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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만나고 싶었습니다 – 최현숙

[인터뷰]

18대 총선이 한참 지난 지금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 종로에서 무지개깃발을 흔들며 당당히 ‘레즈비언 국회위원’을 외친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용기 때문일까ς 아니면 당당함 때문일까ς 그를 생각하면 왠지 세상을 향해 크게 표효하는 사자가 생각난다.

5월 ‘만나고 싶었습니다’ 에서는 이제는 ‘최현숙 국회의원 후보자’로 더 알려진 최현숙 씨를 만났다. 공감 사무실 근처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통해 그의 얼굴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차였다. 하지만 실제는 세월의 흐름도, 인생의 고뇌들도 일명 ‘포샵질’을 통해 씻겨져 내린 듯한 홍보용 사진과는 한참 달랐고 그보다는 더 인간미 넘치고 소탈한 한 ‘보통 사람’으로서의 최현숙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메시지를 돌아보며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여러 궁금증들을 나누어 보았다.

선거와 정치에 대해…

> 다른 인터뷰에서 2004년 거의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 훌쩍 여행을 떠나셨다고 하는데 이번 18대 총선을 통해서 그 같은 생각이 바뀌셨는지ς

:: 2004년 당시에는 민노당의 여성위원장의 자리에 있었고, 민노당의 여성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가 된다고 하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포괄적 의미의 ‘성소수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에 나갔더라면 아마 ‘여성’이라는 한정적인 의미의 소수자의 의견만 대변하는 의원이라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진보신당에서 출마해서 내가 말하고자 했던 ‘성정치 국회의원’은 여성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소수자 전체를 대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비례대표 당시에는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 가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회운동을 해 왔기 때문에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번에 후보로 나오게 된 계기는 ‘보수적인 정치 속에서 소정의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ς’하는 기대감과 ‘성정치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의미 있지 않을까ς’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성소수자들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 하는 진보적인 정치로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 의제화를 목적으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결심하셨다는데 스스로 평가하시기에 그 목적을 어느 정도 이루셨다 생각하는지ς

:: 우리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언론에 많이 노출이 되는 것이었고, 성정치를 공론화하고자 하는데 의미가 있었다. ‘이색후보’라는 이름을 달고 언론에 다루어지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우리의 의제와 정치적 성격에 대해 알리는 데에는 한계는 있었다. ‘이색’이라는 단어는 다른 색깔의 후보, 정치를 의미하므로 나에게 적합한 표현이였다고 생각하지만 ‘이색’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의제화시킨 첫 후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의 운동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성정치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지라도 당선여부의 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선거과정에서 이슈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만족하는 편이다.

또 이번선거를 통해서 얻은 점이 있다는 성정치에 대해 공론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커밍아웃 후보라는 한계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하면서 선본 사무국장의 드랩쇼라든지 성소수자의 모임이 양지로 드러나고 함께 화합을 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진보신당의 공약에 여성, 성 소수자들간의 연대, 치유, 공유, 자치 등 소수자의 감수성을 보태어 성소수자와 함께 정치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던 점에서 나에게도 앞으로의 성소수자의 미래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낀 변화나 희망이 있다면ς

-이번선거에서 각오해야 했던 최악의 상황들이 있다. 후보 또는 선거원들이 살해당하는 것(외국에서는 실제 이런 사례가 있었다), 최악의 선거결과로 인한 사회로부터의 조롱 등…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실에서도,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건전하게 토론을 통한 대화가 가능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운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놀랐다.

극히 일부분만이 우리에 대해 극단적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우리들에게 표출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오히려 불쌍하다.

이번 선거에 대한 반응을 되돌아 볼 때 대중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사회가 아직까지 관용의 정도가 낮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이렇게 조용한 반응은 ‘신자유주의 속에서 생존의 문제로 인한 무관심에서 이어져 나온 냉소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선거운동을 하면서 생각보다 온화한 반응들에 놀랐고 이 현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공감을 더 얻고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또 진보에 대한 고민, 성정치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점이 선거가 끝난 지금도 마음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 본인은 이번 선거에서 낙선을 거의 예상하고 출마했다지만 혹시 이번선거에서 만에 하나 당선이 되셨다면 앞으로 4년간을 어떻게 보내실 것 같은지ς

:: 성전환자 변경법,동반자 가족구성원법을 구상했었다. 가장 차별받는 사람과 함께하는 정치가 진보적인 정치라고 생각한다. 진보가 소수자와 함께 하는 것이 목표에 있다. 민노당에 재직하던 시절에 의제도 아직은 여성의제까지, 다음은 장애인의제까지 등의 위계는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위계조차도 벗어버리고 모든 소수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우선으로 하고 싶다.

