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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턴 해외활동담] 국경을 넘은 국제공익변론의 희망을 찾다 – 공감 8기 인턴 신혜성


 


 2008년 11월 28일부터 12월 26일까지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사무소(이후 오카퍼브)에서 김희태씨와 함께 국제인턴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내가 한 일 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한 가지는 공감 염형국변호사님의 정신장애인 및 치매고령자를 위한 제도개선 및 법률 완비를 다룬 연구에 관한 일본사례를 조사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일본의 사법제도, 즉 일본 로스쿨제도의 실패와 교훈 및 변호사 과소지 대책인 일본 해바라기기금법률사무소와 공설사무소 퍼블릭법률사무소 등의 운영에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본 측에서 부탁받은 것으로서, 일본변호사회에 한국의 국민참여재판 방청소감 및 개정형사소송법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복지제도 및 시민사회의 참여 면에서 세계에서도 수준급인 일본이지만 우리보다 늦게 2009년 7월 재판원재판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또한 피의자 신문 및 조사 과정에서의 인권보호를 위한 영상녹화 관련 규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한국의 사례에서 참고할 것이 많았던 것이었다.


 


 우선 부소장 이노우에 변호사님의 성년후견제도 및 시민사회의 노력 등에 대한 강의 이후 토요일에 열린 매월 한 번씩 진행되는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무료 상담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 날은 특별히 오전에 세미나 및 공부회도 함께 열려, 모두 볼 수 있었는데, 6, 70명이 넘는 복지사, 변호사 등 성년후견인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토요일 오전에 자발적으로 나와 이야기를 듣고 토론을 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관련 NPO 방문,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는 시간 등을 통해 일본 사회의 지방 곳곳에까지 뿌리 내린 복지제도와 시민사회의 노력들을 깨닫고 많이 놀라고 또 배웠다.


 



 과소지 대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오카퍼브의 츠야마(律山) 지부에서는 곧 해바라기 법률사무소 대표로 가게 될 오야마 변호사님의 설명을, 오카야마 법학전문대학원 지부의 에노모토 변호사님으로부터는 법학교육과 실무의 만남과 일본의 사법제도, 법률가 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 재판소 판사와 만난 시간에는 공판 준비 및 과정 중에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위한 재판부의 배려 및 준비들에 대해 문의하였다.


 



 오카퍼브 요청에 의해, 오카야마 일본변호사회에서 한국의 국민참여재판 시행과 관련된 내용 및 개정 형사소송법의 피의자 조사과정 가시화(영상녹화) 관련 내용을 발표하였다. 특히 국민참여재판 관련 법령 및 제도의 특징 외에도 배심원 만족도 등의 통계는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협조, 시행 전후 시민사회의 반응은 참여연대 박근용 팀장님의 협조를 얻어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발표 내용이 지역NHK를 통해 방영되기도 하여, 일본사회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으로 견학을 갔다. 재일한국인들의 일본 전국조직인 민단의 활동을 보았으며, 한국의 소록도와 같이 나병환자들의 감금 및 치료를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애생원과 읍구광명원에서 인고의 세월을 강인함으로 이겨내고 역사사진집 “섬의 65년”, “고양이를 먹은 이야기” 등 많은 책을 펴낸 최남용 옹과 애생원에서 재일한국인으로서의 인생을 정력적으로 알리고 계신 “내 인생 80세에 건배”의 저자 김태구 옹 등을 만나 그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루 일정으로 갔던 히로시마에서도 사무실의 배려로 재일 피폭자의 원폭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오카퍼브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 관한 강의와 방청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던 민법상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아이는 행정처리상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아이의 무호적 문제, ILO 규정을 근거로 소방대원들의 단결권을 주장하는 변호사건, 개인 파산 및 가정폭력이 결부된 유족연금소송 사건 등 한 인간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이 오카퍼브의 변호인들을 통해 일본 법정에서 논의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이름조차 낯선 퍼블릭법률사무소는 대체 어떤 곳일까?


