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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어떻게 볼 것인가

종종 동기 변호사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성매매 여성이 사무실로 찾아와 법률상담을 하였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어떠한 법률지원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전화다. 오랜만에 연수원 동기들과 만나 수다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곧잘 성매매 문제에 대한 내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성매매 여성 관련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성매매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파견 법률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발등에 떨어지는 일을 수행하는 데에 급급했던 나에게 성매매 여성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은 부족하였다. 지난 6개월의 활동을 정리하고 새로운 2차 파견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늦은 고민을 시작해본다.

성매매에 대해 만연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편견들을 검토하며 성매매에 대한 시각을 진단하기로 하겠다. 아래 정리하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이에 대한 대응 논리는 하단의 참고자료 내용을 발췌한 내용이다.

사회적 편견 하나!
“성매매를 없애면 남성의 성욕을 해소할 수 없어 강간 범죄가 증가하지 않을까”

남성의 성욕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욕구 중 하나이다. 식욕이나 수면욕과 같이 먹지 않고 자지 않으면 죽는 것이 아니며 자는 것과 먹는 것과 같이 이외의 방법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니다. 남성의 성욕은 통제할 수 있으며 여성의 몸을 통하지 않고도 해소할 수 있는 욕구이다.

성매매는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순결하게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폭력을 증가시킨다. 남성들은 성매매를 통하여 상품화된 여성의 성에 쉽게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의 성욕을 위해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성매매 경험은 결국 여성을 대상화, 사물화하는 성폭력의 경험과 일치한다.

우리 사회의 경우 성매매가 광범위하게 산업화 확산되어 있어 어디에서나 여성의 성을 살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매년 성산업 증가 비율과 비례하가 성폭력 범죄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성매매와 강간 범죄 발생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부정하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사회적 편견 두울!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겠다고 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은가”

여성들이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가 아닌가의 논의는 성매매 자체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노예노동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빼앗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행위자의 자발성으로 노예 제도가 옹호될 수 없듯이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성매매가 옹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성매매행위가 이를 필요로 하는 남성 손님과 성산업 업주, 그리고 이를 구조화 하는 가부장제의 맥락 하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물음에서 ‘여성은 다양한 대안과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하는가, 매춘 여성은 성매매 행위 전반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가, 매춘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는가’의 물음으로 질문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많은 매춘 여성이 개인적으로는 가정폭력, 가난, 강간 등으로 돌아갈 가족이 없거나 가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자신이 감당해야할 사회적 낙인이나 경제적 착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논의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대안이 있다면 성매매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그러나 자유롭게 그만둘 수 없는 것이 성매매 구조이다.

사회적 편견 세엣!
“시장에서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현 제도 안에서 ‘성(性)’을 사고파는 것이 문제될 게 있는가”

여성이 자신의 신체 일부인 성기를 손님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겠는가, 성매매의 문제는 신체의 일부를 매매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다른 사람의 신체의 일부를 임의로 일정 기간 사용하도록 하는 것과 성을 사고파는 행위가 용인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의 ‘자아’와 ‘실체’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케페스는 신체가 인간 권리의 기본 토대이고 이는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했는데, 신체에 자행되는 폭력은 자아를 빼앗고 인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행위는 성매매 여성이 자신을 신체로부터 분리시키고 단편화된 신체의 일부에 대한 사용권을 남성 손님에게 위임하는 행위로서 인간의 기본권에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 요즈음 매스컴에는 연일 성매매피해여성 관련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거대한 성산업의 구조에 비추어 업주들의 조직적인 반발은 예상하던 바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대책도 없이 갑자기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 문제는 이들을 자살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또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성매매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고 진심으로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는 눈과 귀를 크게 열고 정확하게 보고 들어야 할 것이다. 당신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계속 파주 용주골,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으로 보이는가, 들리는가

“성매매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문제는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 존엄성에 대하 민감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성매매가 인권의 문제와 양립될 수 있는가의 여부이지 성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벨기에 장관)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들의 몸이 그러한 방식으로 이용되어 계속해서 반복, 반복될 때의 느낌을 느끼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성매매의 진실이다.”(안드레아 드워킨, 1992)

참고자료
1. 우리는 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 -원미혜-
2. 인간존엄성과 성매매 -백재희-
3. 여성주의 성정치 ‘성매매 근절운동을 넘어서’ -원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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