> 선거가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선거 전 인터뷰에서는 선본 등과의 연계를 통해 선거 이후에도 성소수자의 정치세력화를 준비하는 모임을 하실 계획이시라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준비하고 계시는지ς 또 그 방향성은ς

:: 진보신당에서 ‘성정치 기획단’을 운영하고 활동하고 있다. 성소수자, 비 성소수자 가리지 않고 정책현안을 마련하는 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원래는 ‘성소수자 위원회’로 칭하려했으나, 자칫 성소수자‘들’만의 위원화로 남겨지고 이것이 한계로 작용해 더 넓은 정책 현안을 펴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에 모두를 포괄하고 의제중심화를 위한 이름으로 ‘성정치’로 명명하게 되었다.

요즘 고민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가속화 속에서 진보가 대안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대안이 없는 데도 일부는 대안이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하면서 그를 통해 조직 강화에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KTX여승무원사태나, 이랜드 사태 등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지도부들은 사회, 정치적 명분만을 내세워 선언만 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어떤 구체적인 참여의 방법을 만들어야 할지가 문제이다. 대안 없이도 사랑은 할 수 있다는 말, 희망 없이 사랑하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다음’에 대해 고민 중 이다.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

> ‘성소수자’라는 말에 반감은 없는지, 제대로 정의하고 있다고 느끼는가ς

:: 성소수자는 바이섹슈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대변하는 성 소수자는 장애인의 성, 청소년의 성, 성매매의 성 등 정상의 성을 벗어난 모든 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애 중심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희생당하는 소수자의 성을 대표하는 말이 ‘성 소수자’라고 생각한다. ‘성 소수자’라는 하나의 단어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현재는 이성애 중심의 안정된 질서를 거부하는 모든 소수자를 대변하는 말로 정의되고 있다.

국가가 지정하는 정상적인 성은 ‘남녀 관계의 혼인 내 성’이며 고급 노동력을 키워내고 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국가, 기업에 바치는 성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그 외의 성을 안정적인 질서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보며 억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서 성적지향에 삭제 된 데에 대한 의견은ς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 혹은 그에 대한 정의는ς 필요 조항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조항인가ς

:: 차별금지법이 가진 의미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항과는 달리 강제성을 띄고 있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이번에 성적지향 관련 항목이 삭제된 것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이 되려면 표기부터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성적 지향’이 아닌 ‘성 정체성, 성별 정체성’으로 바꾸어야 한다. 성은 선호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정의하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애, 이성애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가진 단어들과 같이 결국 ‘안정된 사회’의 명목 하에 개인의 다양한 성적 지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막는 것도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

>천주교는 공식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기간 중에도 크리스천이라고 밝히셨는데, 신앙과 정체성의 충돌에 대한 생각은ς

: 성경에는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말은 없다. 단지 성경에 바벨탑과 관련된 여러 악 중에 일부 사람들이 동성애로 해석하는 구절이 있으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교황 등 교회 지도층이 당시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만든 옛날 교회법에 의거하여 동성애가 금지조항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전체 입장으로 비춰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주장은 교회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사회 유지를 위한 정상이데올로기 전파와 비슷하다. 옛날부터 교회를 통한 권력을 지키기 위한 편협한 해석으로 인해 내쳐졌던 많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어왔다. 나의 이에 대한 분노는 예수가 교회의 권력의 유지체, 율법 해석체였던 바리새인들에 대해 가졌던 분노와 비슷할 것이다.

84년도에 영세를 받고 87년도부터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번도 신앙과 정체성이 충돌한 적은 없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약자에 대한 사랑을 지시했고 궁극으로는 모든 이를 위한 ‘사랑’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

> 차별이란 무엇이고,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ς

: 2004년 이후 이주, 장애인, 학력, 병력에 의해 차별을 받는 사람들과 연대해 왔다. 나의 정체성은 예수쟁이, 여성주의, 진보 이렇게 세가지이다. 이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시각이다. 이는 가장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내가 어떠한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답변의 근거이기도 하다.

제도적인 차별의 면에서 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은 바로 ‘이해받지 못함’이다. 성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예전에는 생물학적 태생론적으로 유전학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생물학적 성과 정신적인 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요즘에는 사회적구성론으로 ‘관계’의 관점에서 나타난 문제 등으로 성정체성의 혼란이 나온다며, 기호 혹은 지향의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사실 이런 구분법보다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성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남 아니면 여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차별이라고 본다. 그들의 성 정체성과, 지향점에 대한 ‘이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 커밍아웃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지만 사회 구조적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ς

:: 나에게 커밍아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없었고 내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찾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커밍아웃에 대한 고민을 한번도 안 해 본 나의 경우를 다른 이들에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이들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경우는 이성과 ‘기혼’인 성소수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성 정체성을 알기 이전의 문제이든, 구조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제이든 이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사회가 강요해온 부분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이웃과 사회의 노력과 실천이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자신이 어떤 곳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글_ 7기인턴 홍보팀 노민아, 이민하
사진_7기인턴 홍보팀 이우람, 이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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