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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성소수자# 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혐오

“혐오 반대”를 외쳐야 하는 이유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입니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날입니다. 혹자는 왜 ‘성소수자의 날’이 아니고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라고 부르는지 묻기도 합니다. 이미 30여 년 전에 ‘동성애’는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니고 성적지향의 하나일 뿐이라고 인정이 됐지만,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여전히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목소리가 중요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합니다. 성소수자 혐오선동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단체들과 교회들이 있고, 그들에 부역하는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였습니다. 같은 날 사용신고를 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라는 행사가 우선이라는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를 주최하는 CTS는 차별금지법 토론회를 방송하면서 “성소수자를 비상식적인 존재로 폄훼하고,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여, 종교 방송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의 공정성을 견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 제재를 받은 방송사입니다. 다분히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청소년 행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한 것입니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더욱 노골적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하여 한 위원은 “음성적인, 이태원이나 작은 집단에서 시작하다가, 서울시가 받아들여서, 마치 대한민국 자체가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문화로 되면서, 청소년의 성문화, 교육적인 면에서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거나, 반대 집회를 유발해서 안전이 문제가 된다거나, 과다노출, 성인용품 전시·판매 등 조건을 어겼다거나 트집을 잡아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퀴어문화축제의 의의와 역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의미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만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사용한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5,6만 명의 대규모 참여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면적, 서울시청 앞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서울광장만큼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2014년 신촌에서 퍼레이드 행진이, 교회 청년부를 비롯한 교인들의 도로점거로 인하여 가로막히고, 서울시민인권헌장으로 촉발된 서울시청 점거 무지개농성이 있었던 해의 다음 해인 2015년에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광장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에 감회가 남다르기도 했습니다. 타이페이 시청 앞에서 개최되는 대만 퀴어퍼레이드가 마냥 부러웠는데, ‘이제 한국도 시청 앞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할 수 있게 되었구나’, 매년 방해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올해가 가장 큰 고비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만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주민 발의로 서울시의회에 상정이 되어있고, 충청남도에서는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교회들을 중심으로 충남인권기본조례 폐지 조례안을 주민 발의하여 상정이 임박한 상태입니다. 윤석렬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 도의회 상황에서 성소수자 운동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연대하고 대응할 것인가. 올해가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운동의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월 17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연대단체들은,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주간을 선포합니다. 1993년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초동회’가 결성된 지 딱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성소수자 운동 30년. 제도적인 측면에서, 가시성과 운동의 역량 면에서 많이 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시민사회의 연대와 결속력이 단단해지는 시기였습니다. 비록 현재 정치적 상황으로 열세인 듯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히 한 걸음씩 진전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장서연

# 빈곤과 복지# 성소수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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