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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여성인권# 이주여성# 인신매매피해자

이주배경 피해자의 취약성과 특수성 고려한 지원 체계 필요 – 성매매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활동 중간 보고

경찰이 지역의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 성매매 단속 중 외국인 여성 여럿이 ‘발견’ 됐다. 구조라고 표현하려면 피해자를 잘 보호해서 이동시켜 적절한 사법지원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 경우는 발견이 더 맞는 설명 같다. 어떤 이들은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지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조사를 거부하고 경찰서에서 이탈한 걸로 보인다. 한 피해자가 경찰에 적극 협조하여 피해사실을 진술했고, 지역의 성매매피해자지원기관이 운영하는 쉼터로 이동했다. 여러 기관을 거쳐 법률지원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마 여기서 부터 ‘구조’가 시작된 것 같다.

첫 상담은 피해사실부터가 아니라, 입에 맞는 음식부터 시작했다. 쉼터에서도 거의 음식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못한다고 들었던 터라. 민트 사탕을 건네 봤다. 날이 더운 기후에서 사는  사람들은 청량한 박하향을 좋아한다고 했던 거 같아서 이후 미팅에서 종류별로 사탕을 들고가봤다.  통역사, 이주여성상담센터의 담당자까지 4명이 5회 정도 만났고, 한 번 만나면 통역 때문에 선주민 피해자 상담의 2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 진술서의 국문 번역도 어려운 일이었다. 

안정적인 체류자격으로 변경을 하려니 미등록 상태가 길어 상당액의 벌금이 문제였다. 비슷한 상황의 피해자들은 벌금문제나 불안정한 체류자격 때문에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임금을 받지 못해도, 예고없이 주거에서 쫓겨 나도, 업소를 전전하며 원치 않는 일을 강요 받고도, 목소리 높여 싸우는 걸 선택하지 않았다. 불법적 존재로의 낙인이 가지는 효과로 이득을 얻는 이들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합법적 외연을 거친 과정이 ‘동의’로 둔갑해 강압이나 착취로 평가될 수 없게 한다. 채무계약서는 빌린 돈 갚을 돈이 명시 되어 있다. 한국어와 출신국 언어 이중으로 작성된 계약서, 느슨한 관리 감독과 가불 요청에 몇 번 계좌에 이체된 금액, 업주나 관리자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응원하는 이모티콘, 아프다는 말에 함께 병원에 동행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대화들은 마치 피해자가 이 사건에 등장하는 다른 여럿(업주, 관리자, 중개인, 구매자 등)과 동일하게 주체적 선택권을 가진 이 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피해성립에서 피해자의 ‘동의’는 너무 쉽게 사건의 본질을 흐리거나 문제상황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한다.

피해지원 기관과 함께 이 사건을 성매매목적 인신매매로 보고 지원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인신매매 피해자 지위 확인서 발급 제도의 활용과 이를 근거로 한 지원금 확보, 둘째로 체류자격 변경을 통한 안정적 지위 확보, 셋째로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가해자 상대 형사고소를 주요 지원 목표로 정했다. 

2023년부터 시행된 인신매매등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인신매매의 정의를 인신매매방지 의정서 상 정의에 맞게 규정하고, 피해자지원제도의 체계화 등을 명시했다. 행위 수단 그리고 목적이 인신매매를 구성할 수 있다면, 성매매와 성착취, 노동력착취, 장기적출등 착취까지 착취 목적이 인정되면 명백한 ‘매매’행위가 개입되지 않더라도 인신매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인신매매 정의의 규정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인신매매범죄에 해당한다면, 피해자의 동의여부가 범죄를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명문화 된 점이다. 적극적 활용은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개별 사례 고소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 인신매매방지법은 피해자 권익보호기관의 설치를 의무화 하고, 사건 초기 피해자 발견을 위해 피해자식별지표를 고시해, 수사기관과 주요 공공기관 등에서 활용되도록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제정 취지와 맞게 인신매매식별지표가 현장에서, 또 사법적 유무죄 판단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일례로, 불법 성매매업을 하는 유흥주점이나 마사지업소 등의 단속 중에 ‘발견’된 외국인 여성들은 출입국관리법이나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법적 신분이라는 점만 확인되면 대부분 보호소로 보내지고 소리없이 출국 당하는 것 같다.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어 경찰에게 ‘발견’ 된 이가 보호소로 보내지기 직전이나 보내진 직후에 그 단속 기관이나 외부 단체를 통해 자신이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주장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다. 피해사실을 알릴 이들이 많지 않으니 가해자들이 가시화 되기도 어렵다. 비슷한 피해가 반복된다.

체류자격 변경 과정에서도 미등록 신분이라는 취약성으로 입은 피해 보다는 미등록 신분의 국내 체류라는 불법성에 무게를 두어 ‘진짜 피해자’인지 의심받았다. 사법절차를 통해서도 손에 쥘 수 있는 충분한 입증자료가 없어 가해자의 유무죄 판단이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사법절차를 거치겠다는 의지를 가진 피해자가 당장 출국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건해결 의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벌금면제와 함께 체류자격(G-1-11) 취득에 성공했다. 피해자지위확인서발급 신청도 심의를 거쳐 받아들여져 관계 법령에 근거한 피해자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선주민 중심의 심의 과정과 피해자 지원 체계로, 이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학업, 취업 지원이나 심리상담 등 지원)가 별로 없고 모든 지원의 한국어교육이나 통역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또 피해자지위확인서 발급 전에 발생한 사건 지원에 든 금원도 지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사건을 심의까지 가져가기 위해 7시간 씩 걸린 5회가 넘는 상담, 법률 서면 작성과 심리 상담, 쉼터에서의 의식주 제공, 심의 준비 등 피해자의 발견에서 구조, 체계적 지원의 바탕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들인 자원이 제대로 평가 받고 응당 주어져야 할 보상을 받지 못한 점에서도 문제였고, 피해자의 초기 구제와 행정 지원이라는 과업에 대한 공적 의무를 국가가 내친 것이라는 점도 문제가 있었다. 

인신매매방지법 개정안이 제시되고, 유사한 피해 사례가 단신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단 마련된 제도가 현장에서 활용되고, 피해자의 직접 지원으로 구현되도록 시도를 해보면서 개선 방향을 더 제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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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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