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조약# 심의# 인권# 인권위원

‘인권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 – 후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제출 촉구 기자회견

2024년 5월 16일, 공감 강지윤 미국변호사는 올해 7월 예정된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약칭 고문방지협약) 심의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안)을 내용의 축소·왜곡 없이 조속히 통과할 것을 모든 인권위원에 촉구하는 서한을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활동가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국제인권조약 심의에서 국가인권기구는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권고를 유엔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으로 마련된 보고서는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한 공신력 있는 문서로, 심의를 진행하는 위원들의 이해를 돕고 보다 내실있는 권고를 이끌어내어 궁극적으로는 국내 인권 수준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책임은 국가인권위원회법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기구 설립의 근간이 되는 ‘파리 원칙’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국제인권조약의 취지와 중요성을 옹호해야 할 일부 인권위원들은 오히려 조약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조약의 보호 범위를 축소하고, 국제인권기구들의 중립성을 폄하하여 국제인권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4월 11일에 열린 제9차 상임위원회에서 한 상임위원은 ‘여러 유엔 위원회들이 경쟁적으로 실적을 많이 쌓기 위해서 이런저런 너무 지나친 권고를 한다’며 ‘여러 국제기구 중 이런 진보적인 기구들이 있는데, 이런 기구들의 권고를 우리가 다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조약별 위원회의 중립성과 그 권고들의 정당성을 폄하하였습니다.

더불어 일부 인권위원은 상정된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안)에 포함된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 사형제 폐지, 이주아동 비구금 원칙 법제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 등 다양한 인권 이슈에 대한 내용을 삭제·축소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인권위원으로서 보호하고 증진할 책무가 있는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적절한 문제제기로 독립보고서(안)은 두 차례의 상임위원회 심의와 두 차례의 전원위원회 심의를 거치고도 의결되지 못 하였습니다.

공감은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의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가 ‘누더기’ 보고서가 되지 않도록 계속하여 감시하고, 인권위원이 국제인권규범에서 규정하는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할 책무를 다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한겨레 /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누더기 안 돼”…인권단체들 목소리

 

[발언문] 국제인권조약 심의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

강지윤(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권’의 정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인권’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ㆍ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입니다. 이처럼 헌법과 국내 법률에서 보장하는 ‘인권’뿐만 아니라 국제인권조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널리 인정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 역시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호하고 향상해야 할 ‘인권’에 포함됩니다.

우리나라도 그랬듯 국제사회는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제국주의, 식민주의 등을 경험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간의 약속인 ‘국제인권조약’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헌법 역시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존중하여 국제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9대 핵심 국제인권조약 중 여덟 개의 조약에 가입하여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인권조약’에서 규정하는 ‘인권’이 효과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유엔에서는 조약별로 인권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인 ‘조약기구’를 설립하여 조약에 가입한 국가들의 조약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행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들을 전달합니다. 이 과정을 ‘심의’라고 합니다.

이러한 ‘국제인권조약 심의’에서 국가인권기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해당 조약과 관련된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이러한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권고를 정리하여 보고서 형태로 ‘조약기구’에 제출합니다.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으로 마련된 보고서는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한 공신력 있는 문서로, 조약기구 위원들의 이해를 돕고, 보다 내실있는 권고를 이끌어내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인권조약 심의에서 의견을 표명하고, 국제인권기구들과 협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책임은 국가인권위원회법뿐만 아니라 국가별 국가인권기구 설립의 근간이 되는 ‘파리 원칙’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누구보다 이러한 국제인권조약의 취지와 중요성을 옹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일부 인권위원들은 오히려 이러한 조약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그 조약들의 보호 범위를 축소하고, 조약기구의 중립성을 폄하하여 국제인권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9차 상임위원회에서 김용원 위원은 조약기구가 국내 여러 인권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권고를 ‘해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심히 의문’이라며, 다른 나라의 심의에서도 국가인권기구가 ‘오만가지 이슈’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는지 알아볼 것을 지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인권기구와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같은 상임위원회에서 이충상 위원은, ‘여러 유엔 위원회들이 경쟁적으로 실적을 많이 쌓기 위해서 이런저런 너무 지나친 권고를 한다’며 ‘여러 국제기구 중 이런 진보적인 기구들이 있는데, 이런 기구들의 권고를 우리가 다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조약별 위원회의 중립성과 그 권고들의 정당성을 폄하하였습니다. 이 위원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고문방지위원회가 제시한 일부 권고들이 적절하지 않다며 위원회가 ‘뭘 그렇게 나댑니까?’라고 발언하여 방청하고 있던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일부 인권위원의 발언은 국제인권조약에서 규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포함한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인권위원의 근본적인 책무를 져버리는 것입니다. 나아가 현대사의 비극을 딛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 나가기 위한 국제사회의 오랜 노력을 부정하고 폄하하는 망언입니다.

위원들의 주장에 반박하자면, 조약기구는 해당 국제인권조약의 공식적인 유권해석 기구이며, 조약기구 소속 위원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조약 가입 국가의 국민 중 해당 국가의 추천을 받아 출마하고 선출된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들입니다. 특정 조약기구가 진보적이라거나 조약기구 간 실적 경쟁을 한다는 발상은 국제인권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헌법처럼 국제인권조약 역시 ‘살아있는 문서’로 그 안에 규정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더욱 포용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국제인권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들이 서로 상호의존적이며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는 점도 국제사회에서 점차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조약기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심의 대상 국가의 다양한 인권 이슈에 대해 포괄적으로 점검하고 권고를 내리고 있습니다.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 이유라면, 국제인권조약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축소해석하고, 조약기구의 정당성을 폄하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심의 절차를 최대한 활용해서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향상하려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23-2025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 출마할 당시에도 자발적 공약으로 우라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고 조약기구 심의 절차에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보호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이 공개회의에서 국제인권기구를 폄하하고, 독립보고서의 내용을 축소, 왜곡하려고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용과 평판을 심각하게 실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실책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예정된 제9차 전원위원회에서 핵심 국제인권조약 중 하나인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약칭 ‘고문방지협약’ 심의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일부 위원은 위와 같이 국제인권조약과 관련된 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보고서안에 포함된 주요 인권 이슈에 대한 정보와 권고를 축소, 왜곡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국제인권조약이 규정하는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목적과 인권위원의 책무를 져버린 일부 인권위원의 행태를 고발하고 규탄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될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안이 내용의 축소, 왜곡 없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인권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 주시길 모든 인권위원께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고문방지협약 #국제인권조약 #유엔인권이사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심의 #독립보고서 #유엔고문방지협약심의대응 #시민사회 #공감 #국제인권 #인권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공감국제인권센터 #강지윤변호사

강지윤

# 국제인권센터

연관 활동