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 출판사 소개글
이 차별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
성소수자, 이주난민, 디지털성폭력 피해 여성,
빈민, 불안정 노동자, 재난참사 피해자…
유난히 지독한 차별 앞에 놓인 이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오늘 한국사회의 ‘인권’은 어디까지 왔는가?
인권(人權)의 영역은 끊임없이 변동한다. 후퇴와 전진이 반복되는 경계선에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차별이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범하려 하고, 이에 대항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권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사회적 약자와 그들을 위해 연대하고 변호하는 이들의 투쟁이 매일 이어진다. 2025년, 과연 한국사회의 인권은 어디까지 왔는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일상적인 기본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예외적이고 배제적인 특권이 되는가?
낯선 혐오와 간교해진 편견에 맞서 소수자들의 곁을 지켜온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벌여온 치열한 법정투쟁 이야기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인권 최전선의 변론』이 출간되었다. 이주난민, 성소수자, 여성, 빈곤, 불안정노동, 재난참사 등 여러 분야에서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건 및 소송의 헤드라인 너머 소상한 사연과 처절한 분투, 조밀한 고민을 기록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박한 인권 최전선의 이슈는 무엇인지, ‘인권’이 어떤 싸움과 증명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물음들”을 마주하며 제도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공감 변호사들의 ‘인권의 경계를 넓히는 변론’을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차별?
어떠한 차별도 용인될 수 없고
누구의 인권도 타협될 수 없다
‘차별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인권 수호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없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한 난민 신청자가 손발이 몸 뒤로 결박되는 ‘새우 꺾기’ 고문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보도한 언론 기사에는 ‘얼마나 진상을 부렸으면 저랬을까?’라는 댓글이 달린다.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서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간 동성 부부에 대해서는 구청장이 직접 주요 일간지에 투고를 보내 “사람의 질서와 공동체의 정체성에 있어 위험한 생각”이라며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낸다. ‘차별에 반대한다’는 명제가 너무나 당연해진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그래도 된다고’ 여겨지는 차별이 상존한다. ‘사회적 다수’의 암묵적인 승인을 등에 업었기에 유난히 더 지독한 차별 앞에서 소수자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무력하게 박탈당한다. 그렇게 인권의 경계는 슬그머니 위축되고, ‘우리’의 범주는 불쑥 좁아진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변호사들은 ‘그래도 되는 차별’은 결단코 없다고 단호하게 선포한다. 이들의 무기는 역시 법(法)이다. ‘새우 꺾기’ 고문이 외국인보호소 측의 자의적인 판단과 불법적인 장비 사용을 바탕으로 헌법에 규정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국가폭력임을 논증함으로써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례 최초의 손해배상 판결을 이끌어낸다. 비(非)수술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소송에서는 법적 성별을 정정하려면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지침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임을 예리하게 지적하여 당당히 승소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취업을 강요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는 담당 기관이 어떠한 법적 의무와 절차에 소홀했는지 일일이 규명함으로써 국가배상을 받아내고 유족의 원을 풀어준다. 어떠한 차별도 용인될 수 없고, 누구의 인권도 타협될 수 없다는 공감 변호사들의 날카롭고 빈틈없는 변론을 한줄씩 따라 읽다보면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법과 법률가의 존재 의의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차별 피해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2020년대 한국사회를 들끓게 한
10가지 쟁점 사건과 공감의 최후변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2004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로, ‘차별과 인권침해 피해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는 변치 않는 원칙 아래 영리 활동 없이 100퍼센트 풀뿌리 모금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공감이 문을 열기 전에도 본업을 영위하는 틈틈이 무료 인권 변론이나 공익 활동에 나서는 변호사들은 있었지만, 이를 전업(專業)이자 전문 영역으로 삼은 변호사들의 단체는 공감이 처음이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든든한 ‘변호사 친구’로서 창립 이후 20여년간 862건의 공익소송 지원, 151건의 연구·실태조사, 148건의 법제도 개선 활동 등을 펼쳐오며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법의 문턱을 낮추고 인권의 경계를 확장시켜왔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마다 피해자들의 곁에는 늘 공감이 나란히 서 있었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2009년 용산참사 진상조사, 2011년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과 사회복지사업법(일명 ‘도가니법’) 개정, 2014년 세월호 참사 피해자 법률 지원, 2018년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 승소,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공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법의 보호망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권리를 되찾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에서는 2020년대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공론장을 끓어오르게 한 주요 사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부터 2024년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선정된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 10·29 이태원 참사, 보는 이들의 두 눈을 의심하게 했던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 꺾기’ 고문 사건까지, 오늘날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혐오와 편견의 최전선에는 여전히 공감의 변호사들이 우뚝 자리하고 있다. “사건의 실체적 진상을 파악하고, 당사자들의 피해 회복을 돕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고자 나아가는 걸음걸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길을 새로이 열어내고 있다.
소수자들의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는 일
정의(正義)는 예외를 두지 않는다
법정에서의 소송과 변론은 공감 활동의 출발점일 뿐이다. 공감은 한국사회가 무심코 넘겨버리는 일들 속에서 문제적 의제를 도출하고, 균열을 내는 질문을 던지고, 마침내 변화로 답하게 하는 일까지 무대를 넓힌다. 이주민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게 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받아내 법을 개정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생활할 수 있도록 성소수 수용자 처우 규정 신설의 토대를 마련한다. 1,000여명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한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의 시행과 연장을 이끌어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도 힘을 보탠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권의 울타리 안에서 지켜지고 보장받고 발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약자의 관점에서 사회적 규범을 되돌아보고 “제도의 빈 곳을 찾아 소수자의 자리를 기입”해왔다. “그 누구라도 제도 밖의 예외적 존재로 남겨두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감의 목표는 단순히 승소에 머물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이들을 위해 그 경계를 넓히고 모두를 품을 때까지,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조용한 아우성이 제 소리를 되찾을 때까지, ‘그래도 되는 차별’에 누구도 부당히 억압받지 않을 때까지, 모든 인간의 존엄과 법 앞의 평등을 향한 공감의 변론은 멈추지 않는다.
* 이 글은 창비(출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소개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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