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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변의 변] 미혼모에게 입양을 권하는 사회




 


얼마 전 한 회의 자리에서 접한 국내 미혼모의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출생아 중 미혼모 가정 자녀의 비중은 1.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라고 한다.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인 36.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복지부의 입양통계에 의하면 입양 아동 10명 중 9명이 ‘미혼모’ 가정의 출신이라고 한다. 미혼모로 하여금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게 하는 사회, 낙태가 아니면 입양을 권하는 사회가 바로 2013년 한국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개정된 입양특례법 시행의 문제점으로 특히 미혼모의 인권이 자주 언급되었다. 개정법에 따라 가정법원으로부터 입양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아동의 출생신고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 법 개정 전이었다면 ‘기아’인 것처럼 또는 양부모의 친자녀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가 가능했겠지만, 법원이 개입한 이상 이러한 탈법적인 입양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그 결과 미혼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인 외 자녀의 출생 기록이 남게 되어 인권이 침해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입양기관, 입양 홍보회, 입양 부모회를 중심으로 문제가 지적되었고 학자, 언론인, 나아가 국회의원까지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우려와 관심을 표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의 사생활 보호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런데 입양법 개정을 통해 미혼모의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축소․왜곡시키는 것이다. ‘입양’을 결정한 미혼모와 마찬가지로 ‘양육’을 결정한 미혼모 역시 가족관계증명제도로 사회적 편견에 노출되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양육을 선택했으니 가족관계증명서상에 혼인 외 자녀를 출산한 사실이 고스란히 노출되어도 괜찮다는 주장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모든’ 미혼모에 대한 사생활 보장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공시하게 되어 있는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최근 공감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 관련 단체와 함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
 



 

제3회 싱글맘의 날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한 소라미 변호사


 


 

입양특례법 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에 대해 소라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혼모가 안전하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의지할 곳 없는 청소년 미혼모에겐 그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지금 당장 미혼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손쉽게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도록 입양법을 회귀시키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 전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또 양육을 선택하면 취약계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양과 양육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입양 전 상담 기관의 정비와 내실 있는 상담 내용의 담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입양을 선택한 청소년 미혼모 중 많은 수가 정부의 지원 내용을 알고 있었더라면 입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답한 조사결과1 는 청소년 미혼모가 양육보다는 입양을 우선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우리의 잘못된 가정을 깬다. 더불어 청소년 미혼모이든 성인 미혼모이든 간에 출산 후 7일이라는 입양 숙려기간 동안 본인과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양육과 입양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정보 제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내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입양의 이슈와 미혼모의 인권 문제가 이렇듯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주목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이 바로 입양 제도와 관련된 아동의 인권에 대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열악한 인권 실태에 대해 공론화하는데 적기이다. 바로 이 지점에 입양특례법 개정의 의의가 존재한다.
 


 


 


글_ 소라미 변호사


 


1. 2012. 백혜정외, 청소년 한부모가족 종합대책 연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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