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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자 인터뷰] 공감, 나눔, 그리고 꿈 – 전농동성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님들

 

 


 



# 꿈을 버리지 말라고 토닥거려주는 사람들, 반갑습니다.


 


“꿈을 버리지 말라고 토닥거려줄 사람, 그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6월 25일, 서울주보에 실린 ‘말씀의 이삭’ 란의 내용 중 한 구절이다. 5년 전, 이 글을 읽고 꿈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한 이가 있었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글쓴이의 ‘꿈’을 따뜻한 마음으로 나누리라, 꿈이 커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 주리라 다짐한 인연이 있었다.


 


2010년 12월, 연차총친목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전농동성당 레지오 마리애 ‘하늘의 문 쁘리시디움’이 참가했다. 장기자랑 형식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 전농동성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나오미와 룻’(부제-고부간의 사랑)이라는 연극을 들고 참가했다. 보름의 연습기간, 주인공역의 김동림님은 3자 빠진 300자의 긴 대사를 힘겹게 연습했다. 다른 단원은 무대에 오르기 전 코주부 분장, 각기 다른 분장을 하고 심호흡을 다졌다. 약 20여분, 보름의 노력을 완벽한 무대로 쏟아내고 1등을 수상했다. 그리고 받은 상금, 윤문자 막달레나 단장이 이 값진 상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책장을 뒤지던 찰나, 그의 발 밑에 빛 바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당시로부터 대략 4년전, 2006년 6월 25일 ‘공감, 나눔, 그리고 꿈’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주보에 실린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의 글이었다. 그리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공감은 전농동 성당 ‘하늘의 문 쁘레시디움’ 윤문자 막달레나 레지오 단장님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새해를 일주일 정도 보낸 1월의 어느 날, 5년 전 마음에 품었던 일들을 나는 혹 기억하고 있을까. 떠올리며 전농동 성당으로 향했다. 약속장소로 들어서자 은은한 꽃 향기가 났다. 주위를 둘러 보니 신문지에 투박하게 싸인 꽃이 보였다. 무채색의 겨울에 봐서 더 반가운 노란, 분홍, 흰 꽃들의 조합. 그리고 꽃보다 아름다운 ‘하늘의 문 쁘레시디움’ 레지오 단원들과 만났다.


 


 


#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품고 갈 추억, 감사합니다.




윤문자 단장은 5년 전 주보에 실린 글을 보고 공감을 알게 되었다. 당시 주보에 실린 글을 보고 세상의 영예를 꿈꾸기 보다 법을 공부하신 분이 본래의 취지대로 산다고 생각해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 꿈을 꾸잖아요. 꿈을 꿔도 그렇게 살기가 힘이 들고, 우리 나이 정도 되면 꿈을 실현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고 느끼는데, 쉽지 않은 일을 하셨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유일한 공익변호사 그룹, 뜻이 맞는 분을 구성하신 것도.”
누렇게 바랜 종이에 서린 이 감동은 5년의 세월이 지난 후 10명의 단원의 손에 들려졌다. 10명의 단원은 단장의 감동에 공감했고 이는 자연스레 ‘공감’에 대한 기부로 이어졌다. 그리고 기부를 통해 감동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 우리가 이렇게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한데, 공감이 적은 돈이라고 생각 안하고 크게 받아들이고 찾아와줘서 감동이고 뭉클해요. 이렇게 받아들이는 그 자체가 영광입니다. 마음이 참 기뻐요.”


 


공감에게 있어 공감을 생각해주는 많은 기부자님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감사한 분들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감사의 마음을 다 전하기도 전에 기부자님들에게 더 큰 감사와 사랑을 받았다. 윤문자 단장님은 ‘나오미와 룻’ 연극 구성 당시 윤글라라 단원에게 주인공 배역을 권하며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품고 갈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필자에게, 공감에게 기부자님이 보여준 감사와 사랑 또한 그러할 것이다. 언제고 돌이켜 생각하며 느낄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품고 갈 감사한 추억’으로.



 


 


# 따뜻한 마음으로 꿈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새기겠습니다. 


 


전농동 성당 레지오 단원들은 연차총친목대회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그곳에서도 상금을 받았는데, 적은 돈이라도 쓰기 나름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인근 양로원에 떡을 돌렸다. 올해 열리는 친목대회에는 ‘세레자 요한’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출전한다고 한다.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는 전농동 성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 연습도 즐겁게 임하는 이분들이라면 올해도 수상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어, 올해에 상금을 받게 된다면 어떤 일에 쓰고 싶느냐고 물었다. “미리 정해놓지 않았어요.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기부를 일정하게 정해놓지는 않고, 2006년 6월 25일 주보를 보관한 것을 때에 맞게 발견한 것처럼 그때 가서 필요한 곳에 전달 되겠죠.” 전농동 성당 레지오 마리애의 손길이 닿을 곳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4년째 보관하고 있던 주보가 나눔을 필요로 하는 순간 중력의 힘을 빌렸듯, 나눔을 필요로 하는 다른 곳 또한 적절한 때를 빌어 기부자님들에게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공감’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렸다. “우리 나이만큼 되니까 그렇게 살아가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공감으로 시작한 것 자체가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것이고 처음부터 좋은 일을 택한 것이니 이 꿈을 버리지 말고 계속 이 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공감이 아닌 다른 일을 택하더라도 어딜 가든지 당당하고 떳떳하게, 거짓 없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 기부자분들은 황변호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꿈이 커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 줄 사람, 따뜻한 마음으로 꿈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는 한 공감은 꿈을 나누고 그 나눔으로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 전농동 성당 ‘하늘의 문’ 쁘레시디움 단원들, 응원합니다.


 


 


 


점심 무렵 진행된 인터뷰였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김글라라 기부자님이 준비해온 점심식사를 먼저 들자는 말을 꺼냈다. 허기지던 찰나였다. 좋은 사람들과의 식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늘의 점심식사를 경건한 마음으로 배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대, 감.동.이었다.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깨와 콩을 갈아 넣은 김치찌개, 달큰하게 간이 밴 코다리, 구수한 알타리 김치 등 인터뷰를 하러 간 공감 식구들은 2공기씩, 총 여섯 공기를 먹으며 그야말로 호강했다. 고마운 손님이 온다며 13인분의 밥과 국, 반찬, 과일을 손수레에 끌고 빙판길을 조심스레 끌고 온 김글라라 기부자님, 그리고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분들, 맛있게 먹어줘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거듭 해주시는 기부자님들 덕분에 마음까지도 호강했다. 기부자님들과 함께 한 세시간 남짓, 길을 나서며 작별 인사를 하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은 바빴다. 서로를 챙기느라, 눈이 마주치면 웃느라, 웃음 속에서 서로가 가진 꿈을 응원하느라, 응원속에서 감사하느라. 2011년 대회, 감사로 일궈내는 그들의 수상행진이 이어지길, 그 안에서 꿈꾸는 자가 힘을 얻길, 공감이 하늘의 별을 보며 응원한다.


 


 


글_ 12기 인턴 이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