 


 일본에서 공익변호를 지원하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검찰 등이 소속되어 있는 법무성과 변호사회. 중앙에는 일본변호사연합회가 있고 각 지방마다 그 지역 변호사들이 소속되는 변호사회가 있다. 법무성은 중소도시에 법테라스를 만들어 소속 변호사(공무원신분)를 지원하고, 변호사회 중 총 00곳이 공설변호사법인인 퍼블릭법률사무소를 설립하여 그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과소지(변호사 부족지역) 대책으로 해바라기 기금을 통해 변호사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 해바라기법률사무소나 일반 변호사 사무소의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즉, 그 중 퍼블릭법률사무소는 변호사들이 꽤 많은 대도시라고 할지라도 저소득층 변호, 일반 변호사들이 맡기를 꺼리는 형사사건 및 행정당국과의 사건 변호, 변호사 연수  및 파견이나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필요한 실무교육 지원 등 꼭 필요한 공익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회에서 변호사 개개인에게 받은 회비로 설립, 운영 지원을 보증하는 수익형 공설사무소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오카야마는 재일한국인 비율이 일본에서 거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오카야마 퍼블릭법률사무소는 역사는 짧지만, 소속 변호사 중 대표변호사인 미즈타니 변호사님은 35년의 경력 중 80년대 외국인 지문날인을 거부한 재일한국인 공석형 씨의 변호, 국선변호를 맡은 재일한국인 나병환자의 국가배상금 등의 유산이 국가에 환수되지 않도록 경남 합천의 작은 마을에 있는 유족을 찾아주는 일 등 재일한국인 권리옹호에 힘써오고 있었다. 또한 사카 변호사와 함께 유족연금 및 300일 규정 등 일본열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행정당국과의 소송에서 힘없는 개인의 변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등, 총 15인으로 구성된(2009년 1월 기준) 사무소 자체가 도쿄 퍼블릭 등을 제외하고는 규모나 실적 면에서 가장 인정받는 사무소라고 들었다.


 


 부소장 이노우에 변호사님은 과거 재일한국인 및 소록도의 나병환자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국가배상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일하고, 일본 성년후견제도의 확산과 정신장애자 및 고령자들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일본 전국에서도 획기적인 고령자·장애자 지원 NPO와 사회복귀지원을 위해 입거보증NPO를 설립하는 등 장애인들을 위한 법률적·사회적 지원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다.


 


 또한 국제인턴활동의 담당자 역할을 해주신 사카 변호사님은 소장 미즈타니 변호사님과 행정소송을 진행하시는 한편, 일본변호사협회 국제인권위원회 소속으로 국제인권 파트와 협력, 그리고 일본 국민참여재판(재판원재판)에 있어서의 변론기술 연수분야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계셔서 이 분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이번 국제인턴활동 기간 중에 오카야마 퍼블릭의 에노모토 변호사, 나카하라 변호사, 오오야마 변호사를 비롯한 많은 변호사님들이 강의, 설명시간을 할애해 설명해주셔서 일본의 사법제도 등에 대해 알기 쉬웠다. 일정에 관해서는 재일한국인 공석형씨와 후루카와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역시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


 


 이번 국제인턴활동을 통해 오카퍼브에서는 국제인턴에게 일본의 사법제도 및 공익변론활동을 알리고 동시에 외부의 눈을 통해 그것을 봄으로써 새로운 자각과 영감을 얻는 기회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1월 중에는 대만 변호사가 오카퍼브로 파견을 올 것이라고 들었다. 오카퍼브는 가까운 미래에 동북아시아의 공익변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익변론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현재 협력할 부분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번 국제인턴활동을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우선, ‘다른 나라들이라도 같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 각각의 사법제도와 토양에서 부딪친 문제들과 그에 대응하여 발달된 해결책들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인권문제, 공익변호의 스케일이 한 나라의 영역을 초월하는 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결국, 모든 개인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이 같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인 영향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열고 협력자로서 함께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 간의 역사적인 문제들은 다른 자리에서 다른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법개혁과 공익실현이라는 동일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또한 자연스럽게 쌓이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감이 다른 문제들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실마리 역시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한국의 공감과 일본의 오카퍼브, 각자의 자리에서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동시에 국제협력에도 힘쓰는 두 단체를 통해, 국제공익변론의 미래를 보았다.


 


[관련링크] 오카야마에서 일본을 바꾸는 변호사들 (김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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