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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광고# 성매매처벌법# 여성인권

성매매 여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답이 아닌 이유 –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성매매 광고 혐의 무죄 결정을 반기며 

한 사건에서 무죄 선고 판결을 받았다. 동료들에게 축하받았다. 범죄피해자 대리가 주 업무인 내게는 흔치 않은 일이다. 내가 변호한 피고인은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다. 선고 결과에 검사는 항소했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으로 법률지원이 필요한 이들의 상담을 자주 접한다. 경찰이 온라인에서 채팅방을 개설해 성매매 상대를 찾는 이들에게 구매자인척 접근하여 신체 나이 금액 등의 ‘조건’을 듣고 만나자고 유인한 뒤 현장에서 단속하여 법위반 사실을 시인하는 자술서와 지문날인을 받고 경찰조사에 협조하라는 통보를 한다는 것이 피혐의자(범죄혐의를 받고 있는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상황이다. 혐의 사실은 성매매처벌법에서 금지하는 ‘성을 사는 행위를 권유하거나 유인하는 광고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성매매처벌법 제20조 제1항 3호). 

(오래된 지금도 작진 않은 성산업의 배경인) 방, 그러니까 특정 업태나 업소 중심으로 모객에서 성판매에 사후관리까지 이뤄지던 것에서 여러 유형의 온라인 플랫폼(데이팅앱에서 업소 이용후기공유사이트까지)을 매개로 이뤄지게 된 현실, 그러니까 변화한 성산업의 지형을 나름 수사에 반영한 것이겠다. 

하지만 성산업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이를 대상으로 한 ‘쉬운’ 단속과 처벌의 전제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성매매가 개인 대 개인의 일로 시작되어 끝나는 것이라는 착시 현상을 믿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인지 알길이 없다. 온라인 공간에서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젠더갈등으로 비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에 대한 무비판적 사고는 제대로 단죄되거나 비판받지 않는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무감각함과 이를 ‘콘텐츠’로 활용하면 돈이 되는 현실은 성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성장시키는데, 그 실체에 다가기는 갈 수록 어렵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이런 식의 수사를 통해 적발 당해 처벌될 상황에서 연락을 준 이들을 만나왔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당사자를 많이 만날 기회를 얻는 나는 묻어 놓은 질문을 다시 꺼냈다. 성매매처벌법이 겨냥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 왜 성판매 행위를 처벌하는가? 성판매 행위에 대한 처벌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성판매 행위 처벌로  성산업이 축소되거나 근절되는가? 성매매 여성 불처벌만으로 가능한가? 질문은 반복되고, 문제의식으로 자리 잡는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야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는 발상은 성매매의 원인과 책임을 (대부분의 성판매자가 여성인 현실에서) 여성에게 전가하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일상 깊숙하게 파고들어 좀 처럼 자리를 비우지 않는 한국 사회의 성산업은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면서 개인의 책임과 의지가 성산업의 원인인 것 처럼 꾸미고 성산업의 ‘수혜자들’을 감춘다(이 수혜자들은 본인이 수혜자들이라고도 인식하지 않을정도로 성매매는 ‘당연’하고 성산업은 ‘일상’일테다). 

온라인 플랫폼도 일종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돈을 버는 이들이 사이사이 끼어있다. 단순하게 보면 플랫폼 운영자들은 일종의  ‘장소’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다, 성판매자의 계정을 공유 받아 관리하면서 ‘진상 고객’과 단속을 피할 수 있게 보조해주는 브로커도 수수료를 받는다,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만나러 갈때 이동을 돕는 자는 일이 끝나고 성매매 대가로 받은 돈에서 일부를 받아간다. 모두가 같은 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예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 전제 위에 있지는 않다는 진단을 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복잡한 문제의식은 접어두고 당장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에 처한 피의자를 위해 변호를 해야 한다. 무죄 주장이 가능할까,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액수를 줄여달라고 선처를 구하고 끝내야 하나. 고민이었다. 단체 의견서를 검토하면서 반성매매네트워크 등의 지원사례와 자문을 전해 들었다. 비슷한 사건을 지원한 변호사가 받은 1심 판결이 있다는 소식에 판결문을 참고할 수 있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채팅방을 개설해 일대일 비공개 대화에서 이미 성매매할 의사와 계획이 있는 상대방 일인에게 그 조건을 제시한 것은 성을 사는 행위를 권유 또는 유인하는 광고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또 성매매를 한 자에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두면서 미수범 처벌을 두지 않고 있고, 성을 사는 행위를 권유하거나 유인하는 광고를 한 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규정을 참고할 때 중간알선자 없이 성매매 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가 성매매에 수반될 수 밖에 없을 텐데 단순히 성매매 의사가 있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성매매 조건을 제시한 자를 광고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하여 성매매의 기수에 이른 경우보다도 더 무겁게 처벌한다면 이는 부당하다고 설명했다(내부 사정으로 사건 번호 비공개).

