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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능력 평가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로서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할 것을 조건으로 생계급여의 일부를 지급받는 수급자’를 흔히 조건부 수급자라고 부른다. 한편, 의료급여법상 1종 수급권자보다 본인부담금을 많이 내게 되는 2종 수급권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조건부 수급자와 같은 기준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조건부 수급자가 되는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누구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18세 이상 64세 이하의 수급자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정하면서, 다만, 중증장애인,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의 여성,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사람 중에서 근로능력평가를 통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이 근로능력이 없다고 판정한 사람 등은 근로능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것이 보건복지가족부가 2009. 12. 31. ‘근로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게 된 근거이다. 종전에는 몇 개월 치료나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활용하였으나, 이것만으로 근로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으니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기준을 만들자는 목적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새로 만들어진 근로능력 평가기준은 의학적 평가와 활동능력 평가 2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에 의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조건부 수급자와 의료급여법상 2종 수급권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조건부 수급자와 의료급여 2종 수급권자가 되지 않으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요한 것 중 하나는 의료급여 2종 수급권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근로능력 평가를 통하여 근로능력이 없다고 판정받아야 하고, 근로능력이 없다고 판정받기 위하여는 의학평가는 1~4단계 중 높은 단계로, 활동능력평가는 0~40점 중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활동능력 평가기준은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체력, 만성적 증상, 알콜중독, 취업가능성, 자기관리, 집중력, 근로의욕, 자기통제, 대처능력, 표현능력의 10가지 항목이다. 그런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 28. ‘체력, 만성적 증상, 알콜중독은 의사가 평가할 항목이며 나머지 항목들은 활동능력 평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공무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평가기준의 전면적인 개선을 권고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10. 3. 4. ‘근로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고시하였지만 ‘외모관리’를 ‘자기관리’ 항목으로, ‘자신감’을 ‘근로의욕’으로, ‘동시업무 수행능력’을 ‘표현능력’으로 바꾸고,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 ‘작심삼일이다’와 같이 문제되었던 표현만을 수정하였을 뿐 활동능력 평가 10개 항목의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였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수급자 또는 급여신청자가 근로능력이 없다고 판정받기 위하여는 스스로 활동능력 평가항목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심사 공무원에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는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낮으며 근로의욕이 없으며 자기통제를 하지 못하고, 대처능력이 낮으며, 표현능력이 없다.’라는 사실을 공무원이 행하는 상황평가-관찰평가-면접평가의 과정 중에 최선을 다해 드러내어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활동능력 평가기준이 적용된 근로능력평가과정 자체가 수급자 또는 급여신청자에게 줄 굴욕감과 모욕감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이것은 단순히 평가가 기분 나쁘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활동능력 평가 자체가 신청자들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와 그렇지 않은 수급자를 나누는 방식이 과연 기초생활보장제도 구성에 필수적인가, 어떠한 개인이 일하는 것은 일할 수 있는 조건의 문제이지 근로능력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을 차치하고서, 가난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고자 만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오히려 존엄성을 침해하는 방법과 절차에 의해서 수급자를 선정하도록 만들었다면, 그 근로능력 평가기준은 폐지되어야 한다.


 


글_차혜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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