이 되어 그들과 함께 경찰서에 들어갑니다.


 


“그들은 소송이전에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조사단계에서 경찰서 안의 차갑고 무서운 유치장에 갇혔을 때, 그때가 가장 변호사가 필요할 때입니다. 사실 재판장 안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작업장 안에서 사장에게 폭행을 당하는 그 순간에, 그리고 차가운 유치장 안에서 허위 자백과 합의를 강요받을 때, 그 순간이 바로 그들에게는 가장 무섭고, 저 같은 변호사가 필요한 순간이랍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인권침해나 인권탄압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주고 싶다면, 우리는 소송 이전단계에서부터 든든하게 그들의 옆에 있어줘야 합니다.”


 


최정규 님은 그들이 “지불가능한” 최소한의 수임료만 받으면서도 변호사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단 한 명의 직원도 없이 모든 일을 스스로 다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나 봅니다.


 


“저는 2003년 법무관 시절부터 거의 10년 동안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이쪽(안산)에 외국인 근로자도 많고 다문화 가정도 많고 해서 고민 고민하다가 안산역 앞에 법률사무를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법률사무소 원곡을 함께 꾸려가고 있는 이 분(서치원 변호사)은 연수원 시절 법률구조공단에서 실무수습을 받은 인연으로 수료 이후 저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달 있다가 직원 한 명을 채용하려고 했는데, 6개월째 직원도 없이 둘이서 변호사 상담부터 우체국 업무 그리고 기록 복사까지 변호사인 저희 둘이 직접 다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단에 있던 직원들이 다 해주셨던 일들을 이제는 우리 둘이 직접 다 하니까 처음에는 스스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재미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경찰서 따라가랴, 병원 아가랴 휴일도 없이 만날 야근이네요.”


 



공감 그리고 기다림


 


최정규 님은 공감이 태어나기 전인 2002년에 이미 ‘공감’의 취지에 공감하고 ‘공감’의 탄생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공감이 2004년도에 생겼잖아요. 사실 저는 연수원 2년 차였던 2002년에 박원순 변호사님의 특강을 통해 ‘공감’의 탄생을 예감했습니다. 당시, 박원순 변호사님은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공익․인권법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시면서, 지금의 ‘공감’과 같은 공익변호사그룹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공익변호사그룹’이라는 개념이 제게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공감이 탄생하기도 전에 ‘공감’에 반했다는 최정규 님은, 공감이 드디어 탄생했을 때는 군 복무 때문에 공감과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적은 금액이지만 그렇게라도 공감을 응원하고 싶어 공감의 기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4년에 서울로 발령을 받자마자, 공감의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서 따뜻한 응원의 말도 전했다고 합니다.


 


“저는 법률구조공단에서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법률구조공단도 공감과 비슷한 취지의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공감’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법률구조공단에서 조금이나마 달래며, 제대 후에도 법률구조공단에 남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만약 군 복무가 끝났을 때 공감에서 채용공고가 났다면 당장 이력서 들고 공감사무실을 또 찾아갔을 거예요(웃음).”


 


‘나눔’의 행복


 


“제가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로 처음 발령받은 근무지가 안산 출장소였고, 이곳에서 3년 동안 근무를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이주민이 법률서비스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많은 이주민이 법률구조공단에 찾아오셔서 도움을 구하셨어요. 특히 결혼이주민들 그리고 임금을 못 받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찾아오셨어요. 이곳이야말로 정말로 변호사가 필요한 곳인데, 정작 변호사들은 다 서울에 몰려있고, 여기는 변호사 사무실이 하나도 없었어요…”


 


최정규 님은 이주민들은 문턱이 조금만 높아도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하면서, 파랗게 멍든 몸과 마음을 갖고 혼자 끙끙 앓고만 계시는 그분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이 편하게 찾아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주말에도 쉬지 않고 안산역 앞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했다고 합니다.


 


“보통 변호사 사무실은 법원 앞에 빽빽이 들어서 있잖아요. 근데 그분들은 고잔동(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이 있는 곳)을 못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이곳, 원곡동으로 오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많은 분이 법원 앞이 아닌 곳에 법률사무소를 차린다고 하니까 말리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가족이 되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안산역 앞 원곡동에 둥지(법률사무소 원곡)를 틀게 되었죠.”



최정규 님은 대학교 때, 수화동아리에서 수화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고, 그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우리의 ‘일상’이자 또 하나의 ‘행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기부를 시작한 때는, 제가 ‘급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물론 처음에는 월급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군데에 후원하기 시작했어요. 무료병원이라든가 구호단체라든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다 기부를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직접 할 수는 없는 일들이니까 금전적으로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공감의 경우에는, 사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제가 군 복무 중이다 보니까 할 수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공감의 ‘후원인’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그가 꿈꾸는 세상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고 있는 최정규 님은 우리의 아름다운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 인간미 넘치는 세상이 오기를 꿈꿉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 ‘공동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만 같아요. 사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국가’라기 보다는 ‘공동체’ 개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공동체가 이제 다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 슬프더라고요. 사실 우리나라의 주거 공간 자체가 다 아파트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마을공동체라는 것도 없어졌잖아요. 게다가 요즘에는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 것만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에 다시 공동체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 명함에도 ‘원곡주민의 이웃’이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최정규 님은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이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우리 역시 도움을 받으면서 그들과 함께 ‘이웃’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행복해질 거라고 합니다. 또 그는 많은 사람이 ‘함께 사는 기쁨’을 깨닫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따뜻한 공동체’가 살아나고, 많은 사람이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저 조금 가까이에서 함께 걸어가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생사의 기로에 선 그들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정규 님은 그들과 동사무소에 함께 가고, 그들과 경찰서 민원실에 함께 들어가 줄 수 있는, 그들의 이웃이 그리고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기다립니다.


 


* 원곡법률사무소(자원봉사 신청 및 문의): 031-494-6986 최정규 변호사


 


 


글_김지은(16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