법리적으로 타당한 판결로, 이 판결문에 문제의식을 더해 의견서를 내보기로 했다. 사실 성매매처벌법에서 알선 등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성매매가 단순히 일대일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매개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산업적 구조, 구조적 원인을 지적하고 이를 축소 근절하기 위함인데 해당 조항을 성판매 행위를 처벌하는데 적용할 경우 성판매 행위자들의 지위는 더 열악해 지고(예를 들어 단속을 빌미로 브로커나 구매자들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들) 범법자라는 사실에 사회적 낙인도 강화되어 이중 삼중의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는 취지의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했다. 제일 취약한 성판매자를 주 단속대상으로 삼는 수사 관행도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전제로 한 것이며 처벌 전력에 따라 낙인이 더 강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구체적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 단체 의견서를 통해 각색된 상담 사례 제시로  보완했다.  

 

약식재판부에서 이를 보고 약식사건을 공판이 열리는 형사 1심 사건으로 넘겼다(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를 거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어 당사자에게 좋은 출발이었다). 그리고 한 번의 기일 뒤 열린 재판 선고일, 피고인은 무죄판결을 받고 이룸활동가의 축하를 받으며 법정에서 나올 수 있었다. 

우리 사건의 재판부는 판결이유에서 성매매 알선 등 행위, 광고 행위를 직접적인 성매매 행위보다 더욱 엄하게 처벌하고 그리고 미수범도 처벌까지 둔 이유를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성매매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성매매 근절을 위해 중간 매개체와 성매매 공급자(판례의 표현-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인 성판매 여성을 뜻)를 차단하기 위함이 그 입법 취지이다. 즉 성매매처벌법은 직접 성매매를 하는 성매매 공급자와 성매매 알선등 행위나 광고행위를 하는 중간 매개체를 구별하여  입법”되었다고 명확하게 언급했다. 

이어서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성판매자를 성매매에 당연히 수반되는 행위(성매매 조건에 대한 제시)로 인해 성매매 행위의 기수 여부와 무관하게 성매매 광고행위로 동시에 이중으로 처벌 받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해석은 성매매처벌법의 규정 체계가 성매매 공급자와 중간매개체를 구별 및 차단하고 중간매개체를 더 엄하게 처벌하는 입법 취지 상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다 라고 덧붙였다(내부 사정으로 사건 번호 비공개). 

재판부가 성매매처벌법의 취지가 성산업 근절과 성매매의 중간 착취자에 대한 엄벌 의지임을 지적한 것은 사건 지원 단체의 문제의식과 결을 같이 하여 유의미하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 법규 존속이  성매매피해자 규정의 사문화로 이어진 상황에서 성매매 문제를 법적으로 다루면서 구조적 성산업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성매매를 분절된 개별 행위가 아닌 성산업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성매매 여성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와 광고 행위를 통해 성산업을 유지해 온 자들을 구별할 필요성을 읽을 수 있어 잠깐 반가웠다. 

 

검사의 항소로 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검사의 항소이유 중 하나는 성매매처벌법의 보호법익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이므로 보호법익 침해의 결과는 성매매광고의 주체가 타인이든 본인이든 차이가 없으므로 광고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침해하는가? 성매매 여성 처벌로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이 확립되는가? 다시 질문이 시작된다.

비슷한 새로운 사건의 상담이 이어진다. 성매매처벌법 시대 20년 동안, 단속과 처벌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 단속과 처벌의 대상을 잘못 짚은 규제의 결과, 성산업은 시간이 갈 수록 활황을 누리는데(아무튼 간에 근절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적 위기, 신체적 위협, 사회적 고립을 어떤 식으로든 감수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최선이 아닌 이유다. 성매매처벌법의 취지를 반영한 결정이 이어져, 성매매 여성을 표적으로 한 수사 관행에도 제동이 걸리기를,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재정비의 필요성도 알려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